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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LG 조지아 합작공장 '한국인 구금' 사태 이후 美 '대규모 ICE 단속' 재발 가능성 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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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LG 조지아 합작공장 '한국인 구금' 사태 이후 美 '대규모 ICE 단속' 재발 가능성 낮아

트럼프 "외국 전문 인력 필요" 인정…도요타·현대 배터리 공장, 개별 단속 가능하지만 '수백 명 동시 체포' 시나리오는 배제
조지아주 서배너 서쪽 브라이언 카운티에 위치한 엘라벨에 위치한 현대자동차그룹의 메타 플랜트 아메리카 제조 시설. 사진=연합뉴스/현대자동차 제공이미지 확대보기
조지아주 서배너 서쪽 브라이언 카운티에 위치한 엘라벨에 위치한 현대자동차그룹의 메타 플랜트 아메리카 제조 시설. 사진=연합뉴스/현대자동차 제공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공장에서 지난 9월 한국인 기술자 300여 명이 구금된 사건이 미국 정부의 이민 단속 방식을 바꿔놓으면서, 노스캐롤라이나주 도요타 배터리 공장 등 유사 시설에서 대규모 단속 재발 가능성은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미 현지 매체 라이노타임스가 지난 16(현지시각)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조지아 사건이 촉발한 외교 파장과 경제 충격이 워싱턴의 단속 전략 수정을 이끌어냈다.

9월 조지아 단속, 한미 외교 위기로 비화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은 지난 94일 조지아주 엘라벨에 위치한 현대-LG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을 급습해 475명을 구금했다. 이 가운데 300명 이상이 한국 국적 기술자들이었다. CNNABC뉴스 보도를 종합하면, 구금자들은 손목과 발목, 가슴에 쇠사슬로 묶인 채 버스에 실려 구치소로 이송됐다. 미 국토안보부는 이 작전을 "국토안보수사 역사상 최대 규모 단일 현장 단속"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단순 노동자가 아니라 현대차와 LG76억 달러(111100억 원)를 투입한 배터리 공장 설비를 설치하고 미국인 근로자를 훈련시키기 위해 파견된 전문 기술 인력이었다. 한국 정부는 즉각 강력히 반발했다. ABC뉴스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 노동부 장관은 "전쟁터를 연상케 하는 장면"이라며 "전쟁 포로도 이런 식으로 다루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블룸버그통신 인터뷰에서 "한국 기업들이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는 미국 공장에서 한국 근로자가 이런 대우를 받는다면, 향후 투자를 재고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나는 반대했다"…전문 인력 비자 개선 약속


외교적 파문이 확산되자 미국 정부는 빠르게 수습에 나섰다. 크리스토퍼 란다우 국무부 부장관이 서울을 방문해 유감을 표명했고, 구금됐던 한국인 기술자 대부분은 자발적 출국 형태로 한국으로 귀국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말 에어포스원 기내에서 기자들에게 "나는 이 단속에 매우 반대했다""그들이 떠나기 전에 머물 수 있다고 말했고, 그들은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밝혔다. CNN비즈니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복잡한 기계와 장비를 만들 때는 최소한 초기 단계에서는 외국 전문 인력을 데려와야 한다"고 인정했다.

현대차 미국법인 호세 무뇨스 최고경영자(CEO)CNN과 인터뷰에서 "이런 배터리 공장에 필요한 매우 특수한 전문 기술이 미국 내에 없다는 것을 지난 몇 주간 배웠다""이런 사람들이 5~6차례 입국할 수 있는 특별 비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장이 완성되면 그들은 다시 오지 않는다"며 단기 전문 인력 비자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CNN 보도에 따르면 일부 한국인 기술자들은 이미 현장으로 복귀한 것으로 확인됐다.

도요타 배터리 공장, 대규모 단속 우려 사라져


라이노타임스는 조지아 사태 이후 노스캐롤라이나주 랜돌프카운티에 건설 중인 도요타 배터리 공장에서 유사한 대규모 단속이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분석했다.

노스캐롤라이나 주정부와 지역 당국이 수년간 공을 들여 유치한 이 프로젝트는 주 역사상 최대 규모 제조업 투자 사업으로, 수십억 달러가 투입된다. 매체는 "외교적 위기와 경제적 충격을 겪은 뒤, 대규모 기습 단속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워싱턴은 미국 공장이 안전한 투자처라는 점을 동맹국들에게 재확인시키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개별 근로자에 대한 표적 단속은 여전히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ICE는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새로운 단속 활동을 전개하고 있으며, 이번 주 샬럿에서 고강도 작업장 단속을 실시했다. 그러나 수백 명을 한꺼번에 체포하는 방식은 배제됐다는 게 현지 분석이다. 라이노타임스는 "조지아 단속은 연방··지방 당국이 경제 개발과 이민 단속을 더 이상 별개로 다룰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하게 만들었다""도요타 공장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수백 명을 버스에 태우고 쇠사슬로 묶는 대신 조용한 조율과 비자 문제 해결, 개별 출국 조치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캘리포니아서 '노동 착취' 소송 직면


같은 시기 미국 서부에서는 현대차와 기아가 또 다른 법적 분쟁에 휘말렸다. 비영리단체 잡스투무브아메리카는 지난 13일 로스앤젤레스카운티 고등법원에 양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고 마이뉴스LA17일 보도했다.

소송은 캘리포니아주 파운틴밸리에 본사를 둔 현대차 미국법인과 어바인 소재 기아 미국법인이 아동·수감자·이민자 노동 착취가 만연한 공급망을 활용하면서도 이를 숨기고 캘리포니아 공공기관과 계약을 체결했다고 주장한다.

소송 대리인인 브라이언 올니 변호사는 기자회견에서 "이 사건은 현대차가 정부 기관에 판매하는 친환경 전기차 뒤에 숨겨진 더러운 비밀에 관한 것"이라며 "현대차는 자동차 운전도 할 수 없는 13세 어린이들을 동원해 차량을 만들고, 수감자 노동과 강제 노동, 심지어 인신매매에 의존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마리아 엘레나 두라소 캘리포니아주 상원의원(민주당)"이런 혐의가 사실이라면 심각한 문제"라며 "공급망 관행이 캘리포니아에서 불법인 기업에서 어떻게 공공기관이 차량을 구매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로스앤젤레스시 의회 우고 소토마르티네스 의원도 "혐의가 사실이라면 구매 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기아 미국법인 제임스 벨 대변인은 "기아 아메리카는 소장의 혐의를 부인하며, 연방··지방 노동법을 준수하는 공급업체하고만 협력한다"고 밝혔다. 현대차 관계자 알라스데어 콜먼은 "이런 혐의는 근거 없는 것"이라며 "우리는 무엇보다 근로자의 안전과 복지를 우선시하며 모든 연방 및 주 규정을 완전히 준수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현대차는 최근 기존 19만 개 일자리에 더해 25000개 일자리를 새로 만드는 260억 달러(38조 원) 투자를 발표했다""조지아 신규 공장에서는 2031년까지 8500명을 고용해 주 전역에 직간접적으로 4만 개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