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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시장서 외국 기업 '현금 수도꼭지' 시대 끝…토종 업체 가격전쟁에 수익성 급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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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시장서 외국 기업 '현금 수도꼭지' 시대 끝…토종 업체 가격전쟁에 수익성 급감

스타벅스 지분 60% 매각·폭스바겐 차량 판매 7%↓…현지 맞춤형 제품·속도전으로 생존 모색
■ 핵심 보기

중국 경제성장 둔화와 현지 경쟁업체 부상으로 외국 기업들의 수익성 급감, 전략 재편 불가피

폭스바겐은 중국을 '피트니스 센터'로 규정, 현지 맞춤형 제품 개발 속도 30% 단축, 가격도 인하

스타벅스는 중국 사업 지분 60%를 현지 사모펀드에 매각, 루이싱커피 등 토종 브랜드에 밀려
중국 진출 외국 기업들에게 새로운 현실이 다가왔다. 손쉬운 돈벌이는 끝났고,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이미지=빙 이미지 크리에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진출 외국 기업들에게 새로운 현실이 다가왔다. 손쉬운 돈벌이는 끝났고,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이미지=빙 이미지 크리에이터


중국 진출 외국 기업들에게 새로운 현실이 다가왔다. 손쉬운 돈벌이는 끝났고,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달 29(현지시각) 보도에서 중국 경제성장이 둔화하면서 소비자들이 지출에 신중해졌고, 강력한 현지 업체의 부상으로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치열한 가격 경쟁이 수익성을 갉아먹고 있는 가운데, 외국 브랜드들은 현실을 직시하기 시작했다. 기업과 산업마다 전략은 다르지만, 중국 소비자 취향에 맞춘 제품 개발, 빠른 출시 속도, 차별화된 마케팅, 가격 인하 등을 공통으로 추진하고 있다.

14억 인구를 보유한 세계 2위 소비시장을 무시할 수 있는 기업은 많지 않다. 중국 매출이 부진하더라도 여전히 일부 기업들은 중국을 중요한 혁신 허브로 주목하고 있다.
상하이에서 마케팅 에이전시 와이소셜을 운영하는 올리비아 플로트닉 대표는 과거엔 중국 진출을 희망하는 미국 기업들로부터 문의를 받았다고 했다. 그러나 팬데믹 이후 문의는 약 4분의 3 감소했다고 그는 추정했다. 요즘 고객들은 대부분 이미 중국에 진출했지만 이제야 전략 재편이 필요하다고 깨달은 외국 브랜드들이다.

플로트닉 대표는 "외국 브랜드들에게 갈수록 까다로운 상황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현금 수도꼭지' 시절은 끝났다


수년간 중국 경제가 급성장하고 수백만 명이 중산층과 상류층에 합류하면서, 중국은 루이비통 모회사 LVMH, 스타벅스, 나이키, 애플, 테슬라 같은 기업들에게 현금 수도꼭지였다. 이들은 중국 브랜드와의 경쟁도 거의 없었다.

그러나 이제 많은 산업에서 중국 토종 경쟁업체들이 외국 브랜드를 앞질렀다. 스타벅스는 최근 중국 사업 지분 60%를 중국 사모펀드 보위캐피털에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미국 커피 체인은 루이싱커피 같은 저가 현지 경쟁업체에 시장 점유율을 빼앗겼다. 루이싱커피는 2023년 매출과 매장 수 모두에서 스타벅스를 제치고 중국 최대 커피 체인으로 올라섰다.

상하이 미국상공회의소의 최근 조사에서 응답자 63%가 국내 경쟁을 최대 도전 과제로 꼽았다. 응답자들은 현지 경쟁업체들이 시장 출시 속도가 더 빠르다고 지적했다.

2020년경 시작된 부동산 시장 붕괴 여파로 소비자 신뢰가 타격을 입으면서 중국에서 돈을 버는 일은 더욱 어려워졌다. 가계는 저축을 지키고 지출을 주시하고 있다. 이에 많은 기업들이 소비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가격 인하에 나섰다.

또 다른 과제도 있다. 고조된 미중 긴장으로 일부 기업 본사들이 중국 관련 결정에 더 신중을 기하면서 운영 속도가 느려질 수 있다.

컨설팅 회사 아시아그룹의 한린 중국 담당 이사는 "중국에서 성공은 얼마나 빨리 방향을 바꿀 수 있는지에 달렸다""하지만 많은 다국적기업의 경우 핸들이 미국에 있고, 그곳에선 본능적으로 액셀러레이터가 아니라 브레이크를 밟는다"고 말했다.

중국은 '피트니스 센터'


치열한 경쟁은 중국 자동차 산업에서 가장 두드러진다. 가격전쟁이 발생했고 현지 기업들이 오랫동안 지배적이었던 외국 자동차 브랜드로부터 시장 점유율을 빼앗았다.

폭스바겐은 한때 중국 최고 자동차 회사였지만, 토종 브랜드 BYD20231위 자리를 차지했다. 폭스바겐의 중국 차량 인도는 최근 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7% 감소했다. 이는 중국에서의 일련의 부진한 실적 중 최신 결과다.

폭스바겐은 중국을 회사의 '피트니스 센터'에 비유했다. 마치 헬스장에서 운동하며 몸을 단련하듯, 폭스바겐은 치열한 중국 시장 경쟁을 통해 기업 체질을 강화하고 있다는 의미다. 독일 자동차 회사는 중국 소비자를 위해 중국에서 제품을 개발하고 제조하는 '중국에서, 중국을 위해' 전략을 배가하고 있다.

최근 상하이 수입박람회에서 폭스바겐은 중국 기업과의 합작법인을 통해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과 자율주행용 자체 칩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중국 소비자를 위해 설계된 새롭고 저렴한 모델들을 선보였다. 이 모델들은 이전 모델보다 약 30% 빠르게 개발됐으며, 현지 경쟁업체로부터 시장 점유율을 되찾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그 중 하나는 첨단 운전자 지원 기능을 갖춘 완전 전기차 아우디 E5 스포트백으로, 2년 만에 개발됐으며 시작 가격은 약 33000달러(4850만 원). 이는 중국에서 시작 가격이 약 36000달러(5290만 원)인 가솔린 엔진 아우디 A5L과 비교된다.

폭스바겐의 올리버 블루메 최고경영자는 수입박람회에서 "우리는 엔지니어링 역량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으며, 특히 여기 중국에서 그렇다""중국은 자동차 산업을 주도하는 가장 혁신적인 허브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많은 외국 자동차 회사들에 중국에서 사업을 운영하는 것은 현장과 공급망 근처에 있기 위함이다.

자문회사 후퉁리서치의 상하이 기반 파트너 궈샨은 "외국 자동차 기업들 사이에서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 기업들과 어떻게 경쟁할지 파악하려는 긴박감이 있다""그들에게 지금 답은 중국에 있어야 혁신에 가까이 머물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에서 그들과 경쟁하지 않으면 결국 중국 밖에서도 그들과 경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략 세부 조정에 나선 기업들


LVMH 소유의 프랑스 럭셔리 향수·화장품·스킨케어 브랜드 게랑의 가브리엘 생제니스 최고경영자는 수십 년간의 '초고성장' 이후 게랑이 이제 현지 경쟁업체와 경쟁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시장 전반에 대해 "시대가 변했다""소비자가 더 까다로워졌다. 품질이 가격만큼의 가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생제니스 최고경영자에 따르면, 게랑은 내년 젊은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약 56달러(8만 원)짜리 립스틱을 출시할 예정이다. 이는 더 저렴한 가격대의 럭셔리 제품이다. 이 브랜드는 현재 전자상거래 플랫폼 티몰에서 최대 94달러(138000)에 립스틱을 판매한다. 게랑은 또한 중국 예술가들 및 소셜미디어 플랫폼과 협력해 더 현지화된 방식으로 제품을 홍보하고 있다.

스웨덴 가구 소매업체 이케아는 중국에서 150개 이상의 베스트셀러 제품 가격을 인하하고 시장에 2200만 달러(323억 원)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중국 소비자를 위해 1600개 이상의 신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이케아 차이나의 아이비 장 대표는 "현재 우리는 주로 중국 시장을 혁신 시험장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프록터앤드갬블(P&G)은 최근 현지 소비자를 위해 설계된 혁신 제품에 집중하는 전략을 조정한 후 중국에서 "매우 강력한 진전"을 보고했다. 수입박람회에서 P&G는 베이징 연구소에서 개발한 중국 시장용 신규 미백 치약을 선보였다.

P&G 차이나 구강 관리 부문 사장 에이미 알트는 회사가 눈길을 끄는 포장, 중국 소셜미디어에서의 주목받는 마케팅, 가성비 좋은 제품으로 차별화에 집중해왔다고 말했다.

알트는 "경쟁적인 시장"이라며 "하지만 경쟁은 모두를 더 낫게 만든다"고 말했다.

차별화 전략으로 성공한 기업들도


일부 기업들은 부진한 전반적 흐름을 벗어나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미국 소매업체 랄프로렌의 중국 매출은 최근 분기에 전년 대비 30% 이상 증가했다. 이는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와 고급 소재, 장인정신을 강조한 차별화 전략이 중국 부유층의 구매욕을 자극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화장품 회사 에스티로더의 중국 본토 매출은 9월 말 3개월 동안 전년 대비 약 9% 증가했다. 에스티로더는 중국 소비자 선호에 맞춘 제품 라인업 확대와 현지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디지털 마케팅 강화로 성과를 냈다.

도미노피자 최고경영자 러셀 와이너는 중국 사업이 "놀랍게 잘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미노피자는 중국 소비자 입맛에 맞춘 현지화 메뉴와 빠른 배달 서비스로 차별화에 성공했다.

중국은 미국 대기업 3M에게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지역이다. 빌 브라운 최고경영자는 1021일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회사가 최근 중국에서 10개월 만에 신제품을 출시해 자사 제품을 구매하는 중국 제조업체들의 속도에 더 잘 맞췄다고 말했다.

브라운 최고경영자는 "우리는 훨씬 더 많은 활력과 속도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