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엔비디아 동맹은 '시스템 통제', 한국 메모리 기업은 '우회 수출' 길 열려
단품 HBM 수출 금지 유지…'기술 통제와 경제 협력' 간의 정교한 절충안
단품 HBM 수출 금지 유지…'기술 통제와 경제 협력' 간의 정교한 절충안
이미지 확대보기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엔비디아의 H200 인공지능 프로세서의 중국 수출을 공식 승인한 데 이어, 이 조치가 H200에 탑재된 HBM3E 메모리의 우회적인 중국 선적을 효과적으로 허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단품(Stand-alone) 형태의 고대역폭 메모리 칩은 미국의 수출 통제 하에 남아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메모리 공급망 전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전략적 전환으로 평가된다. 10일(현지 시각) 디지타임스 아시아에 따르면, 이러한 정책 변화가 한국 메모리 업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HBM3E, '시스템 통합'으로 중국 시장 확보
엔비디아 H200은 기존 H100에 사용되던 HBM3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5세대 HBM3E를 통합하고 있으며, 블랙웰(Blackwell) 양산 전까지는 엔비디아 호퍼(Hopper) 세대에서 가장 진보된 제품이다. SK하이닉스, 마이크론, 삼성전자가 엔비디아 플랫폼에 사용되는 HBM3E의 주요 공급사이다.
메모리 업계 고위 관계자들은 이번 정책이 HBM3E 같은 첨단 메모리 칩이 엔비디아 GPU에 통합될 때만 중국으로의 접근을 효과적으로 허용하는 것이라고 분석한다. 독립적인 HBM 선적은 여전히 금지되어 있어, 시스템 레벨 수출과 부품 레벨 제한 사이의 구분이 강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결과적으로, 한국 메모리 기업들은 엔비디아의 최종 완제품 수출을 통해 중국의 고성능 HBM 수요를 간접적으로 충족시킬 수 있는 길을 열게 되었다.
H200 성능, 중국 AI 모델 구축 지원
닛케이 아시아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과거 바이든 행정부 시절의 수출 통제 규정을 준수하기 위해 중국으로 향하는 여러 칩의 성능을 의도적으로 낮춘 바 있다. H100의 저하 버전인 H20은 H100 대비 AI 훈련 성능이 약 10분의 1에 불과했지만, H200은 H100 대비 약 2배의 성능을 제공한다. 분석가들은 이번 H200 수출 승인이 중국이 보다 진보된 AI 모델을 구축하려는 노력을 지원할 수 있다고 평가한다.
엔비디아 AI 서버 제조사의 한 고위 임원은 이번 승인으로 공급망 전반의 신뢰도가 높아졌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과 중국 간의 칩 수출을 관장하는 규칙이 더욱 명확해짐으로써 시스템 공급업체 및 부품 공급업체의 수요를 뒷받침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서버 제조사는 새로운 정책이 순조롭게 시행될 경우, 재고로 남아있던 H200 물량이 마침내 해소되기 시작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미 중국 외 지역의 클라우드 공급업체와 AI 스타트업들은 엔비디아의 GB300 플랫폼으로 전환하는 추세였고, 이로 인해 H200 재고 수준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美 정부, 불법 선적 단속도 강화
이러한 정책적 유연성 확보와 동시에 미국은 중국으로의 엔비디아 칩 불법 선적을 막기 위한 단속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미 법무부가 최소 1억 6000만 달러(약 2340억 원) 상당의 H100 및 H200 프로세서를 밀반출하려 한 혐의로 두 명의 남성을 구금했다고 보도했다. 휴스턴의 한 사업가는 이미 유죄를 인정한 상태이다.
[Editor’s Note]
엔비디아 H200 수출 허가는 HBM 시장을 주도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메모리 기업들에게는 막대한 '2차 혜택'을 가져다줄 호재입니다. 미국은 최신 기술인 블랙웰을 막는 선에서, 중국 시장의 HBM 수요를 한국 기업들에게 우회적으로 돌려줌으로써 동맹국과의 경제적 이익을 공유하려는 고도의 전략적 절충안을 선택했습니다. 단품 수출을 막고 시스템 통합 제품만 허용하는 방식은, 중국의 기술 자립을 지연시키면서도 글로벌 AI 공급망의 파트너십을 유지하려는 미국의 정교한 셈법을 보여줍니다. 한국 메모리 기업들은 이러한 정책 변화를 발판 삼아 HBM 시장의 점유율과 수익성을 극대화할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