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연은 총재 “극심한 양극화, 연준 금리에도 영향을 준다”

미국 중앙은행 고위 인사가 저소득층의 심각한 경제난이 미국 경제를 침체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지난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FT 인터뷰에서 "저소득층과 중산층 가구들이 생활비 측면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고 있다는 증거가 많다"며 "주거비와 생활비 때문에 많은 가정이 달마다 힘겹게 살고 있다"고 밝혔다.


윌리엄스 총재는 부유층이 "사상 최고치에 근접한" 주식시장 호황의 혜택을 누리는 사이 저소득층과 중산층은 생활고에 시달리는 양극화 현상을 지적했다. 이런 불균형이 미국 경제 전체를 위협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그는 미국 노동시장이 냉각되는 가운데 가계의 이 같은 "분화된" 상황이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 인하 여부를 결정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윌리엄스 총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 부의장이기도 하다.
그는 "무언가 소비자 신뢰를 떨어뜨리는 일이 발생할 수 있고, 전체적으로 보이는 소비 지출 증가세가 예상만큼 견고하지 않을 수 있다"며 "많은 사람이 달마다 힘겹게 살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과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를 포함한 연준 인사들은 최근 윌리엄스 총재가 "많은 힘과 추진력을 갖추지 못했다"고 표현한 노동시장이 일반 미국인의 경제 전망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집중하고 있다. 파월 의장과 월러 이사는 고소득층이 강한 소비 지출을 불균형하게 주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저소득층과 중산층 미국 가구의 어려움은 정치 상황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뉴욕시장 선거에서 생활비 인하를 공약으로 내건 조란 맘다니가 당선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원한 후보들이 뉴욕시장 선거와 버지니아·뉴저지 주지사 선거에서 부진한 성적을 거둔 것도 생활비 위기와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준은 미국 노동시장이 약화되는 징후에 따라 최근 두 차례 정책회의에서 각각 0.25%포인트씩 금리를 인하했다. 시장에서는 다음 달에도 추가 인하를 예상했지만, 파월 의장이 10월 말 추가 금리 인하가 "확정된 결론과는 거리가 멀다"고 밝히면서 불확실성이 커졌다.

윌리엄스 총재는 12월 금리 결정과 관련해 "정말 균형잡힌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런 사실들이 근본적으로 진실이다. 인플레이션이 높고 당장 하락 조짐을 보이지 않는다. 동시에 경제는 회복력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 노동시장이 여전히 "점진적으로 냉각되고 있지만" "더 극적으로 변하지는 않는다"고 평가했다. 연초와 달리 "아무도 경기 침체를 실제로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점도 지적했다.

미국 경제는 윌리엄스 총재를 포함한 많은 이들이 우려했던 것보다 나은 성과를 보였다. 그는 지난 4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가 인플레이션을 4%까지 끌어올리고 경제 성장률을 "1%를 다소 밑도는" 수준으로 떨어뜨릴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신뢰가 회복된 데는 무역 긴장에 대한 우울한 전망이 인공지능(AI)과 AI 관련 투자 붐에 대한 낙관론으로 대체된 것이 크게 작용했다.


윌리엄스 총재는 AI가 생산성 증가를 상당히 끌어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터무니없지 않다"고 평가하면서도 기술이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판단을 유보했다. AI 관련 투자가 성장을 촉진했지만 급등한 주가가 일부 거품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그는 "과도한 투자가 있을 것인가? X사는 성공하고 Y사는 실패하는 투자가 있을 것인가? 그렇다"면서도 "근본적으로 실질적인 무언가가 일어나고 있어서 발생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높은 레버리지가 아니고 상당 부분 자기자본으로 조달되는 한 우려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연준은 10월 회의에서 3년간 중앙은행 대차대조표를 약 2조 달러(약 2915조 원) 축소한 양적긴축(QT) 실험을 종료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자금시장에서 자금 압박 조짐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윌리엄스 총재는 "최근 몇 주간 자금 압박이 지급준비금 수준이 낮아졌다는 상당히 명확한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인정했다. 일부 시장 참여자들은 양적긴축을 당초 계획보다 일찍 끝내자고 요구했다. FOMC가 지난주 12월 1일을 종료 목표일로 정했는데, 이보다 앞당기자는 것이다. 하지만 윌리엄스 총재는 이에 반대하며 "11월까지 계획대로 진행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로리 로건 댈러스 연준 총재가 제안한 기준금리 전환 방안에도 반대 입장을 밝혔다. 로건 총재는 연준의 기준금리를 현재 연방기금 목표 범위에서 환매조건부채권(레포) 시장의 차입 비용을 더 반영하는 금리로 바꾸자고 제안한 바 있다.

윌리엄스 총재는 파월 의장이 공식 경제 자료 부족 때문에 금리 인하 가능성이 낮아진다고 본 견해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정부 폐쇄가 계속되면서 공식 자료 발표가 중단된 상태다. 그는 "정부 폐쇄 상황과 관계없이 더 많은 정보를 얻게 될 것"이라며 "100년 넘게 미국 경제 상태를 나타내는 놀라운 지표와 측정 체계를 개발했다"고 강조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