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보도가 드러낸 하늘 위 기술냉전의 실체와 한국이 직면한 전략적 질문
이미지 확대보기트럼프 행정부가 지명한 나사(NASA, 미 항공우주국) 국장 후보 재러드 아이작먼의 미국 상원 청문회 발언을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하면서 미·중 간의 우주 경쟁이 과학 연구나 탐사 차원이 아니라 국제 질서의 근본적 성격을 재편하는 전략 경쟁으로 격상되었음이 확인되었다. 본 기사는 해당 보도를 토대로 우주를 둘러싼 패권 경쟁의 구조를 분석하고 한국이 어떤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하는지 다룬다.
우주를 둘러싼 새로운 질문
재러드 아이작먼은 미국이 지금 속도를 내지 못한다면 중국이 우주 영역에서 미국을 능가할 수도 있으며 그렇게 되면 다시 만회할 기회가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단순한 과장이나 내부용 발언이 아니다. 우주는 이제 통신과 정찰 그리고 미사일 경보와 자율 무기 지휘 체계가 얽힌 전략 인프라이며 패권 경쟁의 새로운 무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은 이제 우주 궤도로 이동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의 국지전이 지상과 공중에서의 군사 혁신을 보여주었다면 우주 영역에서는 이보다 더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경쟁이 진행되고 있다.
중국은 독자적 우주정거장과 달 탐사 계획 그리고 심우주 장비 개발을 통해 우주 공간의 기반 시설을 확장하고 있다. 미국은 민간 우주 기업과의 협력을 강화해 대응하고 있으나 정치적 갈등과 예산 제약 그리고 행정적 지체가 반복되며 속도가 충분히 나오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아이작먼의 경고는 바로 미·중 간에 나타나고 있는 이 속도 격차를 지적한 것이다. 우주 분야는 한 번 뒤처지면 다시 앞서는 것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진입 장벽이 높고 생태계적 축적 효과가 강하다.
우주 패권은 왜 한 번 잃으면 되찾기 어려운가
우주 패권은 단일 기술이 아니라 거대한 생태계의 결합이다. 발사체와 위성 그리고 지상국과 데이터 인프라는 서로 연결된 하나의 체계이며 민간 기업과 군과 정보기관과 과학기술 공동체가 장기간 축적한 경험과 자료가 원천 자산으로 작동한다. 여기에 금융과 규제와 인재 양성 체계가 함께 구축되며 이 모든 요소가 특정 국가의 우위로 결집되면 후발국은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감수해야 한다.
이 같은 누적 효과가 일정한 문턱을 넘으면 선도국은 성공을 반복하며 시장과 기술을 독점하고 후발국은 계속 뒤따라가야만 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아이작먼이 지금 행동하지 않으면 따라잡기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주 군산복합체의 시대가 열린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지상과 공중에서의 방위 산업은 폭발적 확장을 경험했다. 그러나 앞으로의 경쟁은 우주에서 본격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위성 정찰과 항법 그리고 통신과 미사일 경보 체계는 지상 무기의 눈과 신경망이다. 지상에서 아무리 정밀 무기를 보유해도 우주 기반 정보 체계가 부실하면 전장은 흐릿하게 보일 수밖에 없다. 미국과 중국, 러시아는 우주를 최고 수준의 전략 자산으로 분류하고 국가와 민간의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는 까닭은 이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우주 전략 전환은 기회와 위험을 동시에 안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첫 임기였던 2017~2021년 기간 때부터 우주군 창설과 나사 구조 개편을 통해 우주를 국가 전략의 핵심으로 놓고 이끌고 왔다. 아이작먼과 같은 민간 우주 기업 출신을 나사 수장에 앉히려는 시도는 민간의 혁신 속도를 국가 전략에 직접 연결하려는 의도를 반영한다.
기회는 분명하다. 민간 기업의 높은 유연성(flexibility)과 혁신(innovation) 속도는 공산주의 국가인 중국의 국가 주도형 우주 개발 모델에 대응하는 강력한 장점이 된다.
그러나 위험도 존재한다. 우주를 동맹과 함께 규범을 만드는 공간이 아니라 미국 단독 우위의 경쟁장으로만 본다면 국제적 협력이 약화되고 규범 공백이 심화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우주의 질서는 협력 대신 파편화될 가능성이 있다.
중국의 우주 전략은 하늘의 일대일로다
중국은 우주 공간을 미래의 인프라 외교 무대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달 기지 계획과 우주정거장 그리고 통신 정찰 위성망을 연계해 개도국들과 협력망을 구축하는 방식이다.
지상에서 항만과 철도와 전력망이 일대일로의 도구였다면 우주에서는 위성 데이터와 통신망 그리고 공동 탐사가 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 흐름은 우주가 이미 지구 상공에서 새로운 지정학적 경합 지대로 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에게 던지는 질문
한국은 우주를 아직도 과학 기사 정도로만 소비하고 있지 않은가. 이미 한국은 발사체 기술과 저궤도 위성 그리고 정찰 통신 위성 확보를 향해 전진하고 있지만 여전히 우주 전략은 국방과 과학기술과 산업 정책 차원에서 흩어져 있다.
아이작먼의 경고를 한국의 질문으로 바꾸면 다음과 같다. 한국은 언제까지 남이 만든 우주 인프라에 올라타는 고급 탑승객으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스스로 궤도를 설계하고 위성망과 정찰 통신 항법 인프라를 국가 전략의 차원에서 통합하는 진정한 우주 행위자가 될 것인가.
한국의 독자 우주 전략과 핵 억지력의 연동
한반도 상공에는 미국과 중국과 러시아와 일본의 위성이 뒤섞여 지나가고 북한도 위성을 발사했다고 주장한다. 이 환경에서 한국이 독자적인 정찰 통신 항법 위성망 없이 동맹의 인프라에만 의존한다면 다음과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
유사시 정보와 정찰의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 있고 확장 억제와 핵 억지 논의에서 한국의 발언권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또한 우주 인프라 자체가 새로운 압박 도구로 활용될 위험도 있다.
따라서 한국이 독자 핵 억지 전략을 고려한다면 이는 반드시 독자적 우주 정찰 체계와 결합돼야 한다. 핵 억지는 단순히 지상 미사일의 문제가 아니라 탐지와 식별과 평가를 포함한 우주 기반 지휘 체계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하늘 위의 질문에 한국은 어떻게 답할 것인가
그래서 블룸버그 통신이 전한 아이작먼의 청문회 발언은 미국 내부를 향한 경고처럼 들리지만 사실은 한국을 포함한 모든 국가에 향해 던져진 전략적인 메시지로 읽어야 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한국은 결정해야 한다. 남이 만든 우주 인프라에 의존하는 '비우주 국가'로 남을 것인지 아니면 독자적인 우주 인프라와 필요하다면 독자 핵 억지까지 결합한 '종합 전략국가'로 나아갈 것인지를.
미·중 우주 경쟁은 앞으로의 국가 간 위계와 동맹 구조 그리고 전쟁과 평화의 조건을 좌우할 거대한 흐름이다. 한국은 이 조용한 우주 경쟁을 얼마나 전략적으로 그리고 얼마나 주체적으로 바라보고 있는가. 블룸버그의 보도는 이 질문을 다시 우리 앞에 던지고 있는 것이다.
이교관 글로벌이코노믹 대기자 yijion@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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