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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 뒤흔든 ‘방산 명암’…이스라엘은 ‘뇌물 스캔들’, 한국은 한국형 호위함 ‘순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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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 뒤흔든 ‘방산 명암’…이스라엘은 ‘뇌물 스캔들’, 한국은 한국형 호위함 ‘순항’

이스라엘 플라산, 장갑차 수주 후 ‘유착 의혹’ 피소…경쟁사 “평가 조작” 반발
HD현대중공업·LIG넥스원, 호위함 건조 본격화…‘기술이전·현지화’로 신뢰 굳혀
남미 페루 방산시장에서 극명한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이스라엘 업체가 따낸 장갑차 도입 사업은 ‘입찰 비리’와 ‘불공정 시비’로 얼룩진 반면, 한국 기업이 주도하는 해군 현대화 사업은 잡음 없이 본궤도에 올랐다. 이미지=GPT4o이미지 확대보기
남미 페루 방산시장에서 극명한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이스라엘 업체가 따낸 장갑차 도입 사업은 ‘입찰 비리’와 ‘불공정 시비’로 얼룩진 반면, 한국 기업이 주도하는 해군 현대화 사업은 잡음 없이 본궤도에 올랐다. 이미지=GPT4o
남미 페루 방산시장에서 극명한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이스라엘 업체가 따낸 장갑차 도입 사업은 입찰 비리불공정 시비로 얼룩진 반면, 한국 기업이 주도하는 해군 현대화 사업은 잡음 없이 본궤도에 올랐다. 페루 정부가 추진하는 군 전력강화 프로젝트에서 한국 방산 기업들이 투명한 사업 관리와 기술력을 앞세워 신뢰를 쌓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디펜스블로그와 SSBCrack 등 외신은 19(현지시간) 페루 내무부의 장갑차 도입 사업 논란과 페루 해군의 신형 호위함 건조 착수 소식을 각각 비중 있게 보도했다.

핵심 기술평가 누락…이스라엘 플라산 선정 두고 뒷돈 의혹증폭


페루 내무부가 추진한 2400만 달러(352억 원) 규모의 장갑차 도입 사업이 공정성 시비에 휘말렸다. 논란의 핵심은 이스라엘 방산업체 플라산 사사(Plasan Sasa)가 수주한 샌드캣(Sandcat) EX12’ 장갑차 56대 계약이다.

현지 언론 라 레푸블리카(La República)와 디펜스블로그 보도를 보면, 인도 DCM 슈리람(DCM Shriram)과 이스라엘 가이아 베리(Gaia Behri)로 구성된 컨소시엄은 지난 13일 페루 내무부에 입찰 과정에서 심각한 부정행위와 편파 판정이 있었다며 계약 무효를 요구하는 공식 항의 서한을 보냈다.

의혹은 입찰을 주관한 페루 내무부 운영지원실(OGAF) 책임자의 행보에서 불거졌다.

로니 마티엔조 멘도사(Ronnie Matienzo Mendoza) OGAF 실장은 임명 2주 만인 지난 7일 플라산과 계약을 체결했고, 서명 8일 뒤 돌연 사임했다. 특히 현지 언론은 마티엔조 전 실장이 사임 하루 전, 플라산의 대리인 세사르 랜드만(César Landman)3시간 가까이 비공개 회동을 가진 사실을 폭로했다.

인도-이스라엘 컨소시엄 대표인 모니시 다타(Monish Datta) 예비역 준장은 항의 서한에서 평가위원회가 작전 요구 성능을 검증하는 데 필수적인 기술 평가 항목을 고의로 누락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납기 일정 등을 객관적으로 비교해야 할 절차를 무시한 채 특정 업체에 유리하도록 평가 기준을 자의적으로 적용했다고 지적했다.

OGAF 측은 경쟁 컨소시엄이 파트너십 증빙 서류를 제출하지 않아 탈락시켰다고 해명했지만, 컨소시엄 측은 기한 내에 해명을 요구했음에도 묵살당했다고 맞서고 있다. 이번 파문으로 페루 내무부의 조달 시스템 전반에 대한 불신이 커지는 모양새다.

HD현대중공업·LIG넥스원, 페루 해군 현대화 첫 삽…기술 동맹 과시


진흙탕 싸움이 벌어지는 장갑차 사업과 달리, 한국 기업이 참여한 해군 함정 건조 사업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SSBCrack19일 페루 국영 시마(SIMA) 조선소에서 페루 해군을 위한 3400톤급 다목적 호위함 건조가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이날 행사에는 페루 해군 고위 관계자와 시마 조선소, HD현대중공업 경영진이 참석해 첫 강재 절단(Steel Cutting) 기념식을 가졌다.

이번 프로젝트는 총사업비 46300만 달러(6793억 원) 규모로, 호위함 1척과 원해경비함(OPV) 1, 상륙함 2척을 건조하는 대형 사업이다. HD현대중공업은 함정 설계와 건조 기술을 제공하고, 시마 조선소와 협력해 2029년까지 함정을 인도할 계획이다.

주목할 점은 단순한 판매를 넘어선 산업 협력모델이다. HD현대중공업은 엔지니어와 기술진을 페루 현지에 파견해 기술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 페루 정부는 이를 통해 자국 조선업의 자립 기반을 다지겠다는 구상이다. 실제로 이번 사업에는 배선, 도료, 주방 설비 등 다양한 기자재를 페루 현지 업체에서 조달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센서에서 슈터까지…한국형 통합 전투체계 남미 상륙


이번에 건조하는 신형 호위함은 HD현대중공업의 주력 수출 모델인 ‘HDF-3200’을 기반으로 한다. 여기에 LIG넥스원이 개발한 최첨단 전자전 체계와 통합 전투 시스템이 탑재된다.

SSBCrack신형 호위함에는 한국 LIG넥스원의 전자전 역량이 포함돼 탐지 센서부터 무장 타격까지(Sensor-to-Shooter)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통합 작전 수행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노르웨이 콩스버그(Kongsberg)사의 추진 시스템 등 글로벌 선진 부품도 함께 적용된다.

페루 해군은 이번 호위함 도입을 시작으로 노후화한 함정 전력을 순차적으로 교체할 예정이다. 한국 기업들이 이번 사업을 성공적으로 완수할 경우, 향후 이어질 후속 사업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글로벌 방산시장에서는 가격 경쟁력뿐만 아니라 사업 관리의 투명성과 기술 이전 약속 이행 여부가 수주를 가르는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뇌물 의혹으로 얼룩진 이스라엘 업체의 사례와 기술 협력을 앞세운 한국 기업의 행보는 페루 정부에 주는 의미가 다르다는 것이 현지 반응이다.

현지 업계에서는 이스라엘 업체의 스캔들이 반사이익으로 작용해, 신뢰성을 증명한 한국 방산 기업들이 남미 시장에서 입지를 더욱 넓힐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으며, 장갑차 사업은 페루 감사 당국의 조사 결과에 따라 재입찰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