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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유력지, 한림건설 '1251억 텍사스 골프장 빅딜' 집중 조명…"韓 자본, 제조 넘어 레저로 영토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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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유력지, 한림건설 '1251억 텍사스 골프장 빅딜' 집중 조명…"韓 자본, 제조 넘어 레저로 영토 확장"

오스틴 비즈니스 저널, 등기부 분석해 대서특필…단순 투자 넘어 '삼성 벨트' 배후 인프라 장악 신호탄
매입가 8500만 달러 공식 확인…팰컨헤드 등 '알짜 3인방' 선점으로 오스틴 부동산 큰손 부상
미국 텍사스오스틴의 에이버리 랜치(Avery Ranch) 골프장 모습. 사진=에이버리 랜치 골프장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텍사스오스틴의 에이버리 랜치(Avery Ranch) 골프장 모습. 사진=에이버리 랜치 골프장
한국의 중견 건설사인 한림건설(Hanlim Construction)이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Austin) 지역의 골프장 3곳을 인수한 사실이 뒤늦게 미국 현지 유력 경제지를 통해 상세히 분석 보도됐다. 지난 10월 국내 언론을 통해 인수 사실이 알려졌으나, 구체적인 매입가와 현지 등기부(Deed Records)상의 세부 내용, 그리고 현지 부동산업계의 평가가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스틴 지역 경제 전문지인 '오스틴 비즈니스 저널(Austin Business Journal, 이하 ABJ)'은 21일(현지 시각) 자 기사를 통해 한림건설의 골프장 3곳 인수를 비중 있게 다뤘다. ABJ는 이번 딜의 규모를 8500만 달러(약 1251억 원)로 특정하며, 이것이 단순한 골프장 매입을 넘어 텍사스 지역 내 급증하는 '한국 기업 생태계(Korean Corporate Ecosystem)'의 확장을 상징하는 사건이라고 평했다.

"8500만 달러의 베팅"…베일 벗은 '딜'의 실체


국내에는 '8000만 달러 중반대'로만 알려졌던 인수 금액이 현지 등기 자료와 취재를 통해 8500만 달러(약 1251억 원)임이 공식 확인됐다. ABJ는 윌리엄슨 카운티와 트래비스 카운티의 등기 기록을 인용, 한국의 한림건설이 현지 법인을 통해 △팰컨헤드 골프 클럽(Falconhead Golf Club) △에이버리 랜치 골프 클럽(Avery Ranch Golf Club) △테라비스타 골프 클럽(Teravista Golf Club)의 소유권을 완전히 이전받았다고 보도했다. 이번 거래는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 기업인 콜리어스 인터내셔널(Colliers International)이 중개했다.

현지 언론이 주목한 지점은 '타이밍'과 '주체'다. 삼성전자의 테일러 파운드리 공장 건설로 오스틴 일대에 한국계 협력사들과 주재원들이 대거 유입되는 시점에, 한국의 건설사가 지역 내 핵심 레저 인프라를 선점했기 때문이다. ABJ는 "이번 거래는 오스틴 지역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한국 기업들의 관심이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강력한 신호(Signify)"라고 분석했다. 이는 한국 자본이 공장이나 사무실 같은 '생산 시설' 투자를 넘어, 골프장과 같은 '라이프스타일 및 실물 자산' 영역으로 빠르게 스며들고 있음을 시사한다.

오스틴 '알짜' 3인방 품었다…철저한 현지화 전략


한림건설이 인수한 3곳의 골프장은 오스틴 지역 내 퍼블릭 코스 중에서도 상위 레벨에 속하는 자산이다. ABJ가 공개한 '남성 백티 슬로프 레이팅(Men's Back Tee Slope Rating)' 자료에 따르면, 이들 골프장은 난이도와 코스 관리 상태 면에서 지역 내 최상위권에 포진해 있다.

특히 주목할 곳은 '에이버리 랜치(Avery Ranch)'다. 오스틴 북서부에 위치한 이곳은 이미 현지 한인들 사이에서 '만남의 광장'으로 통할 만큼 인기가 높다. 한림건설은 인수 대상 선정 단계부터 철저하게 '한국인 커뮤니티와의 접근성'과 '현지 주류 사회의 평판'을 동시에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팰컨헤드와 테라비스타 역시 오스틴의 부촌(富村)과 인접해 있어, 단순한 골프장 운영 수익 외에도 향후 부동산 가치 상승에 따른 시세 차익(Capital Gain)까지 기대할 수 있는 매물이다.

오스틴은 미국 내에서도 인구 유입이 가장 활발한 도시다. 주거 및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규모 토지를 깔고 앉은 골프장의 자산 가치는 시간이 갈수록 높아질 수밖에 없다. 현지 부동산 전문가들은 "한림건설이 8500만 달러(약 1251억 원)라는 거액을 배팅한 것은 당장의 운영 수익(Cash flow)뿐만 아니라, 텍사스 부동산 시장의 장기 우상향 곡선에 올라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제조 넘어 서비스로…'K-비즈니스'의 진화


이번 보도는 텍사스 내 '코리아 머니'의 성격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과거 한국 기업의 텍사스 투자가 삼성전자를 필두로 한 제조업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건설, 레저, 서비스 등 연관 산업으로 생태계가 확장되고 있다. 한림건설의 이번 행보는 이러한 흐름의 최전선에 있다.

국내에서 이미 한림 용인CC, 한림 안성CC 등을 운영하며 잔뼈가 굵은 한림건설은 한국식 디테일한 코스 관리와 서비스 노하우를 미국 현지에 접목할 계획이다. 현지 매체들은 기존 미국 골프장들이 시도하지 않았던 IT 기반의 예약 시스템이나 한국식 고객 맞춤형 서비스가 도입될 경우, 오스틴 골프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내다봤다.

ABJ는 기사 말미에 오스틴 지역 공공 골프장 순위를 덧붙이며, 한림건설이 인수한 골프장들이 지역 골프 생태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재차 강조했다. 이는 한국 기업이 인수한 자산이 지역 사회의 핵심 인프라로 기능하고 있음을 인정한 것이다.

미국 현지의 집중 보도는 한림건설의 투자가 단순한 '해외 진출 1호' 성과를 넘어, 텍사스 경제 내에서 한국 기업이 주류(Mainstream) 플레이어로 부상했음을 알리는 상징적 사건임을 확인시켜 주었다. 1251억 원이라는 과감한 투자가 오스틴의 붉은 토양 위에서 어떤 '녹색 성공 신화'를 써 내려갈지, 현지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