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금융 전유물 '고정금리' 빗장 풀어…변동성 지친 중산층 정조준
"이자 폭탄 없다" 차주 리스크 은행이 떠안는 역발상…시장 판도 흔들기
"이자 폭탄 없다" 차주 리스크 은행이 떠안는 역발상…시장 판도 흔들기
이미지 확대보기인도네시아 주택담보대출(KPR) 시장의 문법이 바뀌고 있다. 그동안 '만기 고정금리'는 이자 수취를 금지하는 샤리아(Sharia·이슬람 율법) 금융의 고유 영역이었다. 시중은행들이 이 빗장을 풀고 고정금리 시장에 난입하며 전선이 확대되는 양상이다. 이 격전의 중심에 한국계 은행인 우리소다라은행(BWS·Bank Woori Saudara)이 섰다. 변동금리의 불확실성에 지친 현지 중산층을 겨냥해 '20년 전 기간 고정금리'라는 파격적인 카드를 꺼내 들었다.
25일(현지 시각) 현지 언론 인베스터와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소다라은행은 최근 주택담보대출 프로그램 '무브 인 퀵클리(Move In Quickly)'를 론칭하고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섰다. 핵심은 금리 변동 리스크의 '제로(0)화'다. 최장 20년의 만기 동안 연 8.99%의 확정 금리를 제공한다. 통상 인도네시아 시중은행들이 대출 초기 3~5년만 고정금리를 적용하고 이후 시장 금리에 연동된 변동금리(Floating Rate)로 전환해 금리 인상 위험을 차주(대출자)에게 전가하던 관행을 정면으로 깨뜨렸다.
'20년 고정' 파격…관행 깬 역발상
현지 자본시장 전문가들은 우리소다라은행의 행보를 '시장 패러다임 변화에 대한 기민한 대응'으로 해석한다. 핀트라코 증권(Phintraco Sekuritas)의 아디티야 프라요가(Aditya Prayoga) 연구원은 "최근 수년간 글로벌 고금리 기조와 경제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금융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급격히 보수적으로 돌아섰다"며 "특히 변동금리 리스크에 노출되기를 꺼리는 현상이 뚜렷하다"고 진단했다.
"이자 폭탄 없다" 중산층 안심 마케팅
우리소다라은행의 전략은 장기 재무 플랜의 안정성을 중시하는 'MZ세대'와 신혼부부 계층에 소구력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20년간 8.99%로 고정된 금리는 외부 경제 충격과 무관하게 원리금 상환액을 고정시킴으로써 가계 재무의 가시성을 확보해 준다. 이는 단순한 대출 상품을 넘어, 생애 주기를 설계하는 젊은 층에게 '금융 안전판'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아디티야 연구원 역시 "가정을 꾸리는 초기 단계의 차주들에게 상환액이 변하지 않는다는 확신은 막대한 심리적 안정감을 부여한다"고 덧붙였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상품 출시를 시중은행의 '공격적 혁신' 사례로 꼽는다. 은행 입장에서 20년 장기 고정금리는 향후 조달 금리가 상승할 경우 역마진이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안고 가는 구조다. 그럼에도 우리소다라은행이 이를 감행한 것은, 경쟁이 치열한 자카르타 등 대도시 부동산 금융 시장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현실적 차주 겨냥한 '틈새 공략'
아디티야 연구원은 "부동산 가격이 지속적으로 우상향하는 상황에서 소비자는 더 이상 막연한 낙관론에 기대지 않는다"며 "그들은 현실적이고 계산적이다. 우리소다라은행은 변동금리보다 다소 높더라도 리스크가 통제된 상품을 원하는 시장의 '니치마켓(틈새시장)'을 정확히 파고들었다"고 평가했다.
우리소다라은행의 이번 승부수는 '이슬람 은행 대 시중은행'으로 양분됐던 인도네시아 대출 시장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들고 있다. 고정금리라는 무기를 장착한 시중은행의 반격이 시작되면서, 현지 은행권의 금리 경쟁과 상품 구조 고도화 경쟁은 한층 격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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