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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바이오 벤처기업 샤페론, 스위스 MMV와 '말라리아 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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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바이오 벤처기업 샤페론, 스위스 MMV와 '말라리아 정복'

독자 기술 '나노맵' 적용해 가격·효능 잡았다…생산단가 획기적 절감
외교부·MMV 공동 자금 지원…저개발국 겨냥 'mRNA 치료제' 개발 착수
국내 바이오 벤처기업 샤페론이 스위스 비영리 국제기구 '메디신스 포 말라리아 벤처(MMV)'와 협력해 말라리아 치료제 개발에 나선다. 샤페론의 독자 기술 '나노맵'을 적용, 기존 치료제 대비 가격 경쟁력과 효능을 모두 확보했다. 사진=뉴스 가나이미지 확대보기
국내 바이오 벤처기업 샤페론이 스위스 비영리 국제기구 '메디신스 포 말라리아 벤처(MMV)'와 협력해 말라리아 치료제 개발에 나선다. 샤페론의 독자 기술 '나노맵'을 적용, 기존 치료제 대비 가격 경쟁력과 효능을 모두 확보했다. 사진=뉴스 가나
국내 바이오 벤처기업 샤페론(Shaperon)이 스위스에 본부를 둔 비영리 국제기구 '메디신스 포 말라리아 벤처(MMV)'와 손잡고 말라리아 정복에 나선다. 매년 6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글로벌 난제를 해결할 열쇠로 샤페론의 독자적 '나노바디(Nanobody)' 기술이 낙점된 것이다.

1일(현지 시각) 뉴스 가나에 따르면 샤페론과 MMV는 최근 전 세계 2억 6000만 명을 위협하는 말라리아 예방·치료를 위해 저렴하고 효과적인 나노바디 치료제를 공동 개발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협력은 샤페론의 항체 공학 기술과 MMV의 풍부한 임상 노하우가 결합된 사례로, K-바이오 기술력이 글로벌 공중보건 시장의 핵심 솔루션으로 부상했음을 보여준다.

항체 10분의 1 '나노맵', 가격·효능 다 잡았다


공동 개발의 핵심 무기는 샤페론의 독자 플랫폼 '나노맵(NanoMab)'이다. 이 기술로 만드는 나노바디는 기존 단일클론항체(mAbs) 대비 크기가 10분의 1에 불과하다. 덩치가 작은 만큼 말라리아 기생충에 대한 침투력이 뛰어나고, 표적을 정확히 타격하는 정밀도가 높다.

경제성 측면에서도 획기적이다. 고비용의 포유류 세포 배양 대신 박테리아를 이용해 생산할 수 있어 단가를 크게 낮출 수 있다. 또한 구조적으로 안정돼 고온 환경에서도 잘 견딘다. 이는 냉동 유통(콜드체인) 인프라가 열악한 아프리카 등 저개발 국가에 필수적인 조건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고온을 견디고 1회 투여만으로 효과를 내는 'mRNA 기반 수동 면역' 치료제 개발을 목표로 한다. 백신이 면역 체계를 자극해 항체를 만들게 기다리는 방식과 달리, 수동 면역은 표적 항체를 체내에 직접 꽂아 넣어 즉각적인 감염 차단 효과를 낸다.

지분 희석 없는 자금 확보…R&D 탄력


이번 파트너십은 MMV가 샤페론의 기술을 '획기적 혁신(breakthrough innovation)'으로 인정한 결과다. 샤페론은 자사의 방대한 나노바디 라이브러리를 활용해 전파 시즌 취약 계층을 위한 예방약 후보물질을 신속히 발굴할 계획이다.

성승용 샤페론 대표는 "서울대 스핀오프 기업인 샤페론에 있어 중요한 전환점"이라며 "MMV의 지원은 회사 지분 희석 없는 '비희석성 자금(non-dilutive funding)'을 제공해 R&D를 가속화할 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샤페론이 감염병 분야 나노바디 솔루션의 글로벌 리더로 도약할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MMV의 브리스 캄포(Brice Campo) 수석 디렉터 역시 "샤페론의 단백질 공학 전문성과 MMV의 신약 개발 경험 결합은 말라리아 박멸을 위한 중요한 자산"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내성 생긴 '슈퍼 말라리아', 이중 타격으로 뚫는다


말라리아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영유아와 임산부를 위협하며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입히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르완다, 우간다 등지에서는 기존 치료제에 내성을 가진 '슈퍼 말라리아'가 확산하는 추세다.

샤페론과 MMV가 개발할 치료제는 기생충의 단일 단백질을 노리거나, 여러 단백질을 동시에 타격해 기생충의 생명주기(lifecycle)를 끊어내는 '이중 타격' 방식을 취한다. 이는 면역 체계를 활성화해 백신과 유사한 효과를 냄으로써 내성 문제를 극복할 차세대 대안으로 꼽힌다.

한편 이번 프로젝트에는 대한민국 외교부도 자금 지원 기관으로 참여한다. 외교부와 MMV의 지원 사격 아래 샤페론은 나노바디 후보물질을 상용화해, 말라리아 유행 시기에 취약한 지역사회에 보급할 계획이다. 현재 샤페론은 주력 파이프라인 '누겔(NuGel)'을 포함해 다수의 후보물질에 대해 미국과 한국에서 임상 개발을 진행 중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