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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모건서 엡스타인 의심 거래 4700건 포착…미 하원 금융 기록 소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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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모건서 엡스타인 의심 거래 4700건 포착…미 하원 금융 기록 소환장

도이체방크 포함 15억 달러 규모…성매매 자금세탁 추적 본격화
미국 뉴욕에 있는 JP모건체이스 본사.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뉴욕에 있는 JP모건체이스 본사. 사진=로이터
미국 하원이 글로벌 금융기관 두 곳에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의 금융 기록 제출을 강제하는 소환장을 발부했다. 폴리티코는 18(현지시간) 하원 감독정부개혁위원회가 JP모건 체이스와 도이체방크에 엡스타인 관련 금융 기록 제출을 요구하는 소환장을 발부했다고 보도했다

JP모건서 4700건 의심거래 적발


소환장에 따르면 JP모건 체이스는 엡스타인이 보유했던 계좌들에 대한 내부 조사를 진행했으며, 이 과정에서 4700건의 거래를 '의심스러운 거래'로 분류했다. 제임스 코머 하원 감독위원장(공화·켄터키)은 이날 JP모건 체이스와 도이체방크에 소환장을 발부하면서 미국령 버진아일랜드 고든 리아 법무장관에게도 추가 문서를 요청했다.

엡스타인은 도이체방크에도 계좌를 보유했으며 2013년부터 2018년 말까지 이 은행과 거래했다. 소환장은 "이번에 요구하는 기록은 위원회의 성매매 관련 법률 집행에 대한 감독 활동을 도울 것"이라며 "특히 엡스타인과 기슬레인 맥스웰에 대한 수사와 기소 처리 과정을 검증하는 데 필요하다"고 밝혔다.

하원 감독위는 지금까지 엡스타인 관련 문서 65000건을 공개했다. 코머 위원장은 재무부에 엡스타인 관련 의심거래 보고서를 요청했으며, 재무부는 전면 협조하고 있다. 법무부도 지난 8월 소환장을 받은 뒤 현재까지 33000쪽 분량의 기록을 제출했다.

플라스켓 의원 문자 교환 논란 확산


리아 법무장관에 대한 문서 요청은 스테이시 플라스켓 하원의원(민주·버진아일랜드)2019년 마이클 코언 청문회 도중 엡스타인과 협의한 정황이 지난주 공개된 뒤 나온 조치다. 엡스타인은 버진아일랜드의 리틀 세인트 제임스섬과 그레이트 세인트 제임스섬을 소유했던 인물이다.

공개된 문자 메시지에 따르면 엡스타인은 20192월 코언 청문회를 시청하면서 플라스켓 의원에게 "코언이 로나를 언급했다. 비밀 관리자"라고 문자를 보냈다. 로나 그라프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이다. 플라스켓 의원은 "로나? 급해요, 제가 다음 차례인데 그게 약자인가요"라고 답했다. 이후 플라스켓 의원이 코언을 심문할 때 그라프에 대해 질문했으며, 심문이 끝난 뒤 엡스타인은 "잘했다"는 문자를 보냈다.

하원 자유코커스는 지난 18일 플라스켓 의원에 대한 문책 결의안 표결을 진행했으나 209214로 부결됐다. 공화당 의원 3명이 민주당과 함께 반대표를 던졌다. 이 결의안은 플라스켓 의원을 문책하고 하원 정보위원회에서 제명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법무부 파일 공개 법안 통과


이날 하원과 상원은 법무부가 엡스타인 관련 정보를 추가로 공개하도록 강제하는 법안을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을 앞두고 있다.

하원 민주당 제이미 래스킨 의원(메릴랜드)은 지난달 JP모건 체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 도이체방크, 뱅크오브뉴욕멜론 등 4개 은행 최고경영자에게 엡스타인 관련 금융 기록 자발적 제출을 요청한 바 있다. 래스킨 의원에 따르면 이들 은행은 엡스타인과의 거래에서 15억 달러(22000억 원) 규모의 의심스러운 거래를 처리했다.

JP모건 체이스는 2023년 엡스타인 피해자들의 집단소송에서 29000만 달러(4260억 원)를 지급하는 합의안을 받아들였으며, 버진아일랜드가 제기한 별도 소송에서도 7500만 달러(1100억 원)를 지급했다. 도이체방크도 같은 해 7500만 달러를 피해자들에게 지급하는 합의안을 수용했다.

금융기관 자금세탁 방지 의무 재조명


이번 사건은 글로벌 금융기관들의 의심거래 보고 의무 이행 실태를 재조명하고 있다. 미국 은행비밀보호법은 금융기관들이 자금세탁이나 성매매 같은 범죄 혐의가 있는 거래를 발견하면 즉시 금융범죄단속네트워크에 보고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대형 금융기관들이 엡스타인처럼 막대한 자산을 보유한 고객에 대해서는 의심거래 징후를 포착하고도 묵인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JP모건은 엡스타인 사망 이후에야 의심거래 보고서를 제출했으며, 도이체방크는 엡스타인이 2008년 성범죄 유죄 판결을 받은 뒤에도 6년간 거래를 지속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의회 조사가 금융기관들의 자금세탁 방지 시스템 강화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월가에서는 고액 자산가에 대한 고객 확인 절차가 한층 강화되고, 의심거래 적발 시스템에 대한 규제 당국의 감시가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