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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커피·쇠고기 등 주요 농산물 관세 전격 인하…"생활비 부담 낮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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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커피·쇠고기 등 주요 농산물 관세 전격 인하…"생활비 부담 낮춘다"

식료품 물가 급등 속 정치적 역풍에 결국 '백기'...토마토·바나나·오렌지·파인애플 등 과일 포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 워싱턴 DC의 백악관 집무실에 앉아 있다.     사진=UPI/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 워싱턴 DC의 백악관 집무실에 앉아 있다. 사진=UPI/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각) 커피·코코아·바나나 및 일부 쇠고기 제품 등 주요 농산물에 대한 관세를 인하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내 식료품 물가 급등을 둘러싼 정치적 역풍에 직면한 가운데 일상 소비재 가격 부담을 낮추라는 압박에 대응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블룸버그 통신과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백악관은 이번 고율 관세 면제가 미국 내 수요를 충족할 만큼 충분히 생산되지 않는 상품들을 대상으로 한다고 밝혔다.

관세 완화 대상에는 토마토·아보카도·코코넛·오렌지·파인애플 등 다양한 과일도 포함됐다. 커피와 함께 홍차·녹차·계피·넛맥 등 향신료류에 대한 관세도 인하된다.
이번 관세 인하 조치는 미국 뉴욕 현지시각으로 12일 오전 12시1분부터 소급 적용된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가 시행되면서 올해 들어 쇠고기·커피·초콜릿 등 미국의 주요 식품 유통업체들은 가격을 인상해 왔다. 이는 수년 간의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이미 압박을 받아온 가계 예산에 추가 부담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CNBC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결정이 미국 기업과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관세가 필요하다는 기존 주장에서 한발 물러선 조치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높은 관세 부담을 결국 미국 소비자가 지게 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블룸버그는 이번 조치가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 정책 초점을 물가 안정 및 생활비 부담 완화로 선회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미국 소비자 물가 상승 압력을 높였다는 사실을 암묵적으로 인정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쇠고기 관세 유예


미국 정부가 쇠고기에 대한 관세 유예를 결정한 배경에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인해 수 개월간 가격이 상승한 점이 작용했다.

지난 1년간 미국은 브라질, 호주, 뉴질랜드, 우루과이 등 주요 쇠고기 공급국에 대해 고율 관세를 부과해 왔다. 세계 2위 쇠고기 생산국인 브라질은 실질 관세율이 75%를 넘는 수준에 달하자 대미 수출이 급감했다. 이는 미국 내 소 사육 두수가 7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시점과 맞물려 가계 부담을 가중시켰다.

가뜩이나 가뭄과 사료비 상승, 비료·철강·알루미늄 관세로 장비 및 유지비용이 늘어난 가운데 미국 목장주들은 가축 사육 규모를 회복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 왔다.

공급 부족은 식료품 가격 급등으로 이어졌다. 미국 노동통계국(BLS)이 발표한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에 따르면, 월간 기준 가공되지 않은 쇠고기 제품의 연간 가격 상승률은 12~18%에 달했다.

커피값 급등...브라질산 50% 관세 여파


미국 내 원두커피 가격은 7월 기준 파운드당 8.41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BLS 자료에 따르면 이는 1년 전보다 33% 오른 수준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브라질산 커피에 50% 관세를 부과하면서 로스팅 및 소매 체인 전반의 비용 부담이 급격히 상승했다. 브라질은 미국 커피 수입의 약 3분의 1을 공급하는 주요 국가다. 베트남, 콜롬비아 등 다른 주요 수출국도 미국 행정부의 광범위한 식품 수입 관세 대상에 포함됐다.

로스터와 카페 업주들은 미국 내에서 소비되는 커피 원두를 생산하지 않기 때문에 관세를 회피할 방법이 없다고 호소해 왔다. 올해 일부 소규모 독립 매장에서는 도매 가격이 18~25% 상승했고, 메뉴 가격 인상 속도를 맞추지 못해 별도의 추가 요금을 부과하는 사례도 발생했다.

미국 소매업계는 관세가 유지될 경우 가격 상승 영향이 더 광범위하게 확산될 수 있다고 경고해 왔다. 세금재단(Tax Foundation)은 8월 보고서에서 미국 식품 수입의 74%가 관세 영향을 받고 있으며, 차, 향신료 등 국내 공급망이 없는 제품에도 이미 타격이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한편, 글로벌 커피 가격은 올해 2월 기록한 50년 만의 최고치 부근에서 등락을 보이고 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