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의 오른팔’ 토드 콤스 JP모건행… 경영진 물갈이에 투자자 불안 고조
현금 562조 쌓였지만 투자처 실종… 대중국 무역갈등·금리 인하 ‘직격탄’
“더 이상 맹목적 신뢰 없다”… 사상 첫 ‘배당금 지급’ 압박 거세질 듯
현금 562조 쌓였지만 투자처 실종… 대중국 무역갈등·금리 인하 ‘직격탄’
“더 이상 맹목적 신뢰 없다”… 사상 첫 ‘배당금 지급’ 압박 거세질 듯
이미지 확대보기블룸버그 통신은 11일(현지 시각) 워런 버핏의 후계자로 지목됐던 그레그 아벨이 버크셔 해서웨이의 경영 전면에 나섰으나, 핵심 인재 이탈과 대외 경제 여건 악화라는 녹록지 않은 현실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찰리 멍거 부회장이 2021년 주주총회에서 “그레그가 문화를 지킬 것”이라며 실언에 가깝게 후계 구도를 공식화한 지 4년여 만이다.
아벨은 이제 자산 규모 1조 달러(약 1470조 원), 직원 40만 명을 거느린 거대 복합기업의 지휘봉을 잡았다. 그가 운용할 수 있는 현금 실탄(war chest)만 3820억 달러(약 562조 원)에 이른다. 이는 미국 대기업 몇 곳을 한 번에 살려낼 수 있는 막대한 규모다. 하지만 그가 마주한 현실은 ‘꽃길’이 아니다.
핵심 참모의 이탈…‘버핏의 사람들’ 떠난다
아벨 체제의 출범과 동시에 버크셔 경영진에는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가장 충격적인 소식은 버핏의 양팔 중 하나로 꼽히던 스타 펀드매니저 토드 콤스의 이탈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버크셔 내 최대 보험사인 가이코(Geico)의 최고경영자(CEO)이자 주식 운용을 담당했던 콤스는 경쟁사인 JP모건체이스로 자리를 옮긴다. 40년간 살림을 맡아온 마크 햄버그 최고재무책임자(CFO)도 2027년 은퇴를 선언했다.
캐시 세이퍼트 CFRA리서치 애널리스트는 “버크셔의 과거 모델은 ‘워런 버핏 쇼’였고, 나머지는 이름 없는 조연에 불과했다”면서 “버핏이 떠난 지금, 그 모델은 바뀔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콤스의 빈자리는 낸시 피어스 최고운영책임자(COO)가 메우고, 햄버그의 후임으로는 아벨의 측근인 찰스 창이 내정됐다. 이는 ‘버핏의 색채’가 옅어지고 ‘아벨의 친정 체제’가 구축되는 과정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시장의 우려는 여전하다. 세이퍼트 애널리스트는 “투자자들은 콤스의 능력을 높게 신뢰했다”면서 “그의 이탈은 버크셔에 손실”이라고 평가했다.
회계사 출신 ‘비(非)투자 전문가’의 시험대
캐나다 에드먼턴 출신인 아벨은 회계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에너지 산업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1999년 버크셔가 미드아메리칸 에너지를 인수하면서 버핏과 인연을 맺었고, 이후 버크셔 해서웨이 에너지(BHE)를 그룹의 핵심 수익원으로 키워내며 경영 능력을 인정받았다.
그럼에도 시장의 시선은 냉정하다. 마이어 쉴즈 키프 브루예트 앤 우즈(KBW) 애널리스트는 “아벨의 가장 큰 과제는 금융계에서 대체 불가능한 존재였던 누군가(버핏)를 대신해야 한다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버핏은 실수가 있어도 투자자들의 무한한 신뢰를 바탕으로 넘어갈 수 있었지만, 아벨에게는 그런 ‘면죄부’가 주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대외 악재와 실적 압박…흔들리는 수익성
아벨이 해결해야 할 당면 과제는 경영진 개편뿐만이 아니다. 버크셔의 사업 환경 전반에 경고등이 켜졌다.
우선 재보험 사업은 허리케인 활동 감소로 보험료 인상 명분이 약해지면서 수익성 저하가 우려된다.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하 기조는 버크셔가 보유한 막대한 채권의 이자수익 감소로 이어진다. 여기에 중국과의 무역갈등 고조는 물동량 감소를 유발해 버크셔의 철도 사업 부문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복합적인 악재 탓에 최근 월가에서는 버크셔 주식에 대해 드물게 ‘매도(Sell)’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버핏이 주도했던 크래프트 하인즈 합병은 결국 분사로 이어지며 올해 38억 달러(약 5조 원)의 손상차손을 기록하는 등 투자 성적표도 예전만 못하다. 이는 물건(자산)을 팔지는 않았지만 현재 가치가 샀을 때보다 너무 많이 떨어져서 그 하락한 금액만큼을 미리 ‘손해(비용)’로 장부에 기록하는 것을 말한다.
‘배당금 지급’ 카드 꺼내나
시장의 관심은 아벨이 과연 버핏의 원칙을 깨고 배당금을 지급할지 여부에 쏠린다. 버크셔는 1967년 단 한 차례 배당을 한 이후, 이익을 재투자하는 것이 주주에게 더 이익이라는 버핏의 철학에 따라 무배당 정책을 고수해 왔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버크셔는 최근 몇 분기 동안 주식을 순매도했고, 자사주 매입조차 1년 넘게 중단했다. 현금은 쌓여가는데 금리는 낮아져 이자수익 매력도 떨어졌다.
쉴즈 애널리스트는 “사용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많은 현금을 창출하고 있는데 이를 내부에 쌓아두는 것은 비경제적”이라며 “배당을 시작하는 것이 올바른 결정”이라고 진단했다.
지난 10월 버크셔에 대해 ‘시장수익률 하회(Underperform)’ 의견을 냈던 그는 아벨이 주주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배당이라는 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세이퍼트 애널리스트는 “버핏에게 맹목적이었던 충성파 주주들이 아벨에게도 같은 충성심을 보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버핏 없는 버크셔’를 이끄는 아벨이 자신만의 리더십을 증명하고 흔들리는 투자자들의 마음을 잡을 수 있을지 월가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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