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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BBC에 “10억달러 소송” 경고…편집 논란에 수뇌부 무너진 英 대표 공영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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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BBC에 “10억달러 소송” 경고…편집 논란에 수뇌부 무너진 英 대표 공영방송

영국 런던에 있는 BBC 본사.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영국 런던에 있는 BBC 본사.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영국을 대표하는 공영방송인 BBC가 지난 2021년 1월 6일(이하 현지시각) 자신의 연설 장면을 고의로 왜곡했다며 최소 10억 달러(약 1457억 원) 규모의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10일(이하 현지시각) 경고했다.

이번 논란은 이미 BBC 최고위 경영진 두 명의 사퇴로 이어졌고 내부 편향 논쟁과 지배구조 위기까지 겹치면서 영국 공영방송이 수십 년 만에 가장 큰 충격을 맞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1일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 측 법률 대변인은 “BBC가 2024년 10월 방송에서 연설 영상을 악의적으로 편집했는데 이는 미국의 지난해 대선에 개입하려는 의도였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측은 이를 “명백한 명예훼손”이라고 규정했고 “BBC가 대통령이 폭력을 선동한 것처럼 왜곡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변호인단은 BBC에 공식 서한을 보내 “허위이자 비방적인 내용을 철회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서한에는 “금요일까지 조치가 없으면 모든 법적 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다”며 “소송 청구액은 최소 10억 달러(약 1457억 원)”라는 문구가 담겼다고 FT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미국 언론사들을 상대로 잇따라 법적 조치를 취해왔다. 파라마운트와 ABC는 각각 1600만 달러(약 233억 원), 1500만 달러(약 218억 원)를 배상하고 관련 소송을 종결했다.

논란은 BBC 내부로 번졌다. 사미르 샤 BBC 이사회 의장은 11일 “편집 과정에 판단 오류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그는 “그 편집은 시청자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적으로 폭력 행위를 부추긴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유출된 내부 메모에 대해서는 “전체 맥락을 담지 못한 일방적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이 메모는 전직 선데이타임스 정치 에디터였던 마이클 프레스콧이 작성한 문서로 BBC가 트럼프, 가자 전쟁, 트랜스젠더 이슈에 대해 지속적으로 편향을 보였다고 주장했다. 문건이 공개된 뒤 사흘 만에 BBC 사장 팀 데이비와 BBC 뉴스 대표 데보러 터니스가 전격 사임했다.

BBC 내부 관계자들은 이사회가 사과 발표를 두고 며칠 동안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며 “최고위층이 마비됐다”고 말했다.

논란은 BBC의 재원 구조 논쟁에도 불을 붙였다. BBC는 TV를 보유한 모든 가구가 수신료를 내는 방식으로 운영돼왔다. 그러나 넷플릭스와 유튜브 등으로 시청 환경이 빠르게 이동하면서 수신료 방식이 시대에 뒤처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영국 정부는 2027년 만료되는 BBC 왕립 헌장 갱신 과정에서 수신료 유지 여부와 대체 재원 체계를 검토할 예정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