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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피지컬 AI 혁명, '개방형 생태계' 구축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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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피지컬 AI 혁명, '개방형 생태계' 구축이 관건

유니버설 로보틱스 "AI, 인간 규모 자동화의 '가변성' 문제 풀다"
Arm "스마트폰처럼…SW 공통성·개방형 생태계가 핵심 경쟁력"
사진=오픈AI의 챗GPT-5가 생성한 이미지.이미지 확대보기
사진=오픈AI의 챗GPT-5가 생성한 이미지.

차세대 자동화 물결의 핵심으로 '피지컬 AI(Physical AI)', 즉 센서와 로봇 시스템이 물리적 세계에서 인간처럼 직접 행동하고 의사결정하는 기술이 부상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 새로운 자동화 흐름이 인간형 로봇(휴머노이드)의 형태를 띠든 아니든, 그 성패는 단일 기술이 아닌, 전방위적 '기술 생태계' 구축 여부에 달려있다고 입을 모은다.

협동 로봇(코봇) 분야의 세계 최대 제조업체인 유니버설 로보틱스(Universal Robotics)는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 코봇은 인간과 동일한 공간에서 작업하도록 설계된 산업용 로봇이다. 유니버설 로보틱스의 안데르스 빌레쇠 베크 기술 부사장은 최근 EE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코봇이 작업 흐름에서 인간을 보강하거나 대체하는 "인간 규모의 자동화" 시대를 열고 있다고 평가했다.

베크 부사장은 "우리는 수십 년간 (작업의 가변성) 문제로 고심해왔다"며 "일관적이거나 예상 가능한 것은 모델링할 수 있으며, 이는 해결 가능한 엔지니어링 문제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AI가 이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늘날 고도로 자동화된 물류 창고 운영이 AI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포장물은 형태와 크기가 제각각이며, 유니버설 로보틱스와 협력하는 일부 소매업체는 재고 관리 단위(SKU)가 50만 개에 달하기도 한다. 특히 실제 현장의 팔레트는 찌그러지고 페인트가 칠해진 채 수축 포장되어 있어 공장 출고 상태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유니버설 로보틱스의 자율 팔레트 잭은 견고한 팔레트 인식 모델을 개발하기 위해 10만 개 이상의 실제 이미지와 150만 개의 합성 이미지라는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해야 했다. 가상 환경 훈련을 현실에 적용하는 'Sim2Real' 접근법을 통해, 변화무쌍한 산업 환경에서도 높은 적응성을 갖춘 모델을 개발한 것이다.

베크 부사장은 AI의 최대 강점으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가능하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일부 고객은 바닥에 팔레트가 달린 큰 플라스틱 통처럼 생긴 맞춤형 팔레트를 사용할 수도 있다"며 "기반 레이어는 그대로 유지되므로 많은 작업이 필요하지 않다. 약간의 미세 조정만 거치면 모델에 간단히 추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래의 AI 기반 로봇은 전체 산업 공정의 약 40%를 차지하는 '조립' 공정까지 맡을 전망이다. 나사 조이기, 모듈 또는 케이블 연결, 전선 배선 등 미묘하게 다른 작업이 매우 복잡하게 혼합된 소형 부품 조립은 현재의 코봇이 처리하기에는 너무 변수가 많은 영역이다.

베크 부사장은 "작업 흐름이 날마다 또는 시간마다 바뀌고, 일부 작업이 매우 복잡하며, 인간의 정교함이 필요하고, 이동성과 작업 수행이 통합되는 업무에 로봇이 투입되기 시작할 것"이라며 "이는 **요리, 매장 업무, 환대 산업 등 '비정형 서비스업' 같은 비산업용 애플리케이션의 성장도 촉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휴머노이드의 꿈과 '안전'의 현실


최근 엔비디아 GTC 등 기술 행사 전시장에서 쉽게 마주칠 수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에 관해, 베크 부사장은 복잡하고 고도의 AI를 요구하는 이러한 형태의 로봇이 아직 산업 자동화 애플리케이션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업계는 휴머노이드형 로봇이 여전히 높은 '기술 장벽과 안전 문제'로 즉각적인 상업화는 쉽지 않다고 보지만, 장기적으로 가장 혁신성이 큰 분야라는 데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가장 큰 난관은 '안전'이다. 베크 부사장은 불안정한 휴머노이드 코봇이 작업 환경 내의 사람 위로 넘어질 수 있으며, 이는 해결하기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베크 부사장에 따르면 로보틱스의 기능 안전은 역사적으로 복잡했으며, AI는 이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사람과 함께 일하는 코봇은 '기능 안전(Functional Safety)' 인증 문제를 비롯해, 비정형 작업을 수행하는 AI의 예측 불가능성과 안전 요구사항 간의 균형을 맞추는 기술적 난제에 부딪히고 있다.

그는 "안전과 관련된 모든 것은 예측 가능성을 선호한다"며 "로봇이 무엇을 할지 설명할 수 있다면, 그 행동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위험성 평가를 수행할 수 있다. 하지만 로봇이 무엇을 할지 완전히 설명할 수 없다면, 로봇의 행동을 설명하는 방식에 대해 좀 더 열린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베크 부사장은 앞으로 10년간 반도체와 생태계 양측 모두에서 안전 혁신이 큰 화두가 될 것이라며, "안전 혁신을 위한 진입 장벽은 높으며 전문가가 필요하다. 많은 로봇 기업이 인증된 안전을 핵심 업무의 일부로 삼는 바로 그 지점에 도달하는 데 있어 이것이 '걸림돌'이었음을 목격했다"고 밝혔다.

세계적인 반도체 설계 자산(IP) 기업 Arm 역시 이 문제를 주시하고 있다. Arm의 폴 윌리엄슨 IoT 부문 수석 부사장 겸 총괄 매니저(SVP/GM)는 EE타임스에 Arm이 안전 및 보안 표준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윌리엄슨 부사장은 일부 로보틱스 애플리케이션에는 고급 안전 기능이 필요하지만, 작업 공간 분리, 따로 마련된 비상 정지(이중) 스위치, 혹은 로봇의 힘(파워) 및 센서 제한 등 다른 차원에서 안전을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양한 배포 모델에 맞는 다양한 수준의 안전 기능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혁신을 주도하기 위해 모든 형태의 로봇에 가장 진보된 시스템 비용을 부담하게 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성공 열쇠 'SW 생태계', 개방성·통합이 좌우


해답은 '소프트웨어 생태계'에 있다. 피지컬 AI 생태계는 5중 구조로 발전 중이다. △센서, 액추에이터 등 '로봇 하드웨어' △실시간 AI 추론 칩 등 '엣지 하드웨어' △ROS(로봇 운영체제) 등 '통합 소프트웨어' △합성데이터 및 디지털 트윈을 활용한 '시뮬레이션·훈련 환경' △API, HMI(사용자 인터페이스) 등 '응용 인터페이스'가 그것이다.

유니버설 로보틱스는 제3자 파트너가 자사 코봇용 하드웨어 주변기기(그리퍼, 샌더, 접착제 분사기, 용접기, 카메라 등)를 만들고 소프트웨어 플러그인을 작성할 수 있는 파트너 생태계를 갖추고 있다. 이른바 '플러그인 생태계' 전략으로, 유니버설 로보틱스는 엔비디아 가속 컴퓨터를 포함한 실리콘 인프라와 파트너용 SDK(소프트웨어 개발 키트)까지 개방하며 생태계를 확대하고 있다.

베크 부사장은 "(스타트업들은) 훌륭한 소프트웨어 제품을 만들어 고객에게 제공하고 싶었지만, 컴퓨팅 인프라를 구축하고 지원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우리는 AI 모델을 실행할 Arm 기반 엔비디아 가속 컴퓨터를 보유하고 있으며, 장기적인 산업용 제품 수명 주기 관리와 지원을 제공한다. 스타트업은 본연의 역할에만 집중하면 된다"고 말했다.

스타트업들은 인프라와 소프트웨어 생태계에 대한 걱정 없이 자신들이 가장 잘하는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현재 이 생태계에는 380개 이상의 제3자 파트너가 설계한 500개 이상의 인증된 코봇 호환 제품이 포함되어 있다.

윌리엄슨 부사장은 스마트폰 소프트웨어에서 일어났던 일을 피하려면 생태계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것이 Arm을 흥분시키는 이유는 우리가 바로 이러한 생태계를 구축하고 소프트웨어 공통성과 생태계를 통해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부분을 찾고 있기 때문"이라며 "(스마트폰 비유와 마찬가지로) Arm이 다양한 성능 수준, 가격대, 기능, 장치를 구현함으로써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업계의 다양한 성능과 가격대를 공략할 수 있게 했다"고 덧붙였다. 생태계가 성숙할수록 스마트폰 소프트웨어 생태계와 유사하게 소프트웨어 모듈과 플러그인의 범용화가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할 것이기 때문이다.

윌리엄슨 부사장은 "우리의 목표는 소프트웨어 생태계가 유연성, 맞춤화, 튜닝을 허용하도록 보장하는 것"이라며, 동일한 기본 아키텍처 위에서 "Arm에 이미 튜닝되고 최적화된 공통 소프트웨어 개발자 흐름과 클라우드 도구"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고성능 장치와 전력 및 비용 효율이 높은 장치가 일관된 소프트웨어 생태계에 공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로보틱스 분야에서 Arm의 고객사로는 NXP, 인피니언, 퀄컴, 엔비디아와 같은 칩 제조사들이 있다. 로봇 기업들이 반도체 수준의 맞춤형 혁신을 위해 자체 칩을 제조할 가능성을 묻자 윌리엄슨 부사장은 "오늘날 로보틱스 분야에서 수직 통합을 위한 경제성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자동차용 제품을 보유한 일부 칩 제조사들이 요구 사항에 일부 교차점이 있기 때문에 로보틱스 분야로 투자를 재배치하려 하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잠재적인 로봇 형태의 폭이 매우 넓어 다양한 플랫폼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피지컬 AI의 성공은 단일 칩이나 알고리즘이 아닌,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데이터, 안전, 그리고 제3자 파트너에 이르는 '복합적 통합 생태계'의 성숙에 좌우된다. 이미 아마존과 같은 주요 기업은 300여 개 사이트에서 100만 대 규모의 로봇을 운영 중이며, 특히 아시아 지역이 피지컬 AI 생태계 확장에서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협동 로봇, 휴머노이드, 산업 및 서비스용 로봇 등 다양한 형태의 피지컬 AI가 앞으로 산업과 일상에 본격적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