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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내년 외평채 50억 달러 ‘파격 증액’… 대미 투자 ‘달러 갈증’ 선제 타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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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내년 외평채 50억 달러 ‘파격 증액’… 대미 투자 ‘달러 갈증’ 선제 타개

3500억 달러 대미 투자에 따른 연 200억 달러 자본 유출입 제한… 유동성 확보 총력
하반기 원화 가치 7% 급락 방어… 車 관세 15% 인하 기대 속 외환 안전판 강화
한국 정부가 2026년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발행 한도를 당초 계획보다 3배 이상 늘린 50억 달러(약 7조 3400억 원)로 확정했다. 이미지=제미나이3 제공이미지 확대보기
한국 정부가 2026년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발행 한도를 당초 계획보다 3배 이상 늘린 50억 달러(약 7조 3400억 원)로 확정했다. 이미지=제미나이3 제공
한국 정부가 2026년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발행 한도를 당초 계획보다 3배 이상 늘린 50억 달러(73400억 원)로 확정했다. 이는 미국과의 대규모 투자 협약 이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급격한 달러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고 블룸버그통신이 3(현지시각) 국회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예산안을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대미 투자 빗장 풀리자… 달러 유동성 확보 '비상'


기획재정부와 국회에 따르면 2026년 외평채 발행 한도는 50억 달러로 결정됐다. 이는 정부가 당초 제안했던 14억 달러(2조 원)를 크게 웃도는 규모이며, 올해(2025) 한도인 35억 달러(51400억 원)보다도 40% 이상 늘어난 수치다. 정부가 외화 조달 파이프라인을 이처럼 공격적으로 확대한 배경에는 미국과의 통상 합의가 자리 잡고 있다.

한국은 미국에 총 3500억 달러(514조 원) 규모의 투자 패키지를 약속했다. 이 과정에서 미국 측은 한국에서의 달러 자금 유출 규모를 연간 200억 달러(293800억 원)로 제한하기로 합의했다. 대규모 투자가 집행되는 과정에서 외환시장에 충격이 가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한 셈이다.

정부 관계자들은 "필요한 자금은 정부가 보증하는 외평채의 해외 발행과 기존 외환보유액 운용 수익을 통해 조달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대미 투자 이행 과정에서 시중의 달러가 말라 환율이 급등하는 상황을 막고, 정부 차원에서 충분한 외화 유동성을 공급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하반기 원화 가치 7% ''… 외환 방파제 높인다


이번 외평채 한도 확대는 불안한 환율 움직임과도 무관하지 않다. 올 하반기 들어 원화 가치는 달러 대비 7% 넘게 떨어졌다. 이는 아시아 주요 통화 가운데 가장 저조한 성적표다. 환율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대규모 해외 투자가 진행되면 외환시장이 요동칠 수 있다는 우려가 금융권 안팎에서 제기돼 왔다.

정부는 외평채 발행이 외환 보유액을 확충하는 동시에 한국의 대외신인도를 재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2', S&P'AA', 피치는 'AA-'로 각각 평가하고 있다.

정부는 실제 자금 조달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0월 약 17억 달러(24900억 원) 규모의 사무라이 본드(엔화 표시 채권)와 달러 표시 채권을 발행해 외환 곳간을 채웠다. 또한, 지난 6월에는 역대 최대 규모인 14억 유로(23900억 원) 상당의 유로화 채권을 발행하며 조달 통화를 다변화했다. 월가에서는 한국 정부의 이러한 행보를 두고 "대형 투자 패키지 이행을 앞두고 실탄(외환)을 미리 확보하려는 전략"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자동차 관세 15% 인하 '당근'… 국회 비준 속도


이번 예산안 통과는 한·미 투자 협약의 후속 조치들이 본격화됨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지난달 민주당은 투자 패키지 이행을 위한 특별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 법안이 시행되면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미국의 관세가 15%까지 낮아지는 길이 열린다. 수출 주력 품목인 자동차 업계에는 긍정적인 소식이다.

해당 법안에는 '·미 전략 투자 펀드' 조성과 이를 최장 20년간 운용할 별도 기구 설립 방안도 포함됐다. 단순한 일회성 투자가 아니라 장기적인 경제 동맹 강화로 이어질 수 있는 대목이다. 기재부 대변인은 이번 예산 증액과 관련한 구체적인 논평을 거부했으나, 시장에서는 정부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달러 유동성 공급에 나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부가 외평채 한도를 대폭 늘린 것은 외환시장의 안전판을 강화하겠다는 강력한 신호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외평채 발행은 결국 갚아야 할 빚인 만큼, 조달 금리를 낮추고 발행 시기를 조절하는 정교한 운용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대외 경제 여건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의 '돈줄 죄기''풀기' 전략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작동할지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