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독립 규제기관 '필아톰' 출범…"안전 보장 없인 재가동 불가"
韓 타당성 조사 속 美·현지 기업 '눈독'…"재생에너지가 낫다" 반발도
韓 타당성 조사 속 美·현지 기업 '눈독'…"재생에너지가 낫다" 반발도
이미지 확대보기17일(현지시각) 필리핀 현지 언론 필스타에 따르면 카를로 아키노 PNRI 소장은 최근 기자회견을 통해 "필아톰(PhilAtom)은 다른 국가들과 유사한 독립적인 원자력 규제 기관을 필리핀에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밝혔다. 그는 이 독립 규제기관의 존재가 외국 원자력 기술 도입의 핵심 전제조건임을 분명히 했다.
아키노 소장은 "(원전) 기술을 판매하는 많은 국가의 요구 사항"이라며 "독립적인 규제 기관이 없다면 그들은 (필리핀과) 관계를 맺지 않을 것이다. 필아톰이 안전을 보장하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필아톰은 지난 9월 봉봉 마르코스 대통령이 서명한 공화국법 12305호(필리핀 국가 원자력 안전법)를 통해 설립됐다. 이 법안은 필리핀 정부가 2032년까지 1200메가와트(MW)의 원자력 에너지 생산을 목표로 함에 따라, 국가 내 원자력 기술의 안전하고 평화적인 적용을 위한 법적 틀을 제공한다.
결국 바탄 원전은 엄격한 안전 기준을 충족할 경우에만 운영 라이선스를 받을 수 있다. 아키노 소장은 이러한 원칙이 "어디서든 일어난 사고는 모든 곳의 사고"라는 PNRI의 기본 이념을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제대로 건설되지 않았다면 작동이 허용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이 독립적인 원자력 규제 기관을 갖는 것의 이점"이라고 덧붙였다.
4000개 결함·부패 얼룩 '마르코스 유산'
바탄 원전은 현 마르코스 대통령의 아버지인 고(故)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시니어 독재 정권 시절인 1976년 건설이 시작됐다. 621MW의 전력을 생산하도록 설계되어 1984년 완공됐으나, 상업 운전은 단 한 번도 이뤄지지 못한 채 현재까지 휴면 상태로 남아있다.
완공 직후 안전성 문제가 불거진 데 이어,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고와 마르코스 시니어의 축출이 겹치면서 바탄 원전은 가동이 중단됐다. 이후 비평가들과 전문가들은 바탄 원전이 주요 단층선에 근접해 있어 지진 발생 시 원전과 주변 지역 사회가 심각한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지속적으로 경고해왔다.
과거 조사를 통해 건설, 설계, 방사성 폐기물 관리 시스템 전반에 걸쳐 4000개가 넘는 결함이 발견되기도 했다.
이 프로젝트는 건설 당시부터 논란의 중심에 섰다. 원자로를 건설한 곳은 웨스팅하우스 일렉트릭이다. 총 23억 달러(약 3조 3600억 원)의 비용이 투입됐는데, 다른 제조업체들이 더 낮은 입찰가를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마르코스 시니어와 그의 측근들이 이 거래를 통해 수백만 달러를 챙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거대한 부패 스캔들로 비화했다.
필리핀 국민들은 단 한 번도 사용하지 못한 이 원자력 발전소의 건설 비용을 짓기 시작한 지 약 32년 만인 2007년에야 겨우 다 상환했다.
韓 타당성 조사 속 '운영권' 경쟁
40년 넘게 잠자던 바탄 원전의 재가동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누가 운영을 맡게 될 것인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현재 한국의 한 기업이 바탄 원전에 대한 타당성 조사를 진행 중이다.
아키노 소장은 원설계자인 웨스팅하우스의 재활성화 참여 여부는 계약상 협의에 달려있다고 설명했다. 만약 타당성 조사를 진행 중인 한국이 운영사가 될 경우, 웨스팅하우스와 경쟁하거나 협력해야 할 수도 있다.
필리핀 최대 전력 소매업체인 메랄코(Meralco) 역시 바탄 원전 부활에 관심을 표명한 상태다. 메랄코 측은 바탄 원전 재가동이 필리핀이 원자력을 도입하는 "가장 빠른 경로"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아키노 소장은 운영사가 누가 될지에 대해 "아직 어떠한 보장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운영사는 라이선스, 안전 및 원전 공급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PNRI 측은 바탄 원전 부활이 필리핀의 원자력 도입에 가장 비용 및 시간 효율적인 경로라고 보고 있다. 아키노 소장은 재가동에 약 3000만 달러(약 439억 원)의 비용과 4년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환경단체인 그린피스와 같은 반대론자들은 새로운 원자력 에너지 법안(PhilAtom 설립)이 사고를 완전히 예방할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바탄 원전에 연료를 공급하고 운영하는 것이 더 안전하고 깨끗한 재생 가능 에너지원에 자금을 지원하는 것보다 비용이 더 많이 들 것이라고 강조한다.
현재 필리핀 에너지부(DOE)는 필리핀 최초의 상업용 원자력 발전소에 대한 민간 투자를 장려하기 위한 정책 프레임워크와 인센티브를 개발 중이며, 2026년까지 관련 프로젝트 제안을 접수할 계획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