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원유 수입 70% 통과 요충지, 중동 긴장 1년 만에 재점화
이미지 확대보기뉴스위크는 15일(현지시각) 미국 해군 제5함대가 이번 사건을 "적극적으로 감시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고황산 경유 3만 톤 실은 유조선 강제 억류
이란 국영 TV는 14일 혁명수비대 성명을 인용해 "유조선이 무허가 화물 운송 위반으로 나포됐다"고 전했다. 억류된 선박은 '탈라라(Talara)'호로, 아랍에미리트(UAE) 해안을 출발해 싱가포르로 향하던 중 이란 영해로 강제 예인됐다. 이 선박에는 고황산 경유 3만 톤이 실려 있었으며, 키프로스 소재 컬럼비아 선박관리(Columbia Shipmanagement) 회사가 운영하고 있다.
컬럼비아 선박관리는 성명에서 "14일 오전 8시 22분(현지시간) UAE 해안에서 약 20해리(37킬로미터) 떨어진 지점에서 선박과 연락이 끊겼다"며 "관련 당국과 협력해 선원들과 연락을 회복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국 해사무역운영센터(UKMTO)는 이 사건을 "국가 주도 가능성이 높은 표적 공격"으로 평가했다. 선장 보고에 따르면 소형 군용 선박 3척이 접근해 선교를 향해 녹색 레이저를 비춘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해군 중부사령부는 "마셜제도 국적 탈라라호 사건을 인지하고 있으며 상황을 적극 감시 중"이라며 "상선은 공해상에서 항행과 상업 활동을 방해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해군의 MQ-4C 트라이턴 무인정찰기가 나포 당시 수 시간 동안 해당 수역 상공을 선회하며 상황을 관찰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제유가 2% 상승, 공급 차질 우려 반영
이번 나포 사건으로 국제유가가 즉각 반응을 보였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14일 전날보다 2.4% 오른 배럴당 60.0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국제 원유 가격 지표인 브렌트유도 2.2% 상승한 배럴당 64.39달러를 기록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추가 긴장이 고조될 경우 유가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에너지 전문 매체 릭존(Rigzone)은 "이란의 유조선 나포와 지정학 리스크가 유가에 새로운 위험 프리미엄을 더했다"고 분석했다.
하루 2000만 배럴 통과하는 에너지 생명선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석유의 약 20%, 천연가스의 3분의 1이 지나가는 핵심 수송로다. 하루 평균 2000만 배럴의 원유가 이 해협을 통과한다. 가장 좁은 구간 폭이 약 33킬로미터에 불과한 이 해협은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잇는 유일한 항로로,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쿠웨이트, UAE, 카타르 등 중동 산유국의 석유가 세계 시장으로 나가는 관문이다.
한국은 전체 원유 수입량의 약 70%를 중동 지역에서 들여오고 있으며, 중동산 원유의 99%가 호르무즈 해협을 거쳐 들어온다. 해협 봉쇄나 통행 제한이 현실화할 경우 국내 에너지 수급에 직접 타격이 불가피하다.
국제해사기구와 해운업계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호르무즈 해협과 오만만을 통과하는 상선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 일부 해운사들은 안전 대책을 보강하거나 항로 변경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은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여러 차례 서방 제재에 맞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위협해 왔으나, 실제 전면 봉쇄를 단행한 적은 없다. 다만 개별 선박에 대한 나포와 억류는 간헐적으로 발생해 왔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