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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반도체 반격, 50% 수율로도 맹추격…한국 HBM '초격차'만이 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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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반도체 반격, 50% 수율로도 맹추격…한국 HBM '초격차'만이 살길

SMIC 7nm 양산 성공, 수율은 TSMC 절반…트럼프, H200 칩 수출 허용에 25% 수수료 부과
SK하이닉스 HBM 점유율 62% 압도적 1위…한중 D램 기술격차 1.5년으로 좁혀져
미국의 강력한 반도체 수출통제에도 중국이 천문학적 투자로 기술 자립을 가속화하면서 한국 반도체 산업이 첨단 메모리 기술 격차 유지와 공급망 다변화라는 이중 과제에 직면했다. 사진=오픈AI의 챗GPT-5가 생성한 이미지이미지 확대보기
미국의 강력한 반도체 수출통제에도 중국이 천문학적 투자로 기술 자립을 가속화하면서 한국 반도체 산업이 첨단 메모리 기술 격차 유지와 공급망 다변화라는 이중 과제에 직면했다. 사진=오픈AI의 챗GPT-5가 생성한 이미지
미국의 강력한 반도체 수출통제에도 중국이 천문학적 투자로 기술 자립을 가속화하면서 한국 반도체 산업이 첨단 메모리 기술 격차 유지와 공급망 다변화라는 이중 과제에 직면했다. 업계에서는 중국 메모리 업체들이 범용 시장에서 빠르게 추격하고 있어 한국 기업들의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초격차 기술 확보가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와 욜그룹(Yole Group) 등 글로벌 반도체 분석기관들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반도체 산업은 2020년 이후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첨단 공정에서는 여전히 2~3세대 기술 격차를 보이고 있다.

중국 7nm 양산, 수율은 TSMC 절반


중국 최대 파운드리 업체 SMIC는 극자외선(EUV) 장비 없이 심자외선(DUV) 다중패터닝 기술만으로 7nm 공정 양산에 성공했다. 지난해 화웨이 메이트60에 탑재된 기린9000s 칩을 통해 5nm급 공정도 제한적으로 가동 중이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SMIC7nm 수율은 50% 미만으로 TSMC93.5%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에 그친다. 생산비용도 40~50% 더 비싼 것으로 알려졌다.

메모리 분야에서는 YMTC2943D 낸드를 출하하며 삼성전자(286), SK하이닉스(321)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CXMT는 올해 D램 시장점유율 10% 돌파를 목표로 하고 있다. 디지타임스는 지난달 CXMT16nm D램 양산에 돌입하고 15nm 개발을 추진 중이라고 전했다.

중국의 이 같은 성과 뒤에는 막대한 정부 지원이 있다. 중국 정부는 3기 빅펀드에 3440억 위안(72조 원)을 조성했고, 해외 인재 영입에 한 사람당 최대 70만 달러(10억 원) 이상의 계약 보너스를 제공하고 있다.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2019년부터 2023년까지 비밀리에 '치밍(啓明)' 프로그램을 통해 300~500만 위안(63000~105000만 원)의 계약 보너스와 주택 구입 보조금을 제공하며 반도체 인재를 유치해왔다.

하지만 구조적 한계도 뚜렷하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중국 반도체 장비 국산화율은 13.6%에 불과하다. 전자설계자동화(EDA) 소프트웨어는 80%를 미국 기업인 시놉시스, 케이던스에 의존하고 있다. EUV 장비 접근이 차단된 상황에서 5nm 이하 공정 경쟁력 확보는 요원한 상태다.

미 정부 단속에도 우회 수출 기승…트럼프, 수익 중심 정책 선회


바이든 전 행정부는 202210월 이후 세 차례에 걸쳐 대중국 반도체 수출통제를 강화했다. 엔비디아 A100, H100 등 인공지능(AI) 칩 수출을 금지했고, 18nm 이하 D램과 128층 이상 낸드 생산 장비 통제에 나섰다. 지난해 12월에는 HBM2E 이상 고대역폭메모리 수출까지 전면 금지했다.
동맹국 협력도 확대했다. 네덜란드는 ASMLEUV 장비 수출을 차단했고, 일본은 23개 장비 유형에서 수출통제에 동참했다.

미국은 반도체과학법(CHIPS Act)을 통해 520억 달러(77조 원) 이상을 투입해 자국 내 반도체 생산을 확대하고 있다. TSMC 애리조나 공장에는 1650억 달러(244조 원)가 투입됐고, 삼성전자 텍사스 공장(총 투자 450억 달러, 66조 원)도 유치했다.

그러나 20251월 출범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국가안보' 중심에서 '거래와 수익'을 강조하는 실용주의로 정책을 급선회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월 바이든 행정부가 금지했던 엔비디아의 첨단 AI H200의 대중국 수출을 전격 허용하면서 판매액의 25%를 미국 정부에 수수료로 납부하도록 했다. 이는 규제가 오히려 중국 기업의 자생력을 키워준다는 논리와 함께, 세수 확보 및 미국 기업의 시장 지배력 유지를 목표로 한다. AMD, 인텔 등 다른 반도체 기업에도 유사한 방식이 적용될 전망이다.

한편 중국의 우회 전략도 활발하다. CSIS 보고서에 따르면 2023~2024년 중국은 ASML DUV 장비를 대량 구매했다. 신미국안보센터(CNAS)는 최근 보고서에서 심천에서 4~5만 개 규제 대상 칩이 암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다고 밝혔다. 3국 우회 수출, 클라우드를 통한 AI 칩 접근 등으로 제재 효과가 제한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2028EUV 자체 개발 목표…첨단공정 역전은 어려워


글로벌 반도체 분석기관들은 중국이 2027~2028년까지 파운드리 자급자족을 달성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로이터는 지난해 12월 중국이 비밀리에 EUV 광원 프로토타입을 완성했으며 2028~2030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YMTC는 올해 안에 글로벌 낸드 시장 3위권 진입이 유력하고, CXMTD램 점유율도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첨단 공정에서 실질적 역전은 쉽지 않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EUV 장비 차단, 낮은 수율, 해외 부품 의존 등 구조적 한계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특히 HBM 분야에서는 한국과 2~3년 이상 격차가 존재하며, 이는 AI 시대 반도체 경쟁의 핵심 변수로 꼽힌다.

글로벌 공급망은 프렌드쇼어링 기조 속에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인도 등으로 분산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중국 중심 공급망과 서방 동맹 중심 공급망의 이원화가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SK하이닉스 HBM 62% 점유…한중 D램 격차는 1.5


다만, 한국 반도체 산업은 복합적 과제에 직면해 있다. 테크노드와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중국과 범용 D램 기술격차가 1.53년으로 좁혀졌고, 낸드는 1~2년 수준이다.

삼성전자 중국 시안 공장(전체 낸드의 40%), SK하이닉스 우시·다롄 공장(D40%, 낸드 20%)은 미국 수출통제 하에서 장비 반입 허가 연장 문제로 불안정한 상태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인증최종사용자(VEU) 면제가 엄격해졌다. 2025830일 미국 상무부 산업보안국(BIS)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TSMCVEU 명단에서 삭제한다고 발표했다. 20261월부터는 중국 공장에 반도체 장비를 들여갈 때마다 미국 정부의 건별 승인을 받아야 하며, 미국 정부는 기존 공장 유지를 위한 부품 반입은 검토하겠으나 공정 업그레이드나 생산 능력 확대를 위한 장비 반입은 승인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명확히 했다.

미국은 무제한 면제 대신 '1년 단위 수량 승인' 방식을 한국 정부에 제안하며 압박하고 있다.

반면 HBM 분야에서는 압도적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20242분기 기준 SK하이닉스는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 62%를 차지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9월 세계 최초로 HBM4 개발을 완료하고 양산 체제를 구축했다. 삼성전자도 10나노급 6세대(1c) D램 기반의 HBM4 샘플을 엔비디아에 전달했으며, 올해 말 양산에 돌입해 내년 본격 공급을 준비 중이다.

정부는 K-칩스법을 통해 대기업 시설투자 세액공제를 20%로 확대했다. 용인 반도체 메가클러스터에는 700조 원 이상 투자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미중 반도체 전쟁 속에 중국의 추격을 극복하기 위해 세 가지 전략이 필요하다고 분석한다. 첫째, HBM과 차세대 메모리, 첨단 패키징 등 고부가가치 기술에 집중 투자해 초격차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한국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원자재의 절반 가까이(47.5%)를 중국에서 조달하고 있는 만큼, 이 비율이 더 높아지지 않도록 2030년까지 50% 미만을 유지하면서 일본·미국 등으로 공급처를 다변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셋째, 미국 반도체과학법 협력 심화와 일본, 네덜란드와 장비·소재 파트너십 강화를 통해 기술 동맹을 공고히 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