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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유대인 축제 총기테러' 계기 총기법 강화…“국가안보 최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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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유대인 축제 총기테러' 계기 총기법 강화…“국가안보 최우선”

앤서니 알바니지 호주 총리(가운데)가 16일(현지시각) 시드니 본다이 해변 총격 사건 현장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앤서니 알바니지 호주 총리(가운데)가 16일(현지시각) 시드니 본다이 해변 총격 사건 현장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지난 14일(이하 현지시각) 호주 시드니의 유명 해변에서 열린 유대인 축제에서 총격 사건으로 15명이 숨진 지 하루 만에 호주 정부가 총기 규제 강화를 골자로 한 대책을 내놨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5일 보도했다.

앤서니 알바니지 호주 총리는 반유대주의 척결을 약속하며 "필요한 모든 조치를 다하겠다"고 밝혔다.

◇ 총기 등록제 도입…1000억원 규모 예산 투입


FT에 따르면 알바니지 총리는 14일 밤 내각과 주정부 지도자들과 긴급 회의를 열고 전국 총기 등록제 도입과 총기 소지자 제한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개정안에 합의했다.
호주 정부는 각 주와 준주에 총기 관리 체계 강화를 위한 1억 호주달러(약 974억 원)의 예산을 지원하기로 했으며 앞으로 총기 구매자는 호주 시민권자에 한정되고 개인이 소유할 수 있는 총기의 수에도 상한선이 생긴다.

호주 총리실은 성명을 통해 "정부는 총기법 개정을 신속히 추진하기로 했다"며 "1996년 태즈메이니아주 총기 사건 이후 도입된 기존 규정은 현재의 안보 환경에 걸맞게 보완돼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 유대인 명절 ‘한우카’ 노린 테러…부자 범행, 10세 소녀 등 희생


이번 총격 사건은 지난 14일 밤 시드니 본다이 해변에서 열린 유대교 명절 ‘한우카(Hanukkah)’ 축제 첫날에 발생했다. 두 명의 총격범이 ‘롱암’ 총기를 사용해 인파를 향해 난사했고 시민들이 혼비백산해 달아나는 장면이 전 세계로 확산됐다.

호주 경찰은 용의자를 사지드 아크람과 나비드 아크람 부자(父子)로 보고 있으며 50세 부친은 현장에서 사살됐고 24세 아들은 체포 후 혼수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친은 호주 시민권자가 아니며 1998년 유학생 비자로 입국한 후 여러 차례 체류 자격을 변경하며 호주에 거주해 왔다.

희생자 중에는 영국 태생의 랍비, 10세 소녀, 퇴직 경찰관, 홀로코스트 생존자도 포함됐으며 부상자 27명 중 일부는 위중한 상태다. 호주 정부는 이번 사건을 ‘테러 행위’로 규정했다.

◇ “총기 6정 보유도 합법”…전국 단일 등록체계 없던 허점 노출


호주 경찰에 따르면 사망한 부친 용의자는 10년 이상 총기 사용 면허를 보유하고 있었으며 사건 당시 6정의 총기를 합법적으로 소지한 상태였다. 하지만 호주는 주마다 총기법이 달라 주 간 이동 시 총기 소지가 제대로 추적되지 않는 구조다.

알바니지 정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전국 단일 총기 등록 시스템 도입을 강하게 추진할 방침이다.

토니 버크 내무부 장관은 "24세 아들은 호주 시민이며 2019년 정보기관이 그의 주변 인물을 조사하던 중 연관성 때문에 잠시 관찰 대상에 올랐지만 당시 폭력 성향은 없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호주는 지난 1996년 포트아서 학살 사건 이후 총기 반납 및 사면 정책, 반자동 소총 금지, 용도별 면허제 등을 포함한 세계 최고 수준의 총기 규제를 시행해왔다. 하지만 최근 다시 강력한 장총과 산탄총이 인기 있는 수렵용으로 사용되면서 기존 규제가 실효성을 잃어가고 있다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