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공급 부족은 구조적 현상" 반박…전문가 "HBM 집중 투자로 범용 D램 물량 감소, 시장 경제 자연스런 결과"
이미지 확대보기가격 폭등의 실체…PC용 램 16만 원→64만 원
2025년 들어 범용 D램 가격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4분기 범용 D램 가격이 전 분기 대비 4550% 상승하고, HBM을 포함한 전체 D램 가격은 5055% 상승할 전망이다.
IT 전문 매체 XDA디벨로퍼의 기술 칼럼니스트 애덤 콘웨이는 최근 칼럼을 통해 "D램 가격 폭등을 오직 AI 탓으로 돌리는 업계의 주장은 신뢰하기 어렵다"며 과점 기업들의 수익 극대화 전략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2000년대 초반 메모리 업계의 가격 담합 전력을 거론하며 현재 상황에 의구심을 표했다.
실제로 DDR4 8Gb 가격은 5월 2.4달러에서 11월 초 8.95달러로 3.7배 상승했고, DDR5 16GB 가격은 같은 기간 5.5달러에서 20달러를 돌파했다.
오픈AI '스타게이트' 프로젝트가 촉발한 공급 절벽
업계에 따르면 오픈AI가 추진 중인 초대형 AI 인프라 프로젝트 '스타게이트'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월 최대 90만 장 규모의 D램 웨이퍼 공급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전 세계 D램 생산량의 약 40%를 차지하는 천문학적 물량이다.
클라우드서비스업체들이 D램 물량을 적극적으로 확보하면서 공급사들의 재고가 급속히 감소하고 있다. HBM 생산에는 일반 D램보다 3배 많은 웨이퍼 투입이 필요하며, 2023년 30주치 이상이던 메모리 재고는 현재 약 8주치 수준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국내 전문가 "담합 아닌 시장 경제의 자연스런 현상"
국내 메모리 반도체 업계와 전문가들은 담합 의혹을 강력히 반박한다. 이들은 현재 상황이 수요와 공급의 시장 원리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강조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담합이 성립하려면 서로 뭔가를 주고받거나 만나야 하는데, 2000년대 초반 이후로는 절대로 그렇게 하지 않는다"며 "대신 공중에 정보를 날리는 방식으로 시장 신호를 주고받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분석가들은 제조사들이 생산 역량을 재배분하면서 메모리 가격이 상승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새로운 생산라인이 가동되더라도 상당 부분이 HBM에 집중되기 때문에 기존 D램과 낸드는 구조적으로 부족한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한 메모리 반도체 전문가는 "메모리는 예전처럼 경기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는 범용 부품이 아니다. 이제는 제조사가 가격을 주도할 만큼 중요한 병목 자원으로 바뀌고 있다"며 "이는 시장 경제의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강조했다.
삼성·SK하이닉스 "인위적 감산 없다"…과학적 해명 나서
양사는 담합 의혹에 대해 적극적이면서도 합리적인 해명에 나섰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 고위 임원은 최근 미국 행사에서 "우리는 인위적 감산은 없다"고 명확히 밝혔다. 삼성전자는 평택캠퍼스에 P5 공장 착공을 단행하고 AI로 인해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중장기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기존 생산 라인은 대부분 가동률이 포화 상태이며, 주요 고객사와 프리미엄 제품 중심으로 생산 물량이 배정돼 있는 상태다.
SK하이닉스는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빅테크 기업의 공격적인 AI 인프라 투자 확대로 D램, 낸드 등 가격 상승이 본격화되면서 우호적인 시장 분위기가 조성됐다"며 "5세대 HBM 12단 출하량 증가와 고성능 DDR5 판매 등으로 시장 수요 증가에 따라 범용 제품까지 가격이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구조적 공급 부족, 2027년까지 지속 전망
삼성전자의 평택 P4와 SK하이닉스의 M15X는 HBM 전용 팹으로 운영되고 있어, 범용 D램 생산라인 증설 여지는 매우 제한적이다. 양사가 건설 중인 신규 공장은 각각 2027년 4월과 5월 완공 예정으로, 실제 생산 라인 가동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천문학적인 AI 설비투자 지출은 HBM을 넘어 범용 D램 수요로까지 이어지는 양상이다. AI 추론 워크로드가 증가하면서 수많은 사용자의 요청을 동시다발로 처리하기 위해선 대용량의 빠른 DDR5가 서버에 필수적으로 탑재돼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D램 공급업체들은 오랜 기간 실적 부진을 겪어왔고, 갑자기 투자를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HBM 수요 대응에 집중하는 한, 메모리 공급 부족이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역대급 실적 vs 소비자 부담…균형점은
증권가에서는 2026년이 메모리 슈퍼사이클 정점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D램 영업이익률이 40~50%로 회복되고 있으며, 내년에는 역대 최대치인 2017년의 70% 수준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메모리 가격 상승 압박은 데이터센터에만 그치지 않는다. 스마트폰, PC, IoT 기기 등 다양한 스마트 디바이스에 사용되는 저가형과 고급형 DDR 메모리 모두가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메모리 가격 상승으로 완제품 제조사들이 원가 상승 비용을 소비자들에 전가할 수 있다"며 "이는 자연히 수요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국 지금의 사태는 AI라는 거대한 시대적 흐름과 이에 따른 구조적 공급 부족, 그리고 시장 경제의 수요-공급 원리가 맞물린 복합적 결과다. 담합 의혹과 시장 원리 사이의 논쟁은 계속되겠지만, 전문가들은 메모리 반도체가 더 이상 단순한 범용 부품이 아닌 AI 시대의 핵심 전략 자원으로 변모했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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