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서 1,800~3,500달러 패밀리허브 냉장고에 표시된 드라마 광고를 개인 메시지로 오인
레딧서 법적 대응 논의 확산…가정 침투 광고의 정신건강 위협 부각
레딧서 법적 대응 논의 확산…가정 침투 광고의 정신건강 위협 부각
이미지 확대보기"캐럴, 미안해" 광고에 피해망상 악화
영국 레딧 법률자문 게시판(r/LegalAdviceUK)에 게재된 글에 따르면 캐럴이라는 이름의 조현병 환자가 삼성 패밀리허브 냉장고 화면에 표시된 "우리가 당신을 화나게 해서 미안해, 캐럴(We're sorry we upset you, Carol)"이라는 문구를 보고 누군가 냉장고를 통해 자신과 소통하려 한다고 믿었다.
이 여성의 형제가 올린 글에 따르면, 캐럴은 해당 메시지가 자신을 겨냥한 것이라 확신하고 극심한 피해망상 상태에 빠졌다. 그는 스스로 택시를 불러 응급 정신과 치료를 받으러 갔으며, 의료진은 그를 2일간 관찰하며 약물을 조정했다.
며칠 후 가족은 이 메시지가 사실 애플 TV+ 드라마 '플루리버스(Pluribus)' 홍보 광고였으며, 냉장고의 패밀리허브 화면에 자동으로 전송된 것임을 알게 됐다. 이 드라마는 외계 바이러스가 인류 대부분을 집단정신으로 변화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주인공 이름이 캐럴이다. 드라마 속 설정상 집단정신에 감염된 인류가 캐럴에게 끊임없이 메시지를 보내는데, 광고 문구가 이를 반영한 것이었다.
캐럴의 형제는 온라인에서 우연히 이 광고 스크린샷을 발견하고 캐럴에게 보냈다. 캐럴은 자신이 본 것과 정확히 일치한다고 확인했다. 가족은 "맥락 없는 감정적 광고가 증상을 촉발했다"며 "가정용 가전제품에 개인 메시지로 오인될 수 있는 광고를 표시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미지 확대보기"친밀한 가정공간서 감정형 광고 부적절"
이 사건은 레딧에서 수백 개 댓글을 끌어모으며 뜨거운 논란을 일으켰다. 대부분 동정적 반응을 보였으며, 일부는 삼성 스마트 기기 관행에 분노를 표출했다.
일부 이용자는 영국 광고기준청(Advertising Standards Authority)에 민원을 제기할 것을 제안했다. 이들은 "개별 광고는 해제할 수 있지만, 친밀한 가정 공간에 배치되는 광고는 개인 메시지로 쉽게 오인되거나 잘못 해석될 수 있는 문구를 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영국 법률 전문가들은 이 관행이 이용자가 광고 수신을 명시적으로 거부하지 않았다면 법적으로 허용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광고기준청은 민원 심사 시 광고 배치의 적절성을 고려한다고 덧붙였다.
삼성, 올해 1800~3500달러 냉장고에 광고 도입
삼성전자는 올해 9월부터 미국에서 판매되는 일부 패밀리허브 냉장고에 광고를 시범 도입했다. 안드로이드 오소리티 등 기술 매체에 따르면 삼성은 "고객 가치를 강화하기 위한 지속적 노력의 일환으로 미국 시장 특정 패밀리허브 냉장고 모델에 프로모션과 선별된 광고를 제공하는 시범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라고 확인했다.
광고는 냉장고가 유휴 상태일 때 커버 스크린에 표시되며, 아트 모드나 사진 앨범 표시 시에는 나타나지 않는다. 이용자는 개별 광고를 해제할 수 있으나 광고 자체를 완전히 비활성화할 수는 없었다. 삼성은 지난 10월 말 설정 메뉴에 광고 비활성화 옵션을 추가했다.
패밀리허브는 21.5인치 또는 32인치 터치스크린이 장착된 고가 냉장고로, 미국에서 최소 1800달러(약 265만 원)에서 최대 3500달러(약 516만 원)에 판매된다. 포춘지는 미국인이 1970년대 하루 500개 광고를 접했던 것과 달리 2023년 기준 5000개 이상을 접한다고 보도했다.
삼성은 패밀리허브가 개인정보를 수집하거나 소비자를 추적하지 않으며, 현재 삼성 제품과 서비스만 광고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향후 다른 브랜드 광고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기술 매체들은 전했다.
테크스팟 등 기술 매체는 "연결된 편리함과 침입적 광고 사이의 경계가 어디이며, 그 선을 넘었을 때 누가 대가를 치르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캐럴 가족에게 이번 광고는 단순한 불편함을 넘어 실제 의료적 피해를 초래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