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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兆 유럽 안보동맹 파국…獨·佛, ‘차세대 스텔스기(FCAS)’ 전격 폐기 통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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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兆 유럽 안보동맹 파국…獨·佛, ‘차세대 스텔스기(FCAS)’ 전격 폐기 통보

메르츠·마크롱, 몬테네그로 외곽서 막후 담판…“기업 간 결합 불가능” 현실 인정
佛 “핵무기 탑재·항모 착함용 원해” vs 獨 “우린 달라”…군사적 이견에 중재역도 두 손 들어
프랑스 파리 에어쇼에 전시되었던 유럽 차세대 미래전투항공체계(FCAS)의 실물 6세대 전투기 모형. 프랑스 다소사의 지식재산권 독점 고집과 프랑스 공군의 '핵무기 탑재·항모 착함 기능' 요구에 대해 독일 에어버스와 메르츠 총리가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총사업비 170조 원의 거대 국방 동맹은 최종 파기됐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프랑스 파리 에어쇼에 전시되었던 유럽 차세대 미래전투항공체계(FCAS)의 실물 6세대 전투기 모형. 프랑스 다소사의 지식재산권 독점 고집과 프랑스 공군의 '핵무기 탑재·항모 착함 기능' 요구에 대해 독일 에어버스와 메르츠 총리가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총사업비 170조 원의 거대 국방 동맹은 최종 파기됐다. 사진=로이터

미국의 안보 우산 축소와 러시아의 노골적인 핵위협 속에서 ‘유럽 자체 방위력의 상징’으로 군림해 온 1000억 유로(약 170조 원) 규모의 차세대 미래전투항공체계(FCAS) 공동 개발 프로젝트가 결국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독일과 프랑스 정상이 막후 담판을 통해 프로젝트의 핵심인 ‘6세대 유인 스텔스 전투기’ 개발을 공식 포기하기로 합의하면서, 유럽의 독자 노선 구축 꿈은 출구 없는 미궁 속으로 빠져들었다.

8일(현지 시각) 영국 가디언(The Guardian)과 프랑스 AFP 통신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최근 몬테네그로에서 열린 'EU-서발칸 정상회의' 서프라이즈 회동에서 "방산기업 간의 결합은 더 이상 불가능하다"는 냉혹한 현실을 인정하고 프로젝트 폐기에 전격 합의했다. 베를린 당국자는 “두 정상이 기업들이 하나가 될 수 없다는 공동의 평가에 도달했다”며 “이제 이 파국을 현실로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공식 전했다.

‘지식재산권 독점’ 다소의 고집과 독·프 공군의 ‘동상이몽’이 화근


지난 2017년 마크롱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의 주도로 화려하게 출발한 FCAS는 프랑스의 라팔과 독·스페인의 유로파이터를 대체해 2040년 유럽 하늘을 지배할 마스터플랜이었다. 그러나 프랑스의 다소 아비아시온(Dassault)과 독·스페인 지분을 대변하는 에어버스(Airbus) 간의 주도권 싸움은 단순한 이권 다툼을 넘어 양국의 군사 전략적 균열로 번졌다.
가디언의 분석에 따르면 다소 측은 자사의 핵심 독자 기술과 지식재산권(IP) 보호를 이유로 무조건적인 ‘단독 주도권’을 요구했다. 에릭 트라피에 다소 CEO는 “우리 회사는 이 프로젝트를 혼자서도 완벽히 처리할 수 있다”며 공동 경영(Co-managed) 체제를 정면으로 거부해 왔다. 반면 에어버스는 전력의 대등한 파트너십과 대규모 기술 이전을 주장하며 팽팽히 맞섰다. 지난 3월 양국 정부가 임명한 민간 중재가들까지 나서 심폐소생술을 시도했으나 이들의 깊은 불신의 골을 메우지 못했다.

여기에 독·프 공군이 요구하는 전투기의 ‘스펙’ 자체가 근본적으로 달랐던 점도 치명타였다. 프랑스는 자국의 전략적 특수성을 고려해 ‘핵무기 탑재 능력’과 ‘항공모함 이착함 기능’을 갖춘 단일 기종을 원했다. 반면 영토 방위에 초점을 맞춘 독일은 이 같은 고비용 기능이 불필요하다며 난색을 표했다. 특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EU 회원국이라고 해서 모두 동일한 군사 하드웨어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라며 “막대한 예산이 드는 6세대 유인 전투기가 과연 독일에 여전히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공공연히 회의론을 제기해 왔다.

무너진 20년 공조…‘전투 클라우드’ 껍데기만 존속


이번 합의 폐기로 내년 대선을 앞둔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자신의 임기 중 최대 국방 치적이 불명예스럽게 좌초하는 정치적 내상을 입게 됐다. 반면 독·프 양국은 이번 결별이 군사적 자존심 싸움으로 비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전투기와 무인기(드론) 떼를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이른바 ‘전투 데이터 클라우드(Combat data cloud)’ 체계의 공동 연구는 지속하기로 합의했다. 독일 정부 소식통은 이를 “전투기 본체는 사라지더라도, 항공기와 드론을 하나의 통합된 유기체로 묶는 ‘신경계 시스템’은 유럽 공동의 자산으로 남겨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군사 전문가들의 평가는 냉정하다. 미 방산업계가 자국 우선 공급 정책을 펴며 유럽의 F-35 스텔스기 인도 기한을 기약 없이 미루는 상황에서, 유럽 국방의 중추인 독·프 동맹의 전격 해체는 푸틴의 러시아에 심각한 오판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유럽 안보 주권’이라는 거창한 구호 아래 수십 조 원을 태우려던 FCAS의 비극적 종말은, 국가 이익 앞에서는 동맹의 가치마저 철저히 계량화되는 2026년 가을의 냉혹한 국제 안보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