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유럽연합(EU)이 30년 넘게 자랑해온 단일시장 체제가 역설적으로 유럽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갉아먹는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 장난감 인형에 매달린 20cm짜리 라벨이 그 현실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단일시장 내 제품 이동을 방해하는 눈에 띄지 않는 장벽들이 누적돼 국제통화기금(IMF) 기준으로 유럽 경제에 사실상 44%의 관세와 맞먹는 부담을 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3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 “우리 스스로가 문제”…이케아 인형의 20cm 꼬리표
12cm 크기의 이 인형에는 프랑스와 EU의 환경 및 섬유 규제에 따른 20cm 길이의 라벨이 달려 있기 때문이다. 이 라벨에는 대부분이 각종 규제 정보를 담고 있다. 그러나 부모들은 이를 바로 잘라내 쓰레기로 만드는 아이러니가 발생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로베르타 데시 인터이케아 EU 정책 책임자는 “단일시장은 이케아에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규모의 경제로 저렴한 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한다”며 “하지만 규정 적용 방식이 각국에서 다르면 큰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이케아는 프랑스의 환경표시 ‘트리망(Triman)’ 로고를 부착하느라 수천 개 제품 포장과 설명서를 수정해야 했고 수천 명분의 작업 시간이 소요됐다고 밝혔다.
◇ H&M, 악조노벨, 세반…혼선에 빠진 유럽 기업들
이케아만의 문제가 아니다. H&M은 마시멜로 인형에 무려 8개의 라벨을 부착하고 있으며 설명서는 최대 35개 언어로 쓰여 있다. 악조노벨은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규정을 따르기 위해 1리터 도료 통마다 서로 다른 표기를 적용하고 있으며, 때로는 상반된 정보까지 병기해야 한다.
스웨덴 식품회사 세반은 팔라펠에 사용된 베이킹파우더가 덴마크에서는 해당 식품군에서 사용이 제한돼 있어 성분을 나눠 표기하고 새로 승인받는 절차를 밟아야 했다.
◇ 규제 ‘각자도생’…프랑스는 금지, 스페인은 의무
악조노벨은 실내공기질 표시 기준도 국가마다 달라 도료 제품마다 각기 다른 시험·표기·점수 체계를 거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프랑스, 독일, 벨기에 등 이웃국가조차 제각각이다.
프랑스는 과거 ‘그린닷’ 재활용 마크를 금지한 반면에 스페인은 이를 의무화했다. 해당 조항은 프랑스 법원에서 위헌 판결을 받아 철회됐지만 현재도 국가별 규제 충돌이 비일비재하다.
이케아의 어린이용 장난감 주방 ‘두크티그’는 한 EU 국가에서 ‘기능성 장난감’으로 분류되며 판매가 금지됐다. 실제로 물을 끓이거나 전기를 사용할 수 없지만 해당 국가는 현실 제품과 동일하다는 이유로 판매 중단 조치를 내렸고 이케아는 이 결정을 EU 집행위원회에 항의했지만 법적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현재 이 제품은 루마니아를 제외한 EU 전역에서 판매 중이다.
◇ “우리가 우릴 옥죄고 있다”…유럽 기업들 공통된 탄식
네덜란드 해운기업 머스크의 뱅상 클레르 최고경영자(CEOO는 “이건 외부가 아니라 우리 내부에서 생긴 문제”라며 “이 정도로 복잡하게 만들 필요가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각국이 아닌, 우리 모두가 단일시장을 해치고 있다”고 말했다.
안나 스텔링어 스웨덴 기업연합회 부총장도 “단일시장 규제는 기술적이고 복잡하지만 유럽 경제성장에 결정적”이라며 “지금 필요한 건 ‘기술적 통일’ 그 자체”라고 강조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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