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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 삼킨 중국식 ‘996’ 과로사슬… AI 천재들이 샌프란시스코서 썰물처럼 빠지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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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 삼킨 중국식 ‘996’ 과로사슬… AI 천재들이 샌프란시스코서 썰물처럼 빠지는 이유

주 72시간 지옥 불꽃 튀는 AI 전쟁, 오픈AI·앤트로픽 ‘인간 개조’ 수준 근무 강행
“허리 끊어질 듯한 통증에도 코딩” 실리콘밸리 덮친 번아웃, 기술 패권의 ‘잔혹한 비용’
건강·가족 버린 자발적 착취… 혁신 성지에서 ‘인재 무덤’으로 변하는 AI 메카
인공지능(AI) 패권을 차지하려는 글로벌 빅테크들의 속도전이 과거 중국 IT 업계의 악습인 ‘996 근무제(오전 9시 출근·밤 9시 퇴근, 주 6일 근무)’를 실리콘밸리 심장부로 불러들이며 연구원들의 삶을 파괴하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인공지능(AI) 패권을 차지하려는 글로벌 빅테크들의 속도전이 과거 중국 IT 업계의 악습인 ‘996 근무제(오전 9시 출근·밤 9시 퇴근, 주 6일 근무)’를 실리콘밸리 심장부로 불러들이며 연구원들의 삶을 파괴하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
인공지능(AI) 패권을 차지하려는 글로벌 빅테크들의 속도전이 과거 중국 IT 업계의 악습인 ‘996 근무제(오전 9시 출근·9시 퇴근, 6일 근무)’를 실리콘밸리 심장부로 불러들이며 연구원들의 삶을 파괴하고 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8(현지시각) 보도를 통해 샌프란시스코의 AI 기업들이 신제품 출시 주기를 단축하려 연구 인력에게 초장시간 노동을 사실상 강제하며 인적 고갈을 심화시킨다고 분석했다.

샌프란시스코에 상륙한 중국식 ‘996’AI 전쟁이 만든 가혹한 시간표


과거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 중국 빅테크 기업의 성장을 견인했으나 노동 착취 논란을 일으켰던 ‘996’ 근무제가 이제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핵심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앨런 AI 연구소의 네이선 램버트 수석 연구원과 AI 연구소 설립자 세바스찬 라슈카는 최근 렉스 프리드먼이 진행하는 팟캐스트에 출연해 이 같은 현상을 조명했다.

라슈카 연구원은 "현재 실리콘밸리의 문화가 중국의 996과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지만, 점점 그 방향으로 수렴하고 있다""AI 모델이 경쟁사를 앞지르기 위해 서로를 추월하는 속도가 빨라지면서 스타트업 직원들이 받는 압박은 극에 달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특히 이들은 업계 선두주자인 오픈AI와 앤트로픽이 이러한 고강도 근무 환경을 주도하고 있다고 지목했다.

열정이라는 이름의 굴레… 건강 악화와 인적 희생의 악순환


전문가들은 이러한 과로 문화가 단순한 업무량 증가를 넘어 연구자들의 인격을 파괴한다고 지적한다. 라슈카 연구원은 휴식 없이 일하다 허리와 목에 심각한 통증을 겪었다라며 누구도 강요하지 않았으나 스스로 선택한 자발적 과로가 오히려 건강을 해치는 독이 됐다라고 고백했다.

램버트 연구원 역시 가족과 보내는 시간의 상실, 세상에 대한 편협한 시각, 건강 문제 등 인적 희생을 전제로 하는 모델은 결코 지속 가능하지 않다라며 이미 수많은 인재가 번아웃(심신 소진) 상태에 빠졌다라고 분석했다. 특히 개발자들이 기술적 성취를 위해 헌신하는 심리를 기업이 고압적인 문화를 정당화하는 도구로 활용한다는 점을 비판했다.

AI 패권의 독배… 샌프란시스코 입성의 혹독한 대가


업계 전문가들은 AI 분야에서 성공하려면 샌프란시스코의 가혹한 환경을 견뎌야만 하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라고 입을 모은다. 램버트 연구원은 “AI 산업에 영향을 끼치고 싶다면 샌프란시스코가 가장 적합한 장소임은 분명하지만, 그 대가는 매우 혹독하다라고 강조했다.

현재 실리콘밸리 내부에서는 초장시간 근로가 창의성을 저해해 장기적 경쟁력을 약화시킨다는 우려와 기술 격변기에 생존하려면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주장이 충돌한다. 한편, 오픈AI와 앤트로픽 측은 이번 보도와 관련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한국 AI 업계는? ‘52시간제장벽 속 인재 유출 가속화


대한민국 AI 업계 역시 실리콘밸리의 ‘996’ 광풍에서 자유롭지 않다. 다만 한국은 52시간 근무제라는 법적 테두리와 인재 부족이라는 이중고에 직면해 있다. 국내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와 AI 스타트업들은 글로벌 기업과의 속도전에서 밀리지 않으려 유연근무제를 총동원하지만, 물리적 노동 시간의 한계로 인해 기술 격차 확대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반면 일부 핵심 인재들은 고액 연봉과 압축 성장의 기회를 찾아 실리콘밸리의 혹독한 과로 문화를 감수하고 미국행을 택하는 인재 유출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국내 업계에서는 법적 규제와 글로벌 경쟁력 사이의 균형점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