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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정부 셧다운 장기화로 ‘경제 지표 공백’ 발생…연준·시장 모두 안갯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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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정부 셧다운 장기화로 ‘경제 지표 공백’ 발생…연준·시장 모두 안갯속



미국 워싱턴DC의 의사당 건물.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워싱턴DC의 의사당 건물. 사진=로이터


미국 연방정부가 무려 43일간 셧다운을 겪으면서 미국 경제의 흐름을 판단하는 데 필요한 핵심 통계들이 대규모로 누락되는 사상 초유의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노동통계국, 경제분석국, 인구조사국 등 미국의 주요 통계기관은 셧다운 기간 동안 자료를 수집하거나 발표할 수 없었고 이로 인해 경제상황을 해석해야 하는 정책당국과 기업, 투자자 모두가 안개 속에 놓였다는 것이다.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의 토르스텐 슬뢰크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셧다운 동안 미국 경제는 사실상 시야가 전혀 확보되지 않은 어두운 상태에 머물렀다”고 말했다. 그는 “셧다운이 끝났다고 바로 정상으로 돌아오는 것이 아니다”면서 “지금은 안개가 서서히 걷히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셧다운으로 발생한 통계 공백이 단순한 발표 지연을 넘어 일부 자료는 작성 자체가 불가능해졌다는 점이다. 노동통계국은 정규조사를 전면 중단한 채 순환휴직에 들어갔고 물가와 실업률 등 주요 지표를 작성하는 데 필요한 원자료 상당수가 수집되지 못했다. 물가조사의 경우 상당 부분이 오프라인 상점 방문을 통해 얻어지기 때문에 시점을 놓치면 재구성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노동통계국에서 국장을 지냈던 에리카 그로셴은 FT와 인터뷰에서 “2013년 셧다운 때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이라며 “기관의 인력과 역량이 약해진 데다 셧다운 기간이 길어 핵심 지표의 연속성을 복구하는 데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셧다운은 이미 정치적 논란에 휩싸여 있던 연방 통계의 신뢰 문제도 더욱 키웠다고 FT는 지적했다. 지난 8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노동통계국장을 해임하며 “부정적으로 조작됐다”고 주장한 이후 통계기관 내부에서는 정치적 압박과 예산 삭감, 인력 축소가 겹치며 제 기능을 하기 어렵다는 불만이 누적돼 왔다. 통계기관 실무자들은 셧다운 기간 동안 법적으로 어떤 업무도 할 수 없었고 그 결과 10월 지표 중 상당수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게 됐다.

정부와 시장의 의사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는 커지고 있다. 연말을 앞두고 기업들은 소비 흐름과 재고 조정, 고용 계획 등을 세워야 하지만 향후 전망을 가늠할 지표가 사라지면서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RBC의 마이크 리드 이코노미스트는 “소비자 지출과 소득 흐름이 지난 몇 달 동안 불안정했는데, 이번 셧다운으로 기업들은 더 신중해질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미 연방준비제도도 난처한 상황에 놓였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최근 “안개 속에서 운전할 때는 속도를 줄이게 된다”며 통계 공백이 금리 조정 판단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언급했다. 연준은 12월 회의에서 추가 금리 인하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지만 통계가 비어 있는 상황에서 위원들이 뚜렷한 방향성을 잡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바클레이스의 마크 지안노니 이코노미스트는 “연준 내부는 이미 금리 인하 속도와 시점을 두고 이견이 큰데 새로운 자료가 없다면 의견이 더 굳어져 회의가 상당히 격론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백악관은 10월 고용과 물가 지표가 “영원히 공개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셧다운 동안에는 일부 노동통계국 직원이 제한적 인력으로 9월 자료 일부를 처리했지만 대부분의 작업은 금지돼 있었고 이미 지나간 시기의 데이터를 다시 확보하기 어려운 만큼 상당수 지표는 통계 시계열에서 ‘영원한 빈칸’으로 남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