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년 전력 소비 10배 폭증… 중앙집중식 전원·BBU·SMR이 '전력 병목' 뚫을 열쇠
UPS 지고 '배터리 백업(BBU)' 부상… 델타·라이트온 등 대만 기업 선점, 韓 기업 추격 시급
UPS 지고 '배터리 백업(BBU)' 부상… 델타·라이트온 등 대만 기업 선점, 韓 기업 추격 시급
이미지 확대보기서버 랙(Rack)당 전력 소비량이 2022년 대비 2027년 10배인 600킬로와트(kW)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 속에, 기존 전력 공급망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고압직류송전(HVDC), 배터리백업장치(BBU), 연료전지, 소형모듈원전(SMR) 도입이 가속화하는 추세라고 대만 IT 전문지 디지타임스(Digitimes)가 지난 12일(현지시간) AI 데이터센터 전력 구조 재편 동향을 전했다.
랙당 600kW 시대 개막… 전력 설계의 대전환
디지타임스 리서치(DIGITIMES Research) 분석에 따르면, AI 서버 랙당 전력 소비량은 2022년 약 60kW 수준에서 오는 2027년에는 600kW에 이를 것으로 나타났다. 5년 만에 10배에 달하는 급격한 전력 밀도 상승이다. 이는 기존 랙 내부 전력 설계의 물리적 한계를 드러내며, 별도의 전력 전용 랙인 '사이드카(Sidecar)' 도입과 인프라 수준의 중앙집중식 전원 공급 방식으로의 전환을 재촉하고 있다.
특히 거대언어모델(LLM) 훈련 등을 수행하는 대규모 AI 클러스터는 그래픽처리장치(GPU)의 부하 변동폭이 극심하다. 찰나의 순간에 전력 사용량이 급증했다가 줄어드는 현상이 반복되는데, 이때 셧다운이 발생하면 막대한 데이터 손실로 이어진다. 따라서 일반 서버보다 훨씬 엄격한 전력 품질이 요구되며, 에너지 변환 효율과 안정성, 백업 지속 시간이 데이터센터 설계의 핵심 요소로 떠올랐다.
업계에서는 고부하 작업을 처리하기 위해 HVDC 배전 방식과 모듈형 백업 솔루션에 주목한다. 델타 일렉트로닉스(Delta Electronics)는 최근 800V(볼트) '그리드-투-칩(Grid-to-Chip)' 아키텍처를 선보였다. 변전소에서 서버 칩까지 이르는 전 구간의 에너지 효율을 약 92%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라이트온(Lite-On)과 치코니 파워(Chicony Power) 등 주요 전원공급장치(PSU) 제조사들도 고출력·고밀도 제품 생산 능력을 확대하며 중앙집중식 전력 서버 시장 공략에 나섰다.
"중앙 UPS 지고 BBU 뜬다"… 백업 시스템의 세대교체
데이터센터의 비상 전력을 담당하던 무정전전원장치(UPS)의 위상도 달라지고 있다. AI 모델의 규모가 커지면서 데이터 일관성 유지와 정전 리스크 관리가 필수 과제로 떠오르자, 중앙집중식 UPS 대신 랙 내부에 직접 설치하는 배터리백업장치(BBU)가 주류로 부상했다.
BBU는 기존 중앙집중식 UPS와 달리 서버 랙 안에 자리 잡아 전력 변환 손실을 줄이고, 운영 중에도 교체가 가능한 '핫 스와핑(Hot Swapping)'을 지원한다. 각 랙에 분산 배치하므로 정전 시 대응 속도가 빠르고, 자동화된 고밀도 데이터센터 환경에 적합한 모듈형 설계를 갖췄다.
디지타임스 리서치는 오는 2027년까지 BBU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라이트온, AES-KY, 다이나팩(DynaPack), STL 등 관련 기업들은 BBU 시스템과 모듈, 배터리관리시스템(BMS) 제어 기술 개발에 뛰어들며 생산능력을 확충하고 있다.
전력망 독립 선언… 연료전지와 SMR로 에너지 자립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가 국가 전력망(Grid) 용량을 위협할 수준에 이르자, 빅테크 기업들은 외부 전력망 의존도를 낮추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신재생에너지와 에너지저장장치(ESS)를 넘어 연료전지와 소형모듈원전(SMR)이 중장기적인 보조 전력원으로 주목받는 이유다.
미국의 주요 클라우드 및 AI 운영사들은 데이터센터의 회복 탄력성을 높이기 위해 천연가스 발전 설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SMR을 배치해 다중 에너지원(Multi-source) 체제를 구축하려는 움직임도 뚜렷하다.
특히 고체산화물연료전지(SOFC)와 고분자전해질연료전지(PEMFC)는 백업 전원이자 분산 발전원으로 평가받는다. 업계 관계자들은 "SOFC는 높은 효율과 내구성을 갖췄고 다양한 연료를 사용할 수 있어 AI 데이터센터의 기저 부하를 담당하기에 적합하다"고 입을 모은다.
대만 공급망은 이러한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델타 일렉트로닉스는 SOFC 시스템 통합 역량을 확보해 데이터센터 전력 포트폴리오에 포함시켰으며, 카오리(Kaori)는 블룸에너지(Bloom Energy)의 주요 부품 공급사로서 입지를 다졌다. 아크벨(Acbel) 역시 연료전지 시스템용 변환기와 모듈을 공급하며 에너지 통합 솔루션 분야를 강화하고 있다.
한국 전력·배터리 산업에 던지는 메시지
이번 AI 인프라 재편 흐름은 한국 산업계에 위기이자 기회다. 대만 기업들이 전원공급장치(PSU)와 BBU 완제품 시장에서 발 빠르게 움직이며 시장을 선점하는 모습은 주목할 사안이다. 한국은 배터리 셀(Cell) 제조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췄지만, 데이터센터용 BBU 모듈이나 통합 솔루션 분야에서는 대만 기업들과 비교해 존재감이 뚜렷하지 않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등 배터리 제조사와 전력 기기 업체들이 단순 셀 공급을 넘어 데이터센터 맞춤형 패키징과 BBU 솔루션 시장으로 영역을 확장해야 할 시점이다.
또한, SMR과 연료전지 분야는 한국 기업들이 강점을 지닌 분야다. 두산에너빌리티를 비롯한 원전 생태계와 SK에코플랜트, 포스코에너지 등 연료전지 관련 기업들은 글로벌 빅테크의 '전력망 독립' 수요를 정조준할 필요가 있다.
투자자 관점에서도 시야를 넓혀야 한다. 그동안 AI 투자가 엔비디아와 같은 AI 반도체 칩에 집중됐다면, 이제는 그 칩을 구동하기 위한 '백본(Backbone)'인 전력 인프라로 눈을 돌려야 한다. 전력 효율화(HVDC), 백업 시스템(BBU), 독립 전원(SMR/연료전지) 밸류체인에 속한 기업들이 제2의 AI 수혜주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전기는 AI 시대의 '산소'이며, 이 산소를 효율적으로 공급하는 기술이 곧 패권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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