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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 급성장...출하량 5만 대 돌파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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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 급성장...출하량 5만 대 돌파 전망

일본 하모닉드라이브·가와사키, 감속기·관절 부품 기술 집중...미국 테슬라·보스턴다이내믹스, 완성품 실전배치 가속
중국 유니트리·애지봇 저가 전략...푸리에·유비테크는 의료·자동차 특화로 시장 양극화
NASA의 휴머노이드 로봇 발키리(Valkyrie).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NASA의 휴머노이드 로봇 발키리(Valkyrie). 사진=로이터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시장이 내년을 기점으로 상용화 단계에 본격 진입하면서 미국·중국·일본이 각기 다른 전략으로 시장 주도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9일(현지 시각) 보고서에서 "2026년은 휴머노이드 로봇 상용화 분기점이 될 것"이라며 "전 세계 출하량이 5만 대를 넘어서며 전년 대비 700% 이상 급증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일본은 액추에이터와 센서, 제어 시스템 같은 핵심 부품 기술에 집중해 시장 진입장벽을 높이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반면 미국과 중국은 완성품 양산과 실전 배치를 앞당기며 응용 분야 확대에 나서고 있다. 각국이 서로 다른 영역에 주력하면서 2026년은 각 지역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이 중요한 전환점을 맞을 것으로 관측된다.

일본, 고령화 대응 부품 기술 고도화


최근 도쿄에서 열린 국제로봇전시회(iREX 2025)에서 가와사키중공업은 최신 휴머노이드 '칼레이도 9(Kaleido 9)'을 공개했다. 이 로봇은 30kg 무게를 들어 올릴 수 있고, 청소 도구 사용법을 학습하며, 가상현실(VR) 헤드셋을 통한 원격 제어가 가능해 재난 대응에 적합하다는 평가다. 하모닉드라이브는 휴머노이드 관절 전용 감속기를 선보였다. 목과 팔에는 평면형 고토크 감속기를, 손가락에는 초소형 모델을 적용해 파지 능력을 높였다.

트렌드포스는 "iREX 2025에서 휴머노이드가 주요 화제였지만 현장에서 가장 많이 전시된 제품은 산업용 로봇 암과 협동 로봇(코봇)이었다"며 "일본이 통합·배치·투자 회수가 검증된 성숙한 산업용 응용 분야를 여전히 중시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일본은 통합 센싱, 정밀 관절, 선진 제어 시스템 같은 휴머노이드 관련 기술에서 강점을 보유하고 있다.

일본의 고령화 심화와 요양시설 증가는 휴머노이드 로봇 수요를 키우는 요인이다. 트렌드포스는 "일본의 늘어나는 요양 인력 부족과 빽빽한 요양시설 네트워크로 인해 간병인 부담을 줄이고 돌봄 품질을 높이는 일이 시급한 과제"라며 "고령자 돌봄이 일본에서 가장 강력하고 빠르게 성장하는 휴머노이드 로봇 응용 분야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와사키의 '뇨키(Nyokkey)'와 푸리에의 'GR-3'이 모두 이 용도로 설계됐다.

미국, 제조·물류서 비즈니스 모델 검증 단계


미국 휴머노이드 업계는 기술 시연 단계를 넘어 실제 현장 테스트에 집중하고 있다. 경쟁 우위는 이제 움직임 능력보다 시스템 통합과 현장 배치 역량에서 나온다는 분석이다. 테슬라, 보스턴다이내믹스, 애질리티 로보틱스 같은 기업들은 장시간 운영 안정성과 에너지 효율, 기기 내 실시간 인공지능(AI) 추론 능력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트렌드포스는 "2026년은 미국 업체들이 제조 물류 분야에서 확장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할 수 있는지 판가름 나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며 "궁극적으로는 소비자 서비스로 나아가 연구개발 단계에서 광범위한 배치 단계로 이행할 길을 열 것"이라고 전망했다.
피겨AI는 최근 범용 비전-언어-행동(VLA) 모델 '헬릭스(Helix)'를 발표하며 인식, 언어 이해, 학습된 제어를 통합해 로봇공학의 오랜 난제를 극복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2027년이면 시판되는 스마트 로봇의 10%가 차세대 휴머노이드 작업 로봇일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저가 대중화와 고급 특화 양립 과제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은 다양한 응용 시나리오와 계층화된 가격 모델이 특징이다. 유니트리와 애지봇은 저가 모델로 대규모 시범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소비자 기반을 구축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애지봇은 이미 1000대 가까이 생산했다고 주장한다. 반면 푸리에는 정서적 상호작용과 의료 지식을 통한 재활 및 동반자 역할을 강조한다. 대규모 자금 지원을 받는 유비테크는 자동차 제조 현장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사용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중국에는 현재 150개 이상 기업이 휴머노이드 로봇을 생산하고 있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 대변인은 지난달 27일 기자회견에서 "많은 모델이 매우 유사하다"면서 "이런 거의 동일한 모델의 물결이 시장을 잠식하고 진정한 기술 혁신을 방해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다만 기업 투자는 계속 급증하고 있다. 유비테크는 2026년 생산량을 10배 늘릴 계획이며, 규모의 경제 효과로 연간 단위 생산비용이 약 20% 감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렌드포스는 "중국의 주요 과제는 2026년에 대중 시장을 위한 가격 접근성과 고급 차별화를 균형 있게 유지하면서 지속가능한 데이터 및 응용 생태계를 개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업계 전체 출하량은 올해 1만 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지만 막대한 투자 규모에 비하면 여전히 작은 기반이다.

시장조사기관 포천비즈니스인사이트에 따르면 글로벌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은 지난해 243억 달러(약 35조 원)에서 2032년까지 6600억 달러(약 970조 원)에 이를 전망이다. IDTechEx는 2035년까지 약 300억 달러(약 44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에서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주관하는 '휴머노이드 얼라이언스'에 LG CNS, SK에너지, 롯데글로벌로지스 같은 대기업들이 잇따라 합류하면서 참여 기업 수가 약 200개로 늘어났다. 얼라이언스는 내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26)에 공동관을 꾸려 해외시장 진출을 지원할 계획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