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관련한 다큐멘터리 편집 논란이 확산되면서 영국 공영방송 BBC의 수장인 팀 데이비 사장이 자리에서 물러났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데보라 터니스 BBC 뉴스 총괄도 같은 날 사퇴했다.
FT는 이번 사퇴가 BBC가 직면한 조직적 위기의 규모를 보여준다고 전했다. 최근 BBC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연설을 오해하게 만들 수 있는 형태로 편집했다는 비판을 받았고 대국민 사과 차원에서 의회 청문회에 나갈 준비를 하던 상황이었다. 백악관은 BBC를 “좌파 선전 기계”라고 비난했다.
데이비 사장은 BBC 내부 이메일에서 “BBC 뉴스에 대한 최근 논란이 나의 결정에 영향을 줬다”며 “몇 가지 실수가 있었고 최고 책임자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터니스 역시 “트럼프 관련 파노라마 프로그램 논란이 BBC에 심각한 손상을 주고 있다”며 “책임은 결국 나에게 있다”고 말했다.
논란의 핵심은 지난해 10월 방송된 BBC 파노라마 다큐멘터리다. 이 프로그램은 지난 2021년 1월 6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있었던 트럼프의 연설을 일부 발췌해 이어붙였다. 방송에는 트럼프가 지지자들에게 “의사당으로 걸어갈 것”이라고 말한 뒤 “지옥처럼 싸울 것”이라고 선동한 것처럼 보이도록 편집된 장면이 포함됐다. 그러나 실제 발언 순서는 다르고, 해당 문장 뒤에는 “용감한 의원들을 응원할 것”이라는 내용이 이어진다.
이 문제는 BBC 윤리지침위원회에서 자문 역할을 했던 마이클 프레스콧 전 자문관의 내부 메모에서 시작됐다. 프레스콧은 BBC가 트럼프 연설뿐 아니라 가자 전쟁, 트랜스젠더 이슈 보도에서도 편향과 편집 오류를 범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서 “BBC 최고 책임자들이 내 연설을 조작하다 들켜서 ‘해고됐다’”고 주장하며 “부패하고 비정직한 사람들”이라고 비난했다.
다만 데이비 사장은 후임자가 선임될 때까지는 BBC 사장직을 유지할 예정이다.
BBC는 오는 2027년 적용될 새 왕실헌장(공영방송 운영 권한) 갱신을 앞두고 영국 정부와 중요한 협상에 들어간 상황이다. FT는 이번 사퇴가 “BBC의 존재 방식과 미래 모델을 둘러싼 정치적 논쟁을 더욱 격화시킬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