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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생활비 낮추려 3000억 달러 현급 지급 고려…유권자 72% "물가 대응 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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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생활비 낮추려 3000억 달러 현급 지급 고려…유권자 72% "물가 대응 불만"

사회주의 뉴욕 차기 시장과 포퓰리즘 경쟁, 미 재정적자 1조8000억 달러 육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급락한 생활비 정책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3000억 달러(4416000억 원) 규모 현금 지급 카드를 꺼내들었다. 배런스는 지난 21(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 노선은 정반대인 뉴욕시 차기 시장 조란 맘다니와 생활비 인하 경쟁을 벌이면서 재정 건전성을 뒷전으로 밀어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정반대 이념의 생활비 동맹


트럼프 대통령과 사회주의 정치인 맘다니는 지난주 백악관 집무실에서 회동을 갖고 생활비 인하라는 공동 목표를 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동 자리에서 "그의 아이디어 중 일부는 내 생각과 같다"고 말했다. 백악관이 맘다니를 공산주의자라고 비난한 지 하루 만이었다.

두 사람은 뉴욕 전력업체 콘에디슨의 전기요금을 낮춰야 한다는 데 합의했고, 이날 콘에디슨 주가는 곧바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맘다니는 저렴한 주택 공급을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됐는데, 이를 실현하려면 뉴욕시가 헌법상 부채 한도를 넘어서는 차입이 필요한 상황이다.

맘다니는 뉴욕 트럼프 지지자 10명 중 1명이 자신을 지지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내 유권자 상당수가 실제로 그에게 투표했는데 괜찮다"고 말했다.

트럼프 지지율 급락과 정책 급선회


트럼프 대통령이 생활비 정책에 적극적으로 나선 배경에는 참담한 여론조사 결과가 있다. 마켓대학 로스쿨이 지난주 실시한 조사에서 성인 응답자 72%가 트럼프 대통령의 인플레이션과 생활비 대응에 불만을 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8일 미국-사우디 투자 행사에서 "우리가 오르는 건 주식시장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S&P500 지수는 지난 21일 종가 기준 최근 고점 대비 4.2% 하락한 상태다.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최근 연간 기준 3%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목표치 2%를 웃돌고 있다. 다만 202269.1%까지 치솟았던 정점과 비교하면 크게 낮아진 수준이다.

생활비 여론 악화로 트럼프 대통령은 정책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바나나 같은 수입 식품에 부과하던 관세를 삭감했다. 목장업자들의 반발과 아르헨티나 금융지원 패키지에 대한 국민 여론 악화에도 아르헨티나산 쇠고기 수입을 늘려 식료품 가격을 낮추려 하고 있다.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저소득층과 중산층에게 1인당 2000달러(294만 원)씩 지급하는 현금 지원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총 비용은 3000억 달러에 이른다. 트럼프 대통령의 참모들은 국가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거의 100%에 이르는 상황에서 이 돈을 부채 상환에 쓰는 편이 낫다고 조언하고 있다.

포퓰리즘 경쟁의 파장


시그넘글로벌어드바이저스의 정치 분석가 조지 폴락은 고객 보고서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앞으로 수개월간 현금 지급을 핵심 과제로 삼는다면 의회 승인을 받기에 충분한 지지를 얻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맘다니와 회동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현금 지급을 더욱 강력히 추진할 가능성이 커졌다. 맘다니가 민주당에 대담하고 재정 부담이 큰 경제 공약으로 공화당 지지자까지 끌어올 수 있다는 신호를 보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민에게 생활이 나아지고 있다는 점을 증명하려는 압박을 받게 됐다.

월가에서는 두 정치인의 생활비 정책 경쟁이 장기적으로 미국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21일 백악관 회동을 지켜본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트럼프와 맘다니가 함께 움직이면 자본주의자들이 걱정해야 할 상황"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한국 경제에는 어떤 영향이 미칠까


트럼프 대통령의 3000억 달러 현금 지급 정책은 한국 경제에도 직접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미 재무부가 지난달 17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5회계연도 미국 재정적자는 18000억 달러(2649조 원)GDP 대비 5.8%를 기록했다. 여기에 3000억 달러 현금 지급이 추가되면 재정적자는 더욱 확대된다.

미국의 재정적자 확대는 달러 강세로 이어진다. 미국 정부가 국채 발행을 늘리면 투자자들이 높은 금리를 요구하고, 이는 달러 가치 상승을 부른다. 실제로 한국 원화는 1121일 달러당 1469.66원을 기록하며 지난 7월 이후 4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원화 약세는 한국 기업들의 수입 원자재 비용을 높이고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다. 한국개발연구원은 지난 10월 발표한 경제전망에서 미국 달러 강세와 대미 수출 둔화를 이유로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1.6%에서 0.8%로 절반 가까이 낮췄다. 국제통화기금(IMF)11월 보고서에서 "미국 재정정책 변화와 달러 강세가 한국 원화 변동성을 높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