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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 러시아 석유기업 로스네프트·루코일 직접 제재 단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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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 러시아 석유기업 로스네프트·루코일 직접 제재 단행

국내총생산(GDP) 4분의 1 차지하는 에너지 수익원 압박
우크라이나 전쟁 4년 무혈 협상 압박 강화, 러시아 4대 석유기업 모두 제재 대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최대 석유기업인 로스네프트와 루코일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으며, 이로써 러시아 4대 석유회사가 모두 미국의 제재 아래 놓이게 됐다. 이미지=GPT4o이미지 확대보기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최대 석유기업인 로스네프트와 루코일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으며, 이로써 러시아 4대 석유회사가 모두 미국의 제재 아래 놓이게 됐다. 이미지=GPT4o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침략을 이유로 러시아에 직접 제재를 가하는 조치에 나섰다. 러시아 최대 석유기업인 로스네프트와 루코일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으며, 이로써 러시아 4대 석유회사가 모두 미국의 제재 아래 놓이게 됐다고 지난 23(현지시각) FT가 전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입장 전환을 보여주는 조치로, 협상을 압박하기 위한 경제적 무기로 에너지 부문을 겨냥하는 방식이다.

협상 무산에 제재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은 지난 22(현지시간) "이제 살인을 멈출 시간이고 즉각적인 휴전이 필요하다""푸틴 대통령이 이 무의미한 전쟁을 끝내기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에 클렘린궁의 전쟁 기계에 자금을 대고 있는 러시아의 두 최대 석유기업을 제재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큰 규모의 제재"라고 평가했지만 동시에 "오래 지속되지 않기를 바란다"며 협상 의지를 표현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우크라이나 관련 러시아 제재를 단행한 것은 임기 출범 이후 처음이다. 그간 트럼프는 에너지 제재를 자제하면서 협상을 통한 전쟁 종료에 우선순위를 두어왔다. 특히 부다페스트 정상회담 추진으로 협상 의지를 보여줬으나, 푸틴의 항복 없는 휴전 거부로 계획이 무산되면서 정책 방향이 급격히 전환됐다. 트럼프는 "블라디미르와 말할 때마다 좋은 대화인데 아무데도 가지 않는다"며 취임 후 두 번째 정상회담 추진 실패 이유를 설명했다.

세계 석유 공급의 6% 차지, 전쟁 자금 '목줄 조인다'


로스네프트는 사우디 아람코에 이어 세계 2위 규모의 석유생산업체다. 로스네프트와 루코일은 러시아 전체 석유 수출량의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일일 약 220~310만 배럴을 수출하고 있다. 로스네프트 하나만 러시아 전체 석유 생산량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며, 이는 전 세계 생산량의 약 6%. 뿐만 아니라 러시아 연방 예산의 약 4분의 1이 석유·가스 수익에서 나온다.

두 회사의 해외 종속사도 함께 제재 대상에 포함되며, 미국 달러 거래가 전면 차단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국제 무역에서 결제 수단으로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달러 거래 차단이 러시아 기업들의 석유 수출을 획기적으로 제한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달 초 인도가 러시아 석유를 계속 수입하자 인도산 물품에 50% 관세를 부과했다. 이 중 절반은 러시아산 석유 수입에 대한 보복성 관세다. 인도는 현재 러시아산 해상 운송 원유의 최대 구매자로, 러시아산 원유가 인도 전체 수입량의 약 34%를 차지한다. 유럽이 에너지 측면에서 러시아 의존도를 낮추면서 러시아의 수출 대상이 아시아로 쏠린 상황에서 인도 압박은 러시아의 생명줄을 끊는 조치로 작용할 수 있다.

미국은 인도 정유사들에 이어 중국 기업 등 제3국 거래자와 정유업체에 대한 2차 제재를 준비 중인 상황이다.

영국·유럽연합과 순차적 압박, 러시아 4대 석유기업 제재 진행


영국은 지난주 로스네프트와 루코일에 대한 제재를 발표했다. 이로써 러시아 4대 석유기업이 모두 제재 대상이 됐다. 지난 1월 바이든 행정부는 가즈프롬 네프트와 서구트네프테가스에 제재를 실시한 바 있으며, 이번에 로스네프트와 루코일이 추가되는 형태다.

유럽연합은 지난 2319차 제재 패키지를 승인했다. 20271월부터 러시아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전면 금지, '섀도우함대'(제재 회피용 중고 유조선) 117척 추가 제재, 로스네프트와 가즈프롬 네프트에 대한 전면 거래 금지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LNG 수입 금지는 초기 계획보다 1년 앞당겨진 조치로, EU의 강경한 태도를 반영한다. EU는 러시아로부터 에너지를 수입하는 데 연간 약 150억 유로(24조 원)를 지출하고 있다.

석유 시장 관계자들은 이번 제재가 러시아의 석유 수출을 한층 더 어렵게 만들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영국 제재 이후 러시아 기업들의 석유 수출이 이미 복잡해진 상황에서, 미국의 제재까지 겹치면서 중국과 인도 등 아시아 주요 구매처가 구매량을 줄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원유 가격은 제재 발표 후 배럴당 약 2달러 이상 올랐으며, 브렌트유선물은 배럴당 약 64달러 근처까지 상승했다. 유럽과 미국 제재의 순차적 진행으로 러시아 에너지 부문의 국제 거래망 축소가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