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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질서의 흔들림 위에서 다시 태어나는 세계 질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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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질서의 흔들림 위에서 다시 태어나는 세계 질서

중국의 군사·경제 확장, 러시아 극동의 붕괴, 인도·태평양의 재편, 유럽의 균열, 중형국 방산국들 부상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전략 환경에서 한국이 선택해야 할 '전략 설계국'의 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대만과 우크라이나 문제를 논의했다는 월스트리트저널의 최근 보도는 앞으로 몇 년 간 국제질서를 흔들 수 있는 여러 축이 교차한 사건으로 평가할 수 있다. 시진핑은 대만 문제에 중점을 두려 한 반면 트럼프는 집요하게 우크라이나 평화협상으로 의제를 돌리려 했다는 것이 동 보도의 핵심이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대만과 우크라이나 문제를 논의했다는 월스트리트저널의 최근 보도는 앞으로 몇 년 간 국제질서를 흔들 수 있는 여러 축이 교차한 사건으로 평가할 수 있다. 시진핑은 대만 문제에 중점을 두려 한 반면 트럼프는 집요하게 우크라이나 평화협상으로 의제를 돌리려 했다는 것이 동 보도의 핵심이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세계 질서는 이제 더 이상 미국이 설계하지 않는다


세계는 과거 미국의 외교와 군사력을 중심으로 구축된 구조에서 벗어나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미국의 집중력은 약화되고 있으며 주변 동맹을 결속시키던 힘도 더 이상 예전 같지 않다. 이 틈을 이용해 중국과 러시아와 북한은 동맹적 결속을 강화하며 아시아의 전략 지형을 바꾸고 있다.

유럽에서는 미국과 유럽연합 사이에 경제·방산 갈등이 커지고 있고, 중동과 아프리카에서는 튀르키예와 중국이 새로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인도와 한국과 호주 같은 중견국들은 스스로 지역 협력망을 구축하며 전략적 자율성을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겉으로는 분리된 사건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세계 질서 교체라는 하나의 구조적 변화로 연결된다.

중국의 확장은 단순한 군사력의 문제가 아니다


중국은 전쟁 조달과 기술 흡수, 무기 복제, 산업화, 법전쟁을 결합한 다층적 군사 전략을 전개하고 있다. 러시아 전쟁을 통해 실전에서 검증된 전술과 장비 개념을 비공식적으로 흡수하고, 서방 무기 플랫폼을 복제해 자국형 모델로 재정렬하며, 해외 시장에 공격적으로 수출하는 산업 구조를 갖추었다.

남중국해에서는 법과 행정, 해경과 민병대를 결합해 무력 충돌 없이 해양 지배력을 확보하는 법전쟁을 벌이고 있다. 중국의 영향력은 단순한 군사력의 확장을 넘어 전쟁력과 산업력, 기술력과 법력이 결합된 새로운 군사 생태계를 만들어내고 있으며 이는 한국의 국가전략을 전면적으로 재정의하도록 압박한다.

러시아의 약화는 한국에게 기회가 아니라 위협이다


러시아 극동은 중국 자본과 북한 노동력의 유입으로 경제·인구 구조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중국은 투자를 통해 현지 경제를 장악하고 있고, 북한은 대규모 저임금 노동력을 제공하며 산업 기반에 깊숙이 침투했다. 러시아는 사실상 이 지역을 실효적으로 통제하지 못하는 상태에 들어섰다.

이 구조가 고착되면 한반도 북부에서 연해주까지 새로운 지정학적 압박선이 형성된다. 러시아가 균형자로서 역할을 상실하는 순간 한국은 북방 전략과 군사 전략, 그리고 핵 억지 전략을 전혀 다른 관점에서 설계해야 한다. 이는 러시아 약화가 오히려 한국에게 더 큰 구조적 위협이 된다는 점을 경고한다.

인도와 한국과 호주가 만드는 새로운 해양 협력 축


인도 해군의 부산 입항과 한 인도 해군훈련은 한국의 전략 공간이 한반도 주변을 넘어 인도양까지 확장되었음을 보여준다. 한국과 인도와 호주의 해양 협력 축은 중국이 구축하려는 해상 회랑을 차단하는 새로운 압력선으로 기능한다.

이 구조는 미국이 부재하더라도 유지될 수 있는 견고한 억지 구조이며 중국이 가장 경계하는 형태의 지역 협력이다. 한국은 이 해양 축을 기반으로 해군력과 장거리 공군력, 해양 전략의 깊이를 동시에 확장해야 하며 이는 향후 한국의 전략적 생존의 핵심이 된다.

유럽의 방산 자주화와 미국의 반발은 서방 내부 균열을 심화시킨다


유럽연합은 러시아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재무장을 가속화하면서 미국산 무기 의존도를 낮추려 하고 있다. 이는 미국의 반발을 불러오고 서방 안보 구조 내부에 보이지 않는 갈등선을 형성한다. 유럽은 자주적 방산 생태계 구축을 강조하고 미국은 동맹 내 분열을 우려하며 압박을 강화한다.

이 균열은 중국과 러시아에게 전략적 기회를 제공한다. 동시에 한국에게는 미국과 유럽 사이에서 방산 공급의 독립적 축으로 자리 잡을 새로운 시장 공간이 열리고 있다. 이러한 흐름을 활용하는 것은 단순한 산업 전략이 아니라 국가전략적 차원에서 중요하다.

튀르키예의 약진은 중형국 군사 모델의 새로운 기준이다


튀르키예는 무인기와 공격헬기, 정찰체계를 중심으로 아프리카와 중동 시장을 재편하고 있으며 실전 경험을 기반으로 한 군사 외교 능력을 확대하고 있다. 튀르키예는 무기뿐 아니라 훈련, 정비, 지휘통제, 소프트웨어, 전술 패키지를 제공하는 통합 군사 서비스를 수출하며 중형국 방산 외교의 새로운 모델을 구축했다.

이 흐름은 한국 방산의 경쟁 환경을 변화시키고 있다. 한국이 단순한 성능 중심의 방산 산업에 머문다면 튀르키예와 중국의 양면 압력에 밀릴 수 있다. 한국은 동맹 신뢰성과 기술 신용, 규범 준수, 전략적 브랜드를 결합한 고급 방산 모델로 전환해야 한다.

일본의 재무장은 동아시아 군사 기술 지형을 다시 만든다


일본은 장거리 미사일, 차세대 전투기, 우주와 사이버 역량 강화, 해군력 현대화에 박차를 가하며 고급 방산국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일본의 부상은 한국에게 뚜렷한 경쟁 압력이자 한 미 일 기술 안보 네트워크의 고도화라는 기회를 동시에 제공한다.

한국은 일본을 단순한 경쟁 국가로 보지 않고 협력과 경쟁이 동시에 작동하는 전략적 경쟁자로 인식해야 한다. 이 구조를 정확히 이해할 때 한국은 동아시아 기술 안보 질서의 주도권을 일부 확보할 수 있다.

남중국해의 법전쟁은 한국의 생존 통로를 흔들 수 있다


중국은 스카버러 암초에서 보여준 것처럼 무력을 사용하지 않고 행정과 법, 해경과 민병대를 결합해 남중국해 전체를 준영해화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는 국제 해양 질서를 중국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시도이며 기존 법질서를 사실상 무력화한다.

한국의 원유 수송, 원자재 조달, 수출입 물량 대부분이 이 해역을 통과하기 때문에 남중국해의 법전쟁은 한국의 국가 생존과 직결된다. 한국은 해양 전략을 전면적으로 재설계해야 하며 이는 단순한 안보 정책이 아니라 국가경제의 기반을 지키기 위한 필수 전략이다.

한국은 더 이상 방어국이 아니라 '전략 설계국'이 되어야 한다


세계는 전쟁을 수행하는 국가, 전쟁을 흡수하는 국가, 전쟁을 조달하는 국가, 전쟁을 복제하는 국가, 전쟁을 수출하는 국가, 전쟁을 법으로 관리하는 국가, 전쟁을 방관하는 국가가 동시에 존재하는 복합적 경쟁 구조로 이동하고 있다. 한국은 이 복잡한 경쟁 환경 속에서 스스로의 전략을 설계해야 한다.

한국은 해양 전략, 독자 방산 생태계, 핵 억지 전략, 공급망 자립, 동맹 네트워크를 하나의 통합된 국가전략 구조로 재편해야 한다. 주어진 질서에 적응하는 시대는 끝났으며 한국은 질서를 설계하는 국가, 즉 '전략 설계국'이 되어야 한다. 세계 질서는 교체기이며 한국은 그 중심에 서 있는 것이다.


이교관 글로벌이코노믹 대기자 yiji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