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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韓·日·동남아 '反中 광물연대' 구축…시진핑 회담 앞두고 '최고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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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韓·日·동남아 '反中 광물연대' 구축…시진핑 회담 앞두고 '최고 압박'

中 '자원 무기화' 맞서 11월 100% 추가 관세·호주와 85억弗 협정 'B플랜' 가동
APEC 계기 韓·日과도 연쇄회담…희귀광물·신규 투자·관세 인하 포괄 논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주석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아시아 순방길에 오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순방에서 한국, 일본, 말레이시아 등과 '반중(反中) 핵심 광물 연대'를 구축하고, 100% 추가 관세 위협 등으로 중국의 '자원 무기화'에 맞서 압박 수위를 최고조로 높일 방침이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주석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아시아 순방길에 오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순방에서 한국, 일본, 말레이시아 등과 '반중(反中) 핵심 광물 연대'를 구축하고, 100% 추가 관세 위협 등으로 중국의 '자원 무기화'에 맞서 압박 수위를 최고조로 높일 방침이다.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중대 분수령이 될 정상회담을 앞두고, 아시아 동맹국들을 규합하는 '핵심 광물 공급망' 구축에 나섰다. 25일(현지시각)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말레이시아, 일본, 한국을 순방하며 경제 협정, 핵심 광물 확보를 위한 연쇄 회동에 돌입한다. 세계 기술·국방 산업의 핏줄인 희토류를 통제하며 '자원 무기화'에 나선 중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리려는 다각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미 행정부 고위 관계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순방 출발에 앞서 열린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역내 자원을 활용해 더욱 신뢰할 수 있는 산업 공급망을 구축하고, 나아가 세계 경제 성장과 미국 내 투자 확대를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협정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순방에서 '희토류·니켈·코발트' 등 주요 광물의 채굴과 공급 계약을 적극 추진해 대중(對中) 의존도를 낮출 계획이다. 이들은 추진 중인 협정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으나, 사실상 중국을 배제한 '반(反)중국 광물 연대'를 공식화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일정은 촘촘하다. 26일 말레이시아(ASEAN 정상회의) 방문을 시작으로, 27일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일본을, 29일부터 1박 2일 일정으로 한국을 연이어 찾는다. 첫 방문지인 말레이시아에서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정상회의에 참석해 역내 파트너십을 다진다. 이어 일본을 방문한 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한국을 찾는다. 이곳에서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정상회담(경주)과 APEC CEO 오찬·실무 만찬 등이 예정돼 있다. 이번 순방의 하이라이트는 한국 방문 직후인 30일 이뤄질 미·중 정상회담이다. 세계 1, 2위 경제 대국(G2)의 두 정상이 만나 관세 장벽과 수출 통제 등 해묵은 갈등을 해소할 중대 기회로 관심이 쏠린다.

中 '희토류 무기화'에 '100% 관세' 맞불

이번 미·중 정상회담의 최대 뇌관은 단연 '희토류' 문제다. 희토류는 첨단 기술, 국방, 청정에너지 등 4차 산업혁명 핵심 분야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 광물이다.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공급망의 절대적 비중을 장악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최근 희토류와 기타 핵심 광물에 대한 수출 통제를 대폭 강화했다. 미국의 첨단산업·방위산업 공급망에 직접적 타격을 주는 전략적 대응으로, 미·중 간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식의 무역 보복전이 격화하는 가운데 나온 조치다. 이는 시 주석이 무역 분쟁에서 활용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지렛대'로 꼽힌다.

중국의 '자원 무기화'에 맞서 트럼프 대통령 역시 강력한 '맞불' 조치를 연이어 내놓고 있다. 우선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11월 1일까지 희토류 수출 통제 조치를 철회하지 않을 경우, 중국산 제품에 10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최후통첩을 보냈다.

이와 동시에 중국 외 공급망 다변화를 위한 'B 플랜' 가동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주 초, 미국의 전통적 우방인 호주와 획기적인 광물 협정을 체결했다. 호주의 앤서니 앨버니지 총리가 직접 "그 가치가 85억 달러(약 12조 원)에 이른다"고 평가한 이 협정은, 미국의 핵심 광물 접근성을 대폭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미 행정부 관계자들은 이번 아시아 순방에서도 '신규 채굴·정제·투자 협정'이 다수 발표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시 주석과의 '담판'을 앞두고 협상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압박 카드도 추가로 꺼내 들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25일,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중국과 체결했던 제한적 무역 협정의 이행 여부에 대한 공식 조사에 착수한다고 발표했다. 이 조치는 사실상 중국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의 명분을 쌓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대두·펜타닐도 의제…韓·日과 '신규 투자' 논의


이번 정상회담 테이블에는 희토류 문제 외에도 산적한 현안이 오를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미국산 대두 구매 재개 △미국 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된 펜타닐 밀매 단속 강화를 요구할 방침이다. 또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압박해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시킬 것을 촉구할 것으로도 보인다. 양국 간 핵 군축 관계 역시 논의 대상이다. 오는 11월 종료가 예정된 현행 관세 관련 합의를 연장할지 여부도 핵심 의제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순방 기간 일본의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 한국의 이재명 대통령과도 각각 양자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일본과는 다카이치 총리와의 첫 정상회담이 주목된다. 특히 한국 정부는 기존의 관세 인하를 목표로 하는 한미 무역 투자 협정의 조속한 마무리를 희망하는 것 외에, 한·미 신규 투자 협정과 희귀광물 공급망 구축 논의도 주요 의제로 설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이번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한미 정상회담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순방은 △미국 산업·국방 공급망 보호 △중국에 대한 무역·외교 압박 △동맹국과의 경제협력 신속 강화라는 다층적 목적이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미·중 양국은 관세, 희토류, 대두 등 핵심 경제 현안과 펜타닐, 러시아·우크라이나 문제 등 안보 현안을 포괄적으로 연계해 협상을 진행할 전망이다. 한국, 일본, 말레이시아 정부 역시 이번 순방을 "미국과의 협력 확대, 관세 인하, 투자 유치"의 기회로 보고 있으며, 순방 기간 비공개 광물 협상이 추가로 발표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