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獨·中 정부, 2년간 6.4兆원 지원 경쟁
애리조나 3개 팹 건설 가속…해외 시설 투자로 공급망 재편 주도
애리조나 3개 팹 건설 가속…해외 시설 투자로 공급망 재편 주도
이미지 확대보기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대만 TSMC(台積電)가 최근 2년간 미국, 일본, 독일, 중국 등 주요 국가 정부로부터 총 1470억 대만달러(약 6조 9000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규모의 보조금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약 47억 1000만 달러(약 6조 9000억 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TSMC가 전 세계적인 반도체 공급망 재편 움직임 속에서 공격적인 해외 확장을 가속화하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주는 수치다.
18일(현지시각) 타이베이타임스와 TSMC가 발표한 재무 자료에 따르면, 이 거대 파운드리는 올해 3분기에만 각국 정부로부터 47억 7000만 대만달러(약 2240억 원)를 지원받았으며, 이에 따라 올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 누적된 보조금 총액은 약 719억 대만달러(약 3조 3771억 원)에 달한다. 여기에 지난해 TSMC가 받은 재정 지원금 751억 6000만 대만달러(약 3조 5300억 원)를 합산하면, 약 2년 동안 확보한 정부 보조금은 총 1470억 대만달러(약 6조 9000억 원)에 이른다. 이 천문학적인 규모의 보조금은 첨단 반도체 생산 역량을 자국 내에 유치하려는 주요국들의 치열한 경쟁 구도를 극명하게 드러낸다.
글로벌 생산 거점 확장
TSMC는 이처럼 확보한 정부 지원금을 해외 자회사들의 부동산, 시설, 장비 구매에 주로 사용했다고 밝혔다. 보조금이 투입된 주요 해외 거점은 △미국 애리조나주 TSMC 애리조나 법인 △독일 드레스덴의 유럽 반도체 제조 법인 △일본 구마모토현의 일본 첨단 반도체 제조 법인 △중국 장쑤성 난징의 TSMC 난징 법인 등 네 곳이다. 회사는 또한 이 자금들이 해외 생산 시설과 관련된 운영 비용 및 지출에도 배분되었다고 덧붙였다.
특히 미국 애리조나의 경우, TSMC는 특정 투자 금액의 25%에 해당하는 지원금을 신청할 자격이 주어진다. TSMC는 현재 애리조나에 650억 달러(약 95조 원)를 투자해 3개의 첨단 반도체 공장(Fab)을 건설하고 있으며, 이 중 첫 번째 공장은 이미 지난해 4분기에 양산을 시작했다. TSMC는 나아가 이 주에 3개의 공장, 2개의 칩 패키징 공장, 1개의 연구 개발(R&D) 센터를 추가로 건설하기 위해 1000억 달러(약 140조 원)를 더 투자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일본 구마모토현에서는 TSMC의 첫 번째 공장이 지난해 말 상업 생산을 개시했으며, 현재 두 번째 공장 건설 작업이 진행 중이다. 독일 드레스덴에서도 TSMC는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고 있으나, 이 공장의 양산 시점은 고객 수요와 시장 상황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난징에서는 TSMC가 12인치 웨이퍼 공장을 운영 중이며, 이곳에서는 성숙 공정인 28나노미터(nm) 공정을 2022년부터 생산에 투입하고 있다.
보조금 기반 전략적 투자
TSMC가 지난 2년간 주요국 정부로부터 확보한 1470억 대만달러 규모의 보조금은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기업의 해외 확장 전략에 결정적인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각국 정부는 자국 내 반도체 제조 역량 강화를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으며,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한 TSMC는 이러한 지정학적 환경을 활용해 전 세계에 분산된 생산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이러한 정부 보조금은 TSMC가 미국, 일본, 독일 등지에서 진행하는 대규모 시설 투자의 재정적 부담을 상당 부분 경감시켜주는 핵심 역할을 수행한다. 특히 미국 애리조나에 집중된 첨단 공정 투자와 일본 구마모토의 생산 거점 확장은 TSMC의 '지정학적 리스크 분산' 및 '주요 고객사 근접 지원' 전략의 핵심 축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 같은 보조금 경쟁이 향후 몇 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각국이 반도체를 단순한 산업 부품이 아닌, 국가 안보 및 경제 패권을 좌우하는 핵심 전략 자산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TSMC는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생산 역량을 강화하고, 동시에 여러 국가의 정책적 지원을 확보함으로써 안정적인 글로벌 입지를 다지고 있다.
TSMC의 재무 데이터는 전 세계 정부들이 자국 반도체 공급망 확보를 위해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지를 수치로 증명한다. 이 거대 보조금은 TSMC가 전례 없는 속도로 글로벌 제조 생태계를 확장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TSMC가 확보한 자금은 단순히 재무적 이익을 넘어, 향후 수년간의 글로벌 반도체 지형을 재편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