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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우크라이나 평화협정 추진...국제유가, 1개월來 최저치로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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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우크라이나 평화협정 추진...국제유가, 1개월來 최저치로 '뚝'

원유 공급 과잉 우려 재점화…브렌트·WTI 동반 급락
6월 11일 미국 텍사스 미들랜드 남쪽에서 펌프잭과 시추 장비가 보인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6월 11일 미국 텍사스 미들랜드 남쪽에서 펌프잭과 시추 장비가 보인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국제유가가 21일(현지시각) 하락세를 이어가면서 에너지주도 동반 약세를 보였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평화 협정 추진에 나서면서 시장 전반에 매도 심리가 확산한 영향이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1월 인도분 선물은 전날보다 1.29% 내린 배럴당 62.56달러에 마감했다. 브렌트유는 전날에도 0.2% 하락한 바 있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월 인도분은 1.59% 떨어진 배럴당 58.06달러에 장을 마쳤다. WTI는 최근 5거래일 중 4일간 하락하며 종가 기준 지난달 21일 이후 1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평화 협상 타결 가능성이 부각되자 이미 공급 과잉 상태인 원유 시장에 추가적인 물량이 유입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며 유가 하락을 견인했다.
유럽 에너지 시장도 침체 흐름을 면치 못했다. 유럽의 스톡스 석유·가스 지수는 2.4% 내렸고, 영국의 셸과 BP 주가는 각각 약 1% 하락했다. 노르웨이 에퀴노르(Equinor)는 2.3% 떨어졌고, 독일 지멘스 에너지는 10% 급락했다.

시장은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 중인 러시아·우크라이나 평화 협정안의 세부 내용에 주목하며 경계감을 높였다.

AP에 따르면 미국은 유출된 초안에서 우크라이나가 크림반도와 루한스크, 도네츠크 등을 러시아에 내주고, 향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가입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우크라이나가 ‘신뢰할 수 있는’ 안보 보장을 받는 대신, 우크라이나 군 규모를 60만 명으로 제한하는 조항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CNBC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이번 평화안이 러시아에 유리한 내용이 많아 우크라이나가 이를 수용할 가능성은 낮다고 관측했다.

브뤼셀 소재 싱크탱크 브뤼겔(Bruegel)의 군트람 볼프 선임연구원은 미국이 추진 중인 우크라이나-러시아 평화안이 실제 합의로 이어질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고 밝혔다.
볼프 연구원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대화를 이어가는 것은 언제나 좋은 일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보지만, 제시된 평화안의 세부 내용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핵심적으로 이 평화안은 우크라이나가 군 병력을 상당 부분 줄여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우크라이나의 군 규모를 약 90만 명에서 60만 명으로 3분의 1가량 축소하라는 것은 사실상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덴마크 투자은행 삭소뱅크 전략가들 보고서에서 “미국이 러시아와 함께 작성한 초안의 조건을 우크라이나가 수용하도록 압박하면서 국제유가가 추가 하방 압력을 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삭소뱅크는 미국의 이번 조치가 이날 발효된 미국의 러시아 원유 생산업체 로스네프트와 루코일에 대한 제재, 강세를 보이는 미 달러화 및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다음 금리 결정에 대한 시장의 기대와 맞물려 에너지 시장 전반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평화협정이 진전되고 제재가 해제될 경우 내년 대규모 공급 과잉이 예상되는 시장에 추가 공급이 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지적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