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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시장 급증이 보안 장치 시장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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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시장 급증이 보안 장치 시장 키운다"

해킹 공포에 '보안 장치' 수요 폭증…암호화폐 보안, 1.5조 달러 시장의 새로운 핵심으로
'해킹 도난액 22억 달러 위협'…개인 지갑 공격 23% 급증, 콜드월렛 수요 30%대 폭증
암호화폐 시장의 사상 최고가 행진과 더불어 해킹 공격도 급증하며 투자자들의 디지털 자산 보안 불안이 커지자 보안 장치 수요가 전례 없는 수준으로 치솟고 있다. 이미지=GPT4o이미지 확대보기
암호화폐 시장의 사상 최고가 행진과 더불어 해킹 공격도 급증하며 투자자들의 디지털 자산 보안 불안이 커지자 보안 장치 수요가 전례 없는 수준으로 치솟고 있다. 이미지=GPT4o
암호화폐 시장의 사상 최고가 행진과 더불어 해킹 공격도 급증하며 올해 상반기에만 도난액이 22억 달러(32000억 원)를 넘어서자 투자자들의 디지털 자산 보안 불안이 커지면서, 개인 키를 오프라인에 보관하는 '콜드월렛(Cold Wallet)' 등 보안 장치 수요가 전례 없는 수준으로 치솟고 있다고 9(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가 전했다.

최근 비트코인 등 주요 암호화폐의 가격이 연일 사상 최고 기록을 세우면서 시장의 활기가 돌고 있지만, 이는 동시에 불법적인 암호화폐 활동도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는 결과를 낳았다. 디지털 자산 보안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온라인 거래소에 토큰을 직접 보관하는 대신 개인적으로 보안을 강화하려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파리에서 2014년에 설립된 하드웨어 암호화폐 지갑 제조사 레저(Ledger)USB 드라이브처럼 생긴 기기를 판매하며 암호화폐 투자자들이 토큰을 안전하게 보관하도록 돕는다. 레저의 파스칼 고티에 최고경영자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해킹 공격이 매일 점점 늘어난다. 은행 계좌나 암호화폐에 대한 해킹은 내년에도, 그 이후에도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며 올해 매출이 이미 '수억 달러(triple-digit millions)'에 이르는 등 사상 최고의 한 해를 보내고 있다고 밝혔다.

사상 최대 '암호화폐 대도(大盜)' 시대


암호화폐 범죄의 피해 규모는 기록적인 수준이다. 블록체인 데이터 분석 기업 체이널리시스(Chainalysis)의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만 약 22억 달러(32000억 원) 상당의 암호화폐가 도난당했으며, 이 수치는 지난해 전체 도난액보다 많다.

이와 관련해 일부 외신과 시장에서는 올해 상반기 암호화폐 범죄 피해액이 이미 3조 원에 이르고, 연말에는 5조 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는 체이널리시스가 2025년 한 해 암호화폐 범죄 피해액이 40억 달러(58300억 원)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는 등의 시장 보고서와 맥을 같이 한다.

이처럼 해킹 공격이 급증하는 배경에는 비트코인 등 토큰 가격이 연일 최고가를 기록하며 사이버 범죄자들의 공격 동기가 커진 점이 있다. 특히 체이널리시스는 전체 도난 사건 가운데 약 23%가 개인의 지갑을 겨냥한 공격이라고 지적하며, 이 형태의 절도가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블록체인 인텔리전스 기업 TRM 랩스(TRM Labs)의 아리 레드보드 글로벌 정책 책임자는 "합법적인 암호화폐 활동이 기록적인 한 해를 보낸 것과 마찬가지로, 불법적인 암호화폐 활동 역시 기록적인 한 해를 목격했다"고 현상을 진단했다.

실제 북한 해커들은 지난 2월 거래소 바이비트(Bybit)에서 15억 달러(21800억 원) 상당의 암호화폐 토큰을 훔쳐낸 역대 최대 규모의 해킹 사건을 벌이기도 했다. 이와 더불어, 고티에 최고경영자는 "스마트폰과 컴퓨터는 보안이 아닌 소통과 오락을 위해 설계되었다"고 지적하며, 해커들이 더 공격적으로 변하고 있기에 투자자들의 보안 업그레이드 필요성 인식이 커진 것이 자사 성장의 배경이라고 강조했다.

'콜드월렛' 시장, 연평균 30%대 급성장 전망


암호화폐 투자자들이 토큰을 코인베이스(Coinbase)나 바이낸스(Binance) 같은 거래소에 직접 보관하는 대신, 물리적인 장치를 활용해 토큰의 개인 키를 오프라인에 보관하는 방식인 소위 '콜드월렛'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레저 외에도 체코 기반의 트레저(Trezor), 스위스 기반의 탕엠(Tangem) 같은 회사들도 콜드월렛을 제공하며 시장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글로벌 암호화 지갑 시장은 2024137억 달러(199700억 원) 수준에서 2025180억 달러(2624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며, 2033년까지 연평균 성장률(CAGR)30.76%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 중 콜드월렛 시장 역시 2025년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 성장률이 약 29.9%로 예상되는 등 급성장이 예상된다. 보안 인식이 높은 사용자들을 중심으로 콜드월렛의 인기가 꾸준히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레저는 고객을 위한 약 1000억 달러(1457900억 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보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202315억 달러(21800억 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으며, 10T 홀딩스(10T Holdings)와 싱가포르의 트루 글로벌 벤처스(True Global Ventures) 등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한 바 있다.

뉴욕으로 모이는 자금…납치 등 물리적 공격도 증가


TRM 랩스의 레드보드 책임자는 디지털 자산 보유자들이 자산을 안전하게 지키는 방법을 찾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암호화폐 산업이 성장함에 따라 "사람들은 이러한 장치에 대한 필요성을 점점 더 느낄 것"이라고 설명한다.

레저의 고티에 최고경영자는 조만간 뉴욕 증시 상장이나 사적인 투자 유치를 통해 추가 자금 확보를 염두에 두고 있으며, 뉴욕 사무소의 인력도 늘리고 있다. 그는 "내가 뉴욕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은 암호화폐 자금이 오늘날 뉴욕에 있다는 이해를 바탕으로 한다. 세상 어디에도, 특히 유럽에는 없다"고 말하며, 암호화폐 자본이 집중되는 뉴욕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암호화폐 가격 상승이 사이버 범죄뿐 아니라 오프라인 범죄까지 부추기는 현상도 나타난다. 암호화폐 해킹 외에도, 범죄자들이 트레이더들의 자금을 물리적으로 빼앗으려 납치하는 사건도 성행하고 있다. 레저의 공동 창업자 자신과 그의 아내도 올해 초 프랑스에서 납치당했고, 범인들은 암호화폐로 몸값을 요구했다. 체이널리시스는 암호화폐 가격 상승이 "알려진 암호화폐 보유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추가적인 물리적 공격"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암호화폐 시장의 팽창은 곧 보안 인프라 시장의 확대를 의미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급증하는 해킹 위협 앞에서 콜드월렛 시장은 투자자들의 안전한 자산 보관을 위한 필수적인 도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와 같은 보안 강화 추세는 앞으로도 암호화폐 산업의 중요한 동향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