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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영국 5만km 도보 횡단 27년... 베링해협·카스피해 건너 귀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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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영국 5만km 도보 횡단 27년... 베링해협·카스피해 건너 귀향

英 칼 부시비, 1998년 술집 내기로 시작해 25개국 통과
"99.99% 사람들이 친절" 2026년 9월 인류 최장 도보여행 완주
1998년 술집 내기로 시작된 도보 여행이 인류 역사상 가장 긴 도보 세계일주 기록으로 남을 전망이다. 칠레 최남단에서 영국까지 걸어서 세계를 횡단 중인 칼 부시비(56)가 27년 만에 내년 9월 고향 영국 헐에 도착할 예정이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1998년 술집 내기로 시작된 도보 여행이 인류 역사상 가장 긴 도보 세계일주 기록으로 남을 전망이다. 칠레 최남단에서 영국까지 걸어서 세계를 횡단 중인 칼 부시비(56)가 27년 만에 내년 9월 고향 영국 헐에 도착할 예정이다. 이미지=제미나이3
1998년 술집 내기로 시작된 도보 여행이 인류 역사상 가장 긴 도보 세계일주 기록으로 남을 전망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5일 칠레 최남단에서 영국까지 걸어서 세계를 횡단 중인 칼 부시비(56)27년 만에 내년 9월 고향 영국 헐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부시비는 1998년 칠레 푼타아레나스에서 출발해 지금까지 약 5km를 걸었다. 당초 12년이면 완주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비자 문제와 재정난, 국경 분쟁, 코로나19 팬데믹 탓에 계획보다 15년이 더 걸렸다.

500달러로 시작한 극한 도전


영국군 공수부대 출신인 부시비는 20대 시절 술집에서 친구들과 "남미 최남단에서 영국까지 걸어갈 수 있다"는 내기를 했다. 친구들은 믿지 않았지만, 그는 진지하게 계산을 해보고 실행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군대에서 여러 친구를 잃으면서 삶이 짧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부시비는 말했다. 그는 "최선을 다해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29세 되던 해 단돈 500달러(73만 원)를 들고 여행을 시작했다.

초반에는 지원이 전혀 없었다. 길가 텐트에서 자고, 도로변에서 음식을 구해 먹으며 생존 모드로 남미를 횡단했다. 가족이 재정 지원을 시작했고, 사람들이 소문을 듣고 기부하기 시작했다. 2003년 캐나다에 도착했을 때는 출판 계약을 맺었고, 이후 영화 제작사도 그의 이야기에 관심을 보였다.

"혼자 길을 걷지만, 나를 지탱하는 거대한 지원 네트워크가 있다"고 부시비는 강조했다.

베링해협 얼음 위 횡단, 카스피해 31일 수영


부시비는 파타고니아와 안데스 산맥, 중미, 멕시코, 미국 전역을 거쳐 2006년 여정의 중간 지점인 베링해협에 도착했다. 겨울철 베링해협은 완전히 얼지 않아 부서진 얼음과 바닷물이 뒤섞여 있었다.

"얼음 위를 기어오르며 조금씩 전진했다"고 부시비는 회상했다. 알래스카에서 만난 동료 모험가와 함께 횡단을 시도했고, "아무도 성공할 것이라 믿지 않았지만, 첫 시도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러시아 입국 후에는 잘못된 국경 지점으로 들어갔다는 이유로 57일간 구금됐다. 재판까지 받았지만, 기적처럼 풀려났다. 2008년 금융위기 때는 후원사들이 철수하면서 여행이 중단되기도 했다. 2013년에는 국경 위반 전력 때문에 러시아 재입국이 5년간 금지됐다. 그는 로스앤젤레스에서 워싱턴DC 러시아 대사관까지 걸어가 청원했고, 금지 조치가 해제됐다.

지난해 8월에는 이란이나 러시아를 거치지 않기 위해 카자흐스탄에서 아제르바이잔까지 카스피해를 수영으로 횡단했다. 31일간 헤엄치며 밤에는 지원 보트에서 잠을 잤다.

"걷거나 수영으로 모든 구간을 완주했다"고 부시비는 설명했다. "멈춘 지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원칙을 지켰다"고 덧붙였다.

남은 거리 1500km, "세상은 친절하다"


현재 부시비는 터키를 거쳐 유럽에 들어왔고, 최근 헝가리에 도착했다. 고향까지 남은 거리는 약 1500km. 유럽연합 비자 제한 때문에 90일 체류 후 90일간 떠나 있어야 해서, 멕시코로 날아가 휴식을 취한 뒤 다시 돌아와 여정을 이어가고 있다.

초기에는 하루 약 30km를 걸었지만, 최근에는 24km로 줄였다. 25개국을 거치며 러시아, 몽골, 아시아 일부를 포함한 지구상에서 가장 외진 곳들을 지났다.

"만난 사람의 99.99%가 최고의 인간성을 보여줬다"고 부시비는 말했다. 아프거나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낯선 사람들이 나서서 숙소와 음식, 재정 지원, 조언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모든 나라, 모든 문화권에서 이런 친절이 계속됐다""낯선 이들의 압도적 친절에 충격을 받았다"고 그는 회상했다.

부시비는 단 한 번의 큰 부상(손목을 베어 스스로 봉합)과 한 번의 심각한 질병(위 감염으로 페루에서 만난 의사에게 치료받음)을 겪었다. 외로움을 느낄 때도 있었지만, 처음부터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힘든 여정이 될 것을 각오했다.

27년간 걸었지만 발 상태는 양호하다. "발이 스스로 관리한다"고 부시비는 웃으며 말했다.

내년 9월 헐에 도착하면 27년간의 여정이 끝난다. "27년 동안 내 삶의 목적은 일어나서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었는데, 그게 갑자기 멈춘다""적응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부시비는 말했다.

그는 과학 교육에 관심이 많아 귀향 후 이 분야에 집중할 계획이다. "세상이 당신을 감싸고 목표를 이루도록 도와준다""정말 놀라운 경험이었다"고 부시비는 강조했다.

모험 전문가들은 부시비의 도보 여행이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동시에 세계 각지 사람들의 선의를 증명한 사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