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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LG 조지아 공장 ICE 급습 후폭풍, 한인 상권 매출 20% 급감 '직격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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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LG 조지아 공장 ICE 급습 후폭풍, 한인 상권 매출 20% 급감 '직격탄'

美 투자 韓 기업 '비자 리스크' 현실화...현지 소상공인, '김치 피자' 퓨전 전략으로 생존 몸부림
미국 조지아주(州) 풀러 지역의 한인 상권이 미 이민세관단속국(ICE)의 현대자동차와 LG 에너지솔루션 배터리 공장 협력사 급습 여파로 심각한 타격을 받고 생존 위기에 놓였다는 소식이다. 이미지=GPT4o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조지아주(州) 풀러 지역의 한인 상권이 미 이민세관단속국(ICE)의 현대자동차와 LG 에너지솔루션 배터리 공장 협력사 급습 여파로 심각한 타격을 받고 생존 위기에 놓였다는 소식이다. 이미지=GPT4o
미국 조지아주() 풀러 지역의 한인 상권이 미 이민세관단속국(ICE)의 현대자동차와 LG 에너지솔루션 배터리 공장 협력사 급습 여파로 심각한 타격을 받고 생존 위기에 놓였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현지 한국 기업들은 주요 고객층인 한인 근로자 약 300명의 대거 이탈로 매출이 급락하자, 미국인 입맛에 맞춘 '맛의 융합(Flavor Fusion)' 메뉴 개발 등 새로운 활로를 찾고 있다.

이러한 현지 상황은 미국 현지 언론인 사바나 모닝 뉴스(Savannah Morning News)가 지난 9(현지시각) 보도했다. 수백 명의 한인 근로자 구금 및 추방 여파로 풀러 주변의 한국 기업들이 겪는 어려움을 구체적인 수치와 함께 전하며, 이번 사태가 미국 내 한국 기업 투자를 둘러싼 '이민 정책 리스크'를 현실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월가 안팎에서 나온다고 전했다.

붕괴하는 '현대발() 이민' 상권...한식당 "매출 최소 20% 감소


조지아주 사바나 인근 지역은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가 지난 202210월 엘라벨에 80억 달러(116600억 원) 이상을 투자한 대규모 전기차 전용 공장을 착공하면서 한국인 인구가 크게 늘어났다. 이 투자로 8500개의 일자리 창출이 예상되었고, 전문 기술을 가진 한국인과 한국계 미국인 숙련 직원들이 대거 이주했다.

이에 따라 풀러 주변에는 한식당 '비원 한식 바비큐''집밥(Zip Bob)' 등 기존의 소수 업체 외에도 새로운 한식당 7곳이 생겼으며, 미용실, 물리 치료사, 식료품점, 부동산 중개인 같은 생활 서비스업까지 12개 이상의 한국 기업이 새롭게 문을 열며 한국 고객을 기반으로 급성장했다.

하지만 이러한 성장은 지난 9ICE의 급습 작전으로 급격히 멈췄다. ICE는 지난 94일 공장 건설 현장에서 주 및 연방 공무원 약 400명을 동원해 약 500명을 구금했는데, 이 중 약 300명이 한국인 근로자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 통신과 사바나 모닝 뉴스 보도에 따르면, ICE는 애초 다른 4명을 표적으로 삼았지만, 출장 비자(B-1 비자)를 가진 한국인 다수를 의도치 않게 소탕한 것으로 풀이된다. 구금된 한국인 근로자 가운데 단 한 명만 미국에 머물 수 있었고, 그마저도 결국 떠났다.

이로 인해 한국 고객에 크게 의존하던 현지 상권은 직격탄을 맞았다. 풀러에서 한국식 프라이드치킨 체인점 '92 치킨'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다니엘 리(Daniel Lee)는 급습이 발생한 9월 이후 사업이 최소 20% 감소했다고 밝혔다. 리 씨는 "그 이후로 급격하게 떨어졌고, 전혀 회복되지 않고 있다", 다가오는 경쟁까지 고려하면 사업을 중단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한국인 이민자들이 유입될 무렵 문을 열었던 '집밥'에서도 급습이 있었던 당일 오후에는 테이블 두 개를 빼고는 거의 비어 있었다. 이 식당 직원은 급습 뒤 고객이 절반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리 씨는 "그 이후로는 아무도 돌아오지 않을 것 같아 그들을 다시는 볼 수 없을 것 같다"며 고객 이탈에 대한 비관적인 생각을 전했다.

현지 소상공인, '단맛·짠맛' 가미한 K-푸드 퓨전으로 생존 모색


현지 상인들은 갑작스러운 주 고객층의 상실에 맞서 생존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그중 하나는 '맛의 융합(Flavor Fusion)'을 통해 더 넓은 미국 고객 기반을 유치하는 것이다.

사바나에서 '빅 본 보데가(Big Bon Bodega)'를 운영하는 케이 헤리티지(Kay Heritage)는 이미 지난 2016년 푸드 트럭을 시작했을 때부터 현지인이 익숙하게 느낄 만한 한국 음식을 소개했다. 그는 신선한 모차렐라치즈 위에 발효한 김치를 얹은 한국식 김치 피자를 개발했는데, 이는 당시 페퍼로니나 고기 피자만큼은 아니어도 인기 메뉴 상위 3위에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김치가 음식에 "완전히 다른 차원"을 더해준다고 설명했다.

리 씨 또한 이러한 변화를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고 생각하며, 메뉴 조정을 준비하고 있다. 리 씨는 "발전해야 한다""메뉴를 다양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식과 미국식의 풍미를 섞어 메뉴를 개편하고, 단맛을 높이고 짠맛을 더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계획이다. 그는 "지역 주민들은 그것을 더 좋아하고, 조금 더 짜고, 조금 더 달다""메뉴에서 조금 덜 매운 것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美 투자의 '예측 불확실성'...'비자 목적 위반' 경고음 울려


이번 조지아주 ICE 급습은 현대차의 대규모 투자에 따라 동반 진출한 한인 근로자와 그들을 기반으로 성장한 현지 한인 상권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었다. 특히 구금 대상이 당초 표적이었던 히스패닉계가 아닌, 출장 비자를 소지한 한인 근로자 약 300명이었다는 사실은 미국에서 활동하는 한국 기업의 파견 인력 운용과 관련해 이민 단속의 불확실성이 큰 위험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 조지아주를 방문했던 브라이언 켐프 주지사도 급습 이전에 한국 방문 계획을 세웠고, 지난 10월에는 한국을 방문해 조지아와 한국의 관계 강화를 목표로 했다. 하지만 리 씨처럼 현지 한인 사회에서는 급습 이후 한인 근로자가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기대가 낮아, 현재의 매출 급감 사태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월가 안팎에서는 이번 사태가 미국 내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는 한국 기업들에 이민 정책과 노동 환경 관련 새로운 리스크로 부각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민세관단속국의 작전은 비록 계획에 없던 한인 근로자의 구금을 낳았지만, 그 후폭풍은 현지 한인 사회의 경제적 기반을 크게 흔드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분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