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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억 달러' 美 방산 스타트업 안두릴, 무인정 12척 동시 오작동·산불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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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억 달러' 美 방산 스타트업 안두릴, 무인정 12척 동시 오작동·산불 사고

한화·HD현대 협력사 기술 결함 논란…우크라이나선 전파방해 무력화
해군 훈련 중 "인명 손실 위험" 경고·무인 전투기 2개월 지연…"빠른 실패" 전략 도마 위
기업가치 300억 달러(약 43조 9800억 원)로 평가받는 미국 방산 스타트업 안두릴 인더스트리스(Anduril Industries)가 자율무기 시험 과정에서 무인정 집단 마비, 드론 추락 화재, 우크라이나 실전 실패 등 연쇄 안전사고를 일으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안두릴이미지 확대보기
기업가치 300억 달러(약 43조 9800억 원)로 평가받는 미국 방산 스타트업 안두릴 인더스트리스(Anduril Industries)가 자율무기 시험 과정에서 무인정 집단 마비, 드론 추락 화재, 우크라이나 실전 실패 등 연쇄 안전사고를 일으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안두릴
기업가치 300억 달러(439800억 원)로 평가받는 미국 방산 스타트업 안두릴 인더스트리스(Anduril Industries)가 자율무기 시험 과정에서 무인정 집단 마비, 드론 추락 화재, 우크라이나 실전 실패 등 연쇄 안전사고를 일으켜 논란이 일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27(현지시각) 보도했다.

해군 훈련 중 무인정 12'작동 정지'…밤새 예인 작업


지난 5월 캘리포니아 앞바다에서 실시한 해군 훈련 중 안두릴의 자율 소프트웨어 '래티스(Lattice)'를 탑재한 블랙시 테크놀로지스(BlackSea Technologies) 제작 무인정 30여 척 가운데 12척 이상이 명령을 거부하고 동시에 작동을 멈췄다. 이들 무인정은 안전장치가 작동하면서 '죽은' 상태로 수면에 떠 있었으며, 군 관계자들은 다음날 오전 9시까지 밤새 예인 작업을 진행했다.

훈련 종료 뒤 작성한 보고서에서 네 명의 해군 장병은 "안두릴 인더스트리스의 지속적인 작전 보안 위반, 안전 위반, 계약 수행 오도가 있었다""소프트웨어 구성을 즉시 수정하고 검증하지 않으면 병력에 극도의 위험과 인명 손실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통상적인 훈련 보고서에서 보기 드문 강경한 표현이다.

안두릴은 래티스 소프트웨어가 아닌 블랙시 테크놀로지스의 선박 소프트웨어 버그가 원인이라고 해명했다. 훈련에 정통한 세 명의 관계자는 안두릴이 소프트웨어를 올바르게 구현하는 책임을 맡았기 때문에 회사 측 책임이라고 지적했다.

오리건주서 드론 추락 22에이커 산불…소방차 3대 출동


안두릴이 공군과 체결한 무인 전투기 '퓨리(Fury)' 프로그램도 차질을 빚었다. 지난 8월 지상 시험 중 일시적으로 설치한 시험 장비의 못이 엔진 흡입구로 빨려 들어가 엔진이 손상됐다. 이 사고로 첫 비행이 지연돼 지난 1031일에야 첫 비행에 성공했다. 경쟁사인 제너럴 아토믹스(General Atomics)8월 첫 비행에 성공한 것보다 두 달 늦은 것이다.

지난 8월 오리건주에서 실시한 앤빌(Anvil) 대드론 시스템 시험 중에는 드론이 추락하면서 22에이커(27000) 규모의 산불이 발생했다. 안두릴은 자체 차량으로 화재를 진압하려 했으나 실패했고, 지역 소방서 소방차 3대가 출동해 불을 껐다. 정보공개법 요청을 통해 입수한 사고 보고서에는 검게 그을리고 뒤틀린 드론 잔해와 불에 탄 지형이 담겨 있다.

우크라이나 전선서 전파방해 무력화…SBU "2024년 사용 중단"

안두릴의 유일한 실전 경험인 우크라이나 전선에서도 문제가 드러났다. 전직 직원들과 우크라이나 현지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알티우스(Altius) 배회 드론은 적의 전파방해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크라이나 보안국(SBU) 일부 최전선 병사들은 드론이 추락하고 목표물 타격에 실패하는 문제를 겪었으며, 2024년 사용을 중단한 뒤 이후 배치하지 않고 있다.
안두릴은 우크라이나에 "거의 지속적으로" 인력을 배치해 소프트웨어와 무기를 업데이트하고 있으며, 드론이 다수의 러시아 자산에 효과적이었다고 밝혔다.

한화·HD현대와 파트너십 확대 중


이처럼 기술적 난관에도 기업가치 300억 달러(439000억 원) 이상으로 평가받는 안두릴은 한국 방산업체들과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 2월 한화디펜스USA와 미 육군 소형 다목적 장비 수송(S-MET) 프로그램 입찰을 위한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안두릴이 주계약자로 나서고 한화의 아리온-SMET 플랫폼에 안두릴의 래티스 소프트웨어를 탑재하는 방식이다.

지난 8월에는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본부와 무인항공기 공동 개발 계약을 체결하고 서울에 사무소를 열었다. HD현대와는 무인 수상함 프로토타입을 한국에서 제작하는 협약을 맺었다. HD현대와 안두릴은 2027년경 한국 시장을 위한 무인 수상함 시제품을 공개할 예정이다.

"많이 실패한다" 스타트업 vs "검증 부족" 우려" 엇갈린 평가


안두릴은 일련의 사고에 "우리의 반복적 기술 개발 모델은 빠르게 움직이고, 지속적으로 시험하며, 자주 실패하고, 작업을 개선한 뒤 다시 반복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많이 실패한다"고 밝혔다.

허드슨연구소의 브라이언 클라크 전 해군 전략가는 "과제는 그들이 제품을 제공할 수 있느냐다"라며 "여러 분야에서 최소 기능 제품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군은 안두릴과 제너럴 아토믹스 모두 연말까지 시험 비행을 요구한 일정보다 앞서 있다고 밝혔다. 랜드연구소의 조너선 웡 선임 정책 연구원은 "수십 년 동안 시험해온 주요 방산업체들은 통상 경계를 이해하고 현장에 적절한 완화 조치를 마련하고 있다""안두릴은 제도적으로 이에 덜 준비돼 있어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안두릴은 2017년 설립 이후 무인 전투기부터 혼합현실 헤드셋, 전장 관리 시스템까지 인상적인 군사 계약을 확보했다. 창업자 팔머 러키는 지난 4월 테드(TED) 강연에서 "우리는 납세자에게 비용을 전가하지 않고 우리 돈으로 작동하는 방산 제품을 만든다""기존 방산업체와 달리 수년이 아닌 수개월 내 제품을 개발하고 시험하며 배치한다"고 강조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