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퍼플렉시티, 팝업·사전설치로 시장 선점 나서
이미지 확대보기팝업·사전 설치로 AI 체험 유도
워싱턴포스트와 LA타임즈 등 미국 주요 언론사 웹사이트를 최근 방문한 이용자는 AI 스타트업 퍼플렉시티의 웹 브라우저를 사용하면 한정 기간 무료로 기사를 열람할 수 있다는 팝업 화면을 자주 접했다. 오픈AI 역시 일부 이용자에게 자사 신형 웹 브라우저 아틀라스를 내려받도록 유도하는 프로모션을 ChatGPT 사이트에 노출하고 있다. 현재 맥OS용 크롬 브라우저에서 주로 표시되는 이 프로모션은 특정 이용자를 겨냥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이미 압도적 이용자를 확보한 플랫폼 위에서 생성형 AI 챗봇과 브라우저 등 신제품을 적극적으로 노출하는 방식이 확산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구글 검색을 이용하면 상단에 AI 생성 답변이 자동으로 표시되고, 메타의 왓츠앱을 열면 AI 챗봇 사용을 권유하는 화면을 볼 수 있다.
주요 챗봇 기업들은 스마트폰 제조사와 제휴해 신규 단말기에 앱을 사전 설치하는 방식으로 시장을 넓히고 있다. 구글 제미나이와 퍼플렉시티 등 챗봇은 삼성전자와 모토로라 등 스마트폰 제조사에 비용을 지불해 신규 휴대폰에 앱을 기본 설치하고 있다.
퍼플렉시티는 지난 4월 모토로라와 글로벌 제휴를 발표하며 모든 신형 모토로라 스마트폰에 자사 AI 검색 기술을 탑재하기로 했다. 이는 개인용컴퓨터가 처음 나왔을 때 컴퓨터를 사면 쓸모없는 프로그램이 이미 여러 개 깔려있던 관행과 비슷하다. 당시 이런 프로그램들을 '정크웨어(쓰레기 소프트웨어)'나 '크랩웨어(쓸데없는 소프트웨어)'라고 불렀는데, 지금 AI 기업들도 같은 방식을 쓰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연간 수십조원 지불한 구글의 독점 전략
소프트웨어 유통을 위해 비용을 지불하는 전략은 지난해 구글 검색이 불법 독점이라는 법원 판결의 핵심이었다. 구글은 자사 검색엔진이 애플 사파리, 파이어폭스 웹 브라우저와 삼성 휴대폰에서 기본 검색 방법으로 지정되도록 연간 수백억 달러를 지불해 왔다. 2021년 구글은 애플과 삼성전자, AT&T, 버라이즌 등에 총 263억 달러(약 37조 6480억 원)를 지급해 자사 검색 엔진을 기본값으로 만들었다. 애플에는 연간 약 200억 달러(약 28조 6300억 원)를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법원은 이러한 지급 관행이 반경쟁 효과를 낳았다고 판단했다. 아미트 메타 미국 연방법원 판사는 "구글이 이러한 유통 계약을 통해 불법으로 독점력을 행사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지난달 메타 판사는 구글의 제휴사 지급 관행에 일부 제한만 가하면서 구조 자체는 유지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구글은 이 판결에 항소했다.
파이어폭스 브라우저 총괄 앤서니 엔조-데메오는 "AI 브라우저, 챗봇, 에이전트 등 신규 서비스 확산이 본격화하면서 유통 경쟁이 앞으로 몇 년간 매우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크롬 독점 견고…신규 AI 브라우저 진입 어려워
글로벌 콘텐츠 보안 기업 클라우드플레어에 따르면 미국인 10명 중 9명은 크롬, 사파리, 마이크로소프트 엣지 등 세 가지 주요 브라우저로 웹사이트를 방문한다. 스탯카운터 자료를 보면 2025년 9월 현재 크롬은 전 세계 브라우저 시장에서 71.86% 점유율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사파리가 13.9%로 2위, 엣지는 4.67%다. 이 점유율은 수년간 거의 변하지 않아 신규 브라우저 진입장벽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리서치 기업 마켓앤드마켓츠에 따르면 글로벌 AI 브라우저 시장 규모는 2024년 45억 달러(약 6조 4300억 원)에서 2034년 768억 달러(약 109조 8800억 원)로 연평균 32.8% 성장할 전망이다. 북미 지역은 2024년 36.6% 점유율로 16억 달러(약 2조 2800억 원) 규모를 기록했다.
검색엔진 덕덕고를 만든 회사 최고경영자 가브리엘 와인버그는 "AI 서비스 경쟁에서 반드시 가장 좋은 제품이 이기는 것은 아니다"라며 "ChatGPT나 구글처럼 이미 인기 있는 제품을 활용하거나 비용을 지불해 여러 곳에 퍼뜨릴 수 있는 기업이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리서치 기업 이마케터는 "구글 검색 이용, 아이폰·삼성 휴대폰 구매, 아마존 온라인 쇼핑 등 기존 기술과 유통 경로의 독점력은 2018년 이후 감소하지 않고 오히려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미국인의 온라인 쇼핑에서 아마존이 차지하는 비중은 새로운 쇼핑 플랫폼이 많이 생겨났음에도 2018년 이후 줄지 않고 늘었다는 설명이다.
워싱턴포스트는 보도에서 AI 사용을 유도하는 팝업이나 광고가 이용자를 짜증나게 할 수 있다는 점을 물었지만, 오픈AI를 비롯한 어느 기업도 제대로 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오픈AI, 퍼플렉시티와 제휴 관계에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