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세 워런 버핏 CEO 사임과 S&P 500에 뒤처진 주가 해법은? 배당-투명 경영 요구 거세
이미지 확대보기에이블 신임 CEO는 주가 부진을 해소하고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평가를 받는 버크셔를 21세기형 기업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배당금 지급, 분기별 실적 설명회 개최, 거액의 현금(달러) 자산 활용 방안 마련 등 산적한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진단이 나온다.
'오마하의 현인' 시대 종언, 1조 달러 공룡 기업의 새 수장
전설적인 투자자 워런 버핏(95)이 60년간 이끌어 온 버크셔 해서웨이의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나고, 그가 직접 지명한 후계자 그레그 에이블(Greg Abel) 부회장(63)이 오는 연말부터 새로운 시대를 열게 된다. 버핏은 회장직은 유지하며 조언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지만, 버크셔의 경영 방식과 기업 문화는 큰 변화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시장 일각에서는 이번 CEO 교체가 버크셔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기회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버핏은 최근 몇 년 동안 투자에 신중해지고 현금(달러) 보유 규모가 지나치게 커지면서 회사 성장에 발목을 잡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실제로 버크셔 해서웨이 주식은 2025년 들어 11% 상승하는 데 그쳐 S&P 500 지수의 16% 상승률에 뒤처졌으며, 지난 3년, 10년, 15년 동안에도 지수 수익률을 밑돌았다. 이는 '오마하의 현인'답지 않은 성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버크셔 해서웨이는 시가총액 1조 달러(약 1455조 원) 이상, 세후 순이익 창출 능력 약 500억 달러(약 72조 7700억 원), 그리고 3500억 달러(약 509조 4200억 원) 이상의 현금을 보유한 거대 기업으로 꼽힌다. 버핏은 이번 주 주주들에게 보낸 추수감사절 편지에서 버크셔의 사업들이 전반적으로 "평균보다 약간 나은 전망"을 가지고 있다고 언급하며 회사의 견고한 기초 체력을 강조했다.
버핏의 최근 성과 부진과 3500억 달러 현금 보유 문제
버핏의 최근 투자 성과는 '평균보다 약간 나은 전망'이라는 자신의 발언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다. 특히 지난 10년 넘게 진행된 대규모 인수합병(M&A)은 다소 실망스럽다.
예를 들어, 루브리졸(Lubrizol)은 2011년 97억 달러(약 14조 1100억 원)에 인수했지만, 현재까지도 수익은 인수 당시와 큰 차이가 없다. 크래프트 하인즈(Kraft Heinz)도 버크셔가 투자한 90억 달러(약 13조 원)보다 현재 지분 가치가 낮다. 프리시전 캐스트파츠(Precision Castparts) 역시 370억 달러(약 53조 8500억 원)에 인수한 지 10년 만에야 투자액보다 가치가 높아졌으나, 다른 항공우주 관련 투자보다 성과가 저조했다.
종합적으로 버크셔는 이 다섯 건의 인수에 투입한 약 800억 달러(약 116조 4400억 원)를 S&P 500 지수 펀드에 넣었을 때보다 낮은 수익률을 기록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에드워드 존스의 짐 샤나한 애널리스트는 "버크셔는 현금(달러)을 비축하는 동안 주식시장 상승세를 놓쳤다"고 지적했다. 버핏의 은퇴 발표 이후 버크셔 주식은 5% 하락한 반면, S&P 500 지수는 20% 상승하여 '버핏 프리미엄'이 빠져나가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에이블 신임 CEO, '탈(脫) 버핏'을 위한 세 가지 핵심 전략
경영 컨설팅 기업인 CFRA의 캐시 시퍼트 애널리스트는 "에이블 신임 CEO는 강력한 운영 및 재무 관리 배경을 가지고 있지만, 버핏 같은 전문적인 자산 운용 경험이나 '월가 신뢰'는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에이블은 버핏의 방식을 고수하기보다 버크셔를 '정상적인 기업'으로 만들기 위한 세 가지 새로운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먼저, 대규모 배당금 지급과 자사주 매입 재개다.
버크셔가 안고 있는 가장 시급한 과제는 3500억 달러가 넘는 현금을 어떻게 할 것인가이다. 대규모 인수합병은 현 주식시장 상황에서 어려워 보인다. 이에 에이블이 고려할 수 있는 방안으로는 자사주 매입과 배당금 지급이 있다.
버크셔는 1960년대 후반의 소액 배당 이후 배당금을 지급한 적이 없지만, 현재 거의 모든 비(非) 기술 대형 기업이 배당을 한다. 버핏이 이끄는 동안에는 투자자들이 버핏에게 현금을 맡기는 데 편안함을 느꼈으나, 에이블 체제에서는 배당에 저항할 명분이 약해진다.
연 2% 배당금을 지급한다면 버크셔는 해마다 약 200억 달러(약 29조 1100억 원)를 지출하게 되며, 이는 영업이익의 50%에도 못 미친다. 이 경우에도 버크셔의 현금 수준은 줄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일부에서는 특별 배당까지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주식 환매도 거론된다. 2024년 5월 이후 주식 환매를 중단한 버크셔가 이를 재개하는 것도 현금 활용 방안으로 제시된다.
다음은 투자 포트폴리오의 변화 모색이다.
버핏이 은퇴하면 버크셔의 3000억 달러(약 436조 6500억 원) 규모 주식 포트폴리오 운용을 두고도 변화가 예상된다. 현재 버핏은 대부분의 포트폴리오를 직접 관리하고, 투자 관리자 토드 콤스(54)와 테드 웨슬러(64)가 약 10%를 맡고 있다. 버핏은 과거 에이블이 포트폴리오를 맡아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어, 두 투자 관리자의 역할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
에이블은 버크셔의 일부 주식 포트폴리오를 S&P 500 지수 펀드로 대체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버크셔의 지난 10년간 주식 선정 기록은 애플과 일본 종합상사를 제외하고는 혼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한, 다른 보험사들이 투자의 대부분을 채권(고정 수입 증권)에 투자하는 것처럼, 에이블은 현재 170억 달러(약 24조 7400억 원)에 불과한 버크셔의 채권 포트폴리오를 확대할 수도 있다.
끝으로, 기업 구조의 현대화 및 투명성 강화다.
버크셔는 게이코(Geico) 같은 보험 부문과 벌링턴 노던 산타페(Burlington Northern Santa Fe) 철도, 버크셔 해서웨이 에너지 등 거대 사업부를 거느린 세계 최대의 복합기업이다. 최근 들어 복합기업은 투자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으며, 버크셔의 복잡한 사업 구조는 투자자들에게 불확실성을 안겨준다.
버크셔는 60개가 넘는 자회사를 보유하지만, 실제 회사의 가치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사업부는 10개 남짓이다. 에이블은 규모가 작은 사업부의 분사(spin-off) 또는 매각을 고려하여 경영의 최적화 수준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에이블은 버핏의 엄격한 인수 기준을 완화할 수 있으나, 자신이 잘 아는 에너지 및 유틸리티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는 조언이 있다.
버크셔는 투자자 관계, 대외 홍보, 사내 법률 고문 등 다른 대기업에는 일반적인 기능이 없다. 에이블은 이러한 기능을 추가하고, 분기별 실적 설명회를 개최하며 루브리졸 등 자회사의 실적 정보를 정기적으로 공개하는 등 재무적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를 받는다.
에이블의 성공 조건은 새로운 비전 제시와 신뢰 확보
에이블 신임 CEO의 궁극적인 성공은 버핏 없이 버크셔의 신뢰도를 확립하는 데 달렸다는 지적이다. 글렌뷰 트러스트의 빌 스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회사의 절대적인 재무 건전성이 안심이 된다"며 "다각화된 사업과 놀라운 대차대조표 덕분에 버크셔 주식을 보유하면 밤에 잠을 잘 잘 수 있다"고 밝혔다. 에드워드 존스의 짐 샤나한 애널리스트도 버크셔의 주식 가치가 주당 장부 가치(book value)의 약 1.5배로 합리적인 수준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에이블은 자신의 능력과 회사에 대한 확신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는 2022년 말과 2023년 초에 약 1억 달러(약 14550억 원) 상당의 버크셔 주식을 매입하여 현재 총 1억 7500만 달러(약 2547억 원) 상당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대부분의 CEO보다 많은 액수이지만, 버핏의 지분(약 14%, 1500억 달러 상당)과는 비교할 수 없다. 에이블이 현재 주가 수준에서 추가로 주식을 매입하는 것은 주주들에게 신뢰와 헌신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행위가 될 수 있다.
에이블은 버크셔의 오랜 주주들이 고령화되는 상황에서 새로운 세대의 투자자를 유치해야 하는 숙제도 안고 있다. 에이블이 그의 능력(able)을 증명하는 한, 버크셔는 계속해서 가치 있는 투자처로 남을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