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중국 증시 43% 폭등…기술혁신 '올인'에도 경제 활력은 정체

글로벌이코노믹

중국 증시 43% 폭등…기술혁신 '올인'에도 경제 활력은 정체

AI·로봇 투자에도 3~4%대 성장률 전망…'소비 12%'가 발목 잡은 이유
중국이 로봇, 바이오,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 분야에 막대한 자원을 쏟아부으며 '기술 강국'으로 빠르게 변신하고 있지만, 정작 경제 전반은 부동산 침체와 소비 둔화로 장기적인 침체에 빠져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미지=GPT4o이미지 확대보기
중국이 로봇, 바이오,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 분야에 막대한 자원을 쏟아부으며 '기술 강국'으로 빠르게 변신하고 있지만, 정작 경제 전반은 부동산 침체와 소비 둔화로 장기적인 침체에 빠져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미지=GPT4o
중국이 로봇, 바이오,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 분야에 막대한 자원을 쏟아부으며 '기술 강국'으로 빠르게 변신하고 있지만, 정작 경제 전반은 부동산 침체와 소비 둔화로 장기적인 침체에 빠져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배런스는 지난 7(현지시각) 보도에서 베이징의 혁신 드라이브는 미국 기업들에 장기적인 위협이 될 만큼 역동성을 보이며 주식시장을 끌어올리고 있지만, 내수 소비를 진작해 경제의 구조적인 공백을 메우지 못하면 성장은 3~4%대에 머물 수 있다고 전했다.

첨단기술 혁신 '급물살'... ·서방 기업에 '2의 중국 충격'


과거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던 중국 경제의 역동성이 첨단기술 분야에서 폭발하고 있다. 홍콩에 상장된 바이오기술 기업인 크스탈파이 홀딩스(XtalPi Holdings)는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출신 물리학자 세 명이 보스턴에서 창업해 중국에 완전 자동화된 연구소를 수백 곳 운영하고 있다. 이 기업은 연구소에서 나오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인공지능 모델을 훈련해 신약 개발 속도를 높이고 있으며, 미국 거대 제약사인 화이자(Pfizer), 일라이 릴리(Eli Lilly)와도 제휴를 맺고 있다.

올해 초 세계 시장을 뒤흔든 중국 인공지능 기업 딥시크(DeepSeek)의 사례처럼, 중국은 이제 남이 발견한 약을 제조하는 수준을 넘어 암, 당뇨, 비만 치료제를 자체 개발하고 있다. 항공, 로봇, 반도체, 인공지능 분야에서도 혁신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레이리언트 인베스트먼트 리서치(Rayliant Investment Research)의 필립 울(Philip Wool) 최고연구책임자는 "중국 투자자들이 자국산 'GPT'를 보자, 중국이 혁신 면에서 미국과 경쟁하는 '유일한' 경쟁자라는 인식이 생겨났다"라며 "이는 서방 기업들에는 파괴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의 연구·개발(R&D) 지출은 해마다 약 9%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미국의 증가율 1.7%보다 훨씬 높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최신 자료에 따르면, 중국은 2024년에 7160건의 국제 특허를 출원해 미국의 54087건을 크게 앞섰다. 또한, 지난해 산업용 로봇을 약 30만 대 설치했는데, 이는 미국의 약 10배 수준이다. 전기차(EV) 판매량도 전 세계의 약 3분의 2를 차지한다. 이러한 역동성은 주식시장으로 이어져, 장기간 침체했던 MSCI 중국 지수는 올해 들어 43% 급등해 S&P 500 지수의 상승률보다 2배 이상 올랐다.

구조적인 '경기 침체' 그림자, 소비 둔화와 부동산 붕괴


첨단기술의 약진과 주식시장의 활황에도 중국 경제 전반은 장기적인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고정 자산 투자는 줄어들고 있으며, 정책 당국이 성장 촉진에 애쓰고 있지만 소매판매 증가세는 둔화하고 있다. 더욱이 중국 인구는 3년째 줄고 있으며, 4년 이상 이어진 부동산 시장의 침체는 가계 자산의 가장 큰 부분을 붕괴시켰다. 이로 인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막대한 부채가 경제를 짓누르고 있다.

이러한 상황 탓에 중국의 연간 경제 성장은 가까운 몇 년간 과거 6%에서 8% 수준에서 벗어나 3%에서 4%대로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로디움 그룹(Rhodium Group)의 파트너 로건 라이트(Logan Wright)"설령 부동산 시장 침체가 곧 끝난다 해도, 부동산 분야는 이전 규모의 40% 정도만 남는 그림자의 모습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부동산이 과거 국내총생산(GDP)의 약 4분의 1을 차지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경제에 큰 공백을 남긴다.

혁신 드라이브, 경제 공백 메우기엔 역부족-'소비 진작' 절실


베이징이 반도체, 인공지능, 양자 컴퓨팅 같은 분야를 국가 전략적 우선순위로 정하고 대규모 투자와 보조금, 규제 완화로 지원하는 것은 위축된 경제를 살리고, 미국 등 서방 기술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Bank of America)는 올해 중국의 인공지능 분야 자본 지출이 6000~7000억 위안(122~1432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며, 절반 이상이 정부 지출로 이루어진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첨단기술에 대한 투자는 경제의 구멍을 메우기엔 부족하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로건 라이트 파트너는 인공지능, 제약 등 첨단기술 투자는 국내총생산(GDP)10%를 밑돌아 부동산 붕괴로 생긴 공백을 채우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TS 롬바드(TS Lombard)의 로리 그린(Rory Green) 중국 연구책임자는 "사회 안정과 초강대국 지위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경제 활동 수준이 있다""부동산은 소진되었고, 투자는 한계에 부딪혔고, 수출은 불안정해지면서, 이제 남은 유일한 대안은 소비"라고 분석한다. 중국은 전 세계 투자의 27%를 차지하면서도, 전 세계 소비에서는 12%만 담당할 만큼 국내 소비 진작이 절실한 상황이다.

정책 전환의 시그널, 소비 촉진 로드맵 등장과 막대한 비용 부담


많은 경제 전문가가 중국 경제의 활력을 되찾는 데 필요한 '쓴 약'으로 가계 소비 촉진을 꼽는다. 국민들이 해외 수요에 의존하기보다 자국에서 생산된 상품과 서비스를 더 소비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긍정적인 신호도 보인다. 지난 10월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는 향후 5년간의 로드맵을 발표하며 소비 촉진의 필요성을 인정했는데, 이는 주목할 만한 변화로 받아들여진다. 로드맵은 정책 입안자들이 공공서비스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하는 등 가계 소비를 늘리기 위한 더 많은 조치를 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미 어린 자녀를 둔 부모에게 현금을 지원하거나 장애가 있는 노인 가족에게 지원금을 주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로리 그린 책임자는 "소비 진작은 당기기 가장 어려운 마지막 지렛대이지만, 중국 당국이 마침내 이를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로디움 그룹은 중국 국민들이 저축을 줄이고 지출을 늘리도록 유도하는 사회 안전망을 구축하는 데 연간 국내총생산(GDP)3분의 1에 가까운 막대한 비용이 들 것으로 추산한다.

주식 시장 재평가, 잠재적 유입 자금과 '기술 중심' 반등 기대


중국 지도부는 값비싼 소비 진작책 대신 기술과 산업 발전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생산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경제 난관을 헤쳐나가려 하는 모습이다. 폴라 캐피탈 이머징 마켓 스타즈 펀드(Polar Capital Emerging Market Stars fund)의 펀드매니저 요리 뇌드카에르(Jorry Nøddekær)"중국은 기술과 생산성 전략에 '올인'함으로써 기술 독립과 경제 회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올해 중국 주식시장은 강력하게 반등했다. 코비드 봉쇄, 인터넷 기업 규제, 지정학적 긴장 등으로 외면받던 중국 증시는 지난해 말 정책 당국의 경제 안정 노력과 딥시크와 같은 혁신 성과에 힘입어 강력하게 반등하기 시작했다. 현재 MSCI 중국 지수는 내년도 예상 순이익 대비 14배 수준에서 거래되는데, 이는 S&P 500 지수의 22.5배보다 여전히 낮아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투자 자문 회사인 게이브칼(Gavekal)의 애널리스트 토머스 개틀리(Thomas Gatley)는 이번 증시 반등은 과거와 달리 정부 정책 지원보다는 인공지능 관련 분야의 기업 실적 개선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그는 고객들에게 텐센트와 알리바바 같은 기업과 정보기술(IT) 분야 비중을 확대하라고 조언했다. 또한, 중국 은행 예금 잔액이 165조 위안(33700조 원)으로 주식시장 규모인 약 100조 위안(2460조 원)보다 많아, 저금리 예금에 묶여있는 자금이 증시로 유입될 여지도 크다고 게이브칼은 분석한다.

TS 롬바드(TS Lombard)의 로리 그린 책임자도 해외 투자자들이 여전히 벤치마크 대비 중국 주식을 적게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추가적인 기회가 있다고 본다. 그는 중국 가계가 경제 회복과 혁신 가속화에 성공하면 주식 투자에 나설 가능성이 커, 이번 중국 증시 상승세가 미국보다 더 탄력적일 수 있다는 견해를 제시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