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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먹는 하마' AI의 구원투수…메타, '6.6GW 역대급 원전 계약'으로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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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먹는 하마' AI의 구원투수…메타, '6.6GW 역대급 원전 계약'으로 승부수

빌 게이츠·샘 올트먼의 SMR 기술 낙점… '24시간 무탄소' 전력망 구축
규제 문턱 낮춘 美 정부, 2030년 '원자력 르네상스' 가속화로 데이터센터 패권 결정
메타(Meta)는 테라파워(TerraPower), 오클로(Oklo), 비스트라(Vistra) 등 3사와 손잡고 2035년까지 최대 6.6기가와트(GW) 규모의 원자력 에너지를 구매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메타(Meta)는 테라파워(TerraPower), 오클로(Oklo), 비스트라(Vistra) 등 3사와 손잡고 2035년까지 최대 6.6기가와트(GW) 규모의 원자력 에너지를 구매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사진=연합뉴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폭발적인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차세대 원자력 발전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지난 8일(현지시각) 야후 스카우트와 로이터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페이스북의 모기업 메타(Meta)는 테라파워(TerraPower), 오클로(Oklo), 비스트라(Vistra) 등 3사와 손잡고 2035년까지 최대 6.6기가와트(GW) 규모의 원자력 에너지를 구매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약 500만 가구에 공급할 수 있는 막대한 전력량으로, 미 행정부의 규제 완화와 맞물려 이른바 ‘제2의 원자력 르네상스’를 알리는 신호탄으로 풀이된다.

'AI 전력 병목' 해결할 SMR… 테라파워·오클로와 맞손


메타가 이번에 확보한 6.6GW의 전력은 기존 원전뿐만 아니라 미래형 소형모듈원자로(SMR) 기술을 총망라하고 있다. 특히 주목받는 대목은 빌 게이츠가 설립한 테라파워 및 샘 올트먼이 투자한 오클로와의 협력이다.

메타는 테라파워가 개발 중인 '나트륨(Natrium)' 소듐냉각고속로 8기를 통해 최대 2.8GW의 전력을 공급받을 예정이다.

오클로의 제이콥 드위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8일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하이퍼스케일러들은 데이터센터 가동에 필수적인 24시간 안정적인 기저 전력을 확보하기 위해 원자력을 유일한 해법으로 보고 있다"라고 밝혔다.

오클로는 오하이오주 파이크 카운티에 조성될 원자력 캠퍼스를 통해 2030년부터 단계적으로 전력을 공급하며, 2034년까지 총 1.2GW 규모의 발전 시설을 완비한다는 계획이다.

'350억 달러의 늪' 벗어난 기술 혁신… 경제성·안전성 동시에

그간 미국 원전 산업은 조지아주 보글(Vogtle) 원전 사례처럼 막대한 건설 비용과 공기 지연 탓에 침체기를 겪었다. 보글 원전은 완공까지 15년이 걸렸고 예산의 두 배가 넘는 350억 달러(약 51조 원)가 투입됐다. 반면 차세대 SMR은 공장에서 모듈 단위로 제작해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을 채택해 건설 기간을 3년 수준으로 단축할 수 있다.

기술적 차별화도 뚜렷하다. 테라파워와 오클로가 도입한 소듐냉각 방식은 기존 수냉식보다 열전달 효율이 높고 저압 시스템 운영이 가능해 대규모 격납 용기 구축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췄다.

테라파워의 크리스 레베스크 CEO는 "강철과 콘크리트 사용량이 기존 원전의 절반 이하"라며 "단순히 전력만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용융염 저장 장치를 통해 전력 수요 급증 시 출력을 높이는 '열 배터리' 노릇도 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규제 문턱 낮추는 美 정부와 안전성 논란


미 행정부는 원전 건설 가속화를 위해 규제 체계를 대대적으로 손질하고 있다. 소형 원자로에 대해서는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고, 일부 안전 감시 권한을 에너지부(DOE)로 이관하는 등 속도전에 나섰다.

에너지부는 이러한 조치가 "안전성을 희생하지 않으면서도 불필요한 관료주의적 장벽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우려하는 과학자 모임(UCS) 등 환경 단체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에드윈 라이먼 UCS 국장은 "원자력 안전 원칙이 AI 기술 경쟁이라는 명분 아래 약화 되고 있다"라며 "체르노빌과 후쿠시마의 교훈을 잊고 대중을 위험에 노출 시키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방사성 폐기물 처리 문제 역시 여전한 숙제다. 오클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17억 달러(약 2조 4000억 원) 규모의 핵연료 재활용 시설을 테네시주에 건설해 폐연료봉의 95% 이상을 다시 에너지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미국 원전 산업은 빅테크의 막대한 자금력과 정부의 정책적 지지를 바탕으로 2026년을 기점으로 거대한 전환점에 들어섰다.

웨드부시 증권의 댄 아이브스 기술 연구 책임자는 "이제 전력은 칩만큼이나 중요한 AI 경쟁의 병목 구간"이라며 "올해 안에 거의 모든 빅테크 기업이 원자력 확보를 위한 파트너십이나 인수합병(M&A)에 나설 것"으로 분석했다.

2030년대 중반까지 이어질 이번 ‘원전 르네상스’는 단순히 에너지 확보를 넘어, 전 세계 AI 인프라의 주도권을 누가 쥐느냐를 결정짓는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전력망 확보가 곧 데이터센터의 입지와 경쟁력을 결정하는 시대가 왔다"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서진욱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