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美 소비자 77% “제품·서비스 문제 겪었다”…불만 비율 역대 최고

글로벌이코노믹

美 소비자 77% “제품·서비스 문제 겪었다”…불만 비율 역대 최고

미국 아리조나주립대 경영대학과 컨설팅업체 CCMC가 최근 공동 진행한 ‘전국 소비자 분노 조사’ 결과.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미국 소비자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아리조나주립대 경영대/CCMC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아리조나주립대 경영대학과 컨설팅업체 CCMC가 최근 공동 진행한 ‘전국 소비자 분노 조사’ 결과.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미국 소비자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아리조나주립대 경영대/CCMC

미국 소비자의 불만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치솟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조사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 10명 가운데 8명 가까이가 지난 1년 동안 제품 또는 서비스 관련 문제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 “사는 건 쉬운데 문제 해결은 어려워”…불만 누적


아리조나주립대 경영대학과 컨설팅업체 CCMC가 공동 진행한 ‘전국 소비자 분노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7%가 최근 1년간 제품이나 서비스에 문제가 있었다고 답했다. 이는 지난 2023년의 74%, 2020년의 66%보다 높은 수치다. 조사가 처음 시행된 1976년 당시 불만 비율은 32%에 불과했다.
특히 고객 응대 시스템에 대한 불만이 두드러졌다. 고객센터 연결까지 긴 대기시간, 상담원과 직접 연결되기 어려운 점, 연락 방법 자체를 찾기 어려운 점 등이 주요 불만 사유로 지목됐다. 응답자의 68%는 불만을 제기하는 데 ‘매우 큰 노력’이 들었다고 답했다.

◇ “AI 챗봇보다 사람을 원한다”…기술 불신 여전


기업들이 고객 응대 효율화를 위해 인공지능(AI) 챗봇을 앞다퉈 도입하고 있지만 소비자 만족도는 높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불만 응대 수단으로서 AI 챗봇에 대해 대부분의 응답자는 “보통이거나 다소 부정적”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일부 기업은 유료 멤버십 고객에게만 전담 상담 채널을 제공하는 등 고객서비스를 계층화하고 있는데 이 역시 소비자 사이에서 위화감을 조성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구독 기반 서비스의 경우 해지는 여전히 번거로운 절차가 많아 소비자 불만이 집중됐다. 미 연방거래위원회(FTC)는 ‘가입만큼 쉬운 해지’를 요구하는 규제를 시도했지만 법적 절차 미비로 시행이 무산된 상태라고 WSJ는 전했다.

◇ 반품 제한·인건비 감축…소비자 인내심 시험

반품을 어렵게 하는 정책도 소비자 분노를 키우는 요인이란 지적이다. 삭스피프스애비뉴, 애버크롬비&피치 등 일부 유통업체들은 반품 수수료 부과, 반품 가능 기간 단축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동시에 일부 매장에서는 인건비 절감을 위해 상담 인력을 줄이고 AI 응대로 대체하면서 고객 불편은 오히려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조사를 진행한 스콧 브레츠먼 CCMC 대표는 “치약은 30분 만에 문 앞에 도착하는 시대에 문제 해결은 여전히 스트레스와 노력이 동반되는 구시대적 경험으로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 계층 간 서비스 격차 뚜렷…‘상류층만 만족’


이번 조사에서는 소득 수준에 따라 고객 만족도 격차도 확인됐다. 상류층이라고 응답한 소비자는 불만 해결에 상대적으로 높은 만족도를 보인 반면, 중·하위 계층에서는 만족도가 현저히 낮았다. 유료 멤버십 고객에게만 빠른 전화 응대를 제공하거나 전담 상담 인력을 배치하는 ‘차등 서비스’가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 소비자 불만은 늘고 있지만, 일부 브랜드는 선방


다만 미국의 반려동물 용품 전문 유통업체 츄이는 포레스터 소비자경험지수에서 4년 연속 최고점을 기록하며 예외로 꼽혔다. 이 회사는 100점 만점에 80.3점을 얻어 소비자 친화적 브랜드로 평가받았다. 반면 조사 대상 469개 브랜드 중 25%는 전년 대비 점수가 하락했으며 상승한 브랜드는 7%에 불과했다.

포레스터는 “끓는 물에 들어간 개구리처럼 많은 브랜드들이 소비자의 불만에 무감각한 채 충성도를 갉아먹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