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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배터리 굴기’ 가속화…전력 개혁과 AI 데이터센터가 성장의 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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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배터리 굴기’ 가속화…전력 개혁과 AI 데이터센터가 성장의 축

리튬이온 저장용 셀 출하량 올해 75% 급증 전망…태양광 제치고 ‘최대 청정 수출품’ 등극
美 AI 데이터센터 전력난의 ‘유일한 해법’ 부상…2026년 설치 전망치 25% 상향
사람들이 2025년 7월 16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국제공급망 박람회 기간에 배터리 대기업 CATL의 부스를 방문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사람들이 2025년 7월 16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국제공급망 박람회 기간에 배터리 대기업 CATL의 부스를 방문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중국의 전력 시장 개혁과 글로벌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폭발적인 수요가 맞물리며 중국 에너지저장장치(ESS) 산업이 유례없는 호황을 맞고 있다.

중국 배터리 기업들은 이미 전 세계 시장을 장악한 데 이어 전력망 안정화와 AI 산업의 핵심 공급처로서 지배력을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22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 “주문량 폭주” 전 세계 6대 셀 공급업체 모두 중국계


최근 에너지 저장용 리튬이온 배터리 셀 출하량은 전년 대비 75%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전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상위 6개 업체(CATL·히티움·이브에너지·BYD·칼브·REPT)는 모두 중국 기업이며, 상위 10위권 내에서 일본의 AESC를 제외하면 모두 중국계가 휩쓸고 있다.

올해 10월까지 중국의 배터리 수출액은 약 667억6000만 달러(약 92조 원)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는 2022년 이후 태양광 패널을 제치고 중국에서 수익성이 가장 높은 청정기술 수출 품목이 되었음을 의미한다.

비자동차용(에너지 저장 등) 배터리 수출 성장률은 51.4%를 기록하며, 전기차 배터리 성장률(40.6%)을 앞질렀다.

◇ 미국 AI 데이터센터의 구원투수: ‘태양광+저장장치’


UBS 분석가들은 “미국 AI 데이터센터의 견고한 전력 수요를 충족할 유일한 해결책은 태양광과 저장장치의 결합”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의 가스·원자력 등 기존 기저부하 전력이 향후 5년 내에 급격히 성장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중국산 배터리가 전력 병목현상을 해결할 핵심 열쇠가 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올해 배터리 저장 시설에 대한 전 세계 투자가 16% 증가한 66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 투자의 상당 부분이 중국산 셀을 사용하는 시스템에 집중될 전망이다.

◇ 중국 내부 전력 개혁: ‘방치된 배터리’에서 ‘수익 모델’로


중국은 이미 전 세계 배터리 저장 설비의 약 40%를 보유하고 있으나 그동안은 보조금을 받기 위한 ‘전시용’으로 방치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지난 6월 단행된 전력 시장 개혁이 판도를 바꿨다.

신축 프로젝트가 고정 가격이 아닌 시장 경매를 통해 전력을 판매하도록 요구하면서 가격이 낮을 때 충전하고 높을 때 판매해 차익을 남기는 ‘차익 거래’가 가능해졌다.

개혁 이후 3분기 에너지 저장 발전소의 하루 평균 가동 시간은 3.08시간으로 전년 대비 0.78시간 증가했다.

중국 정부는 2027년까지 저장 용량을 두 배로 늘리기 위해 350억 달러를 투입하고, 10개 성(省)에서 용량 요금제를 도입하는 등 지난 10년 만에 가장 결정적인 정책 전환을 보이고 있다.

◇ 지정학적 리스크와 향후 과제


장밋빛 전망 속에서도 위험 요소는 존재한다.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이 중국을 ‘외국 관심기관’으로 지정해 투자 세액 공제 혜택에서 제외하는 등 규제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독보적인 가격 경쟁력과 기술력을 갖춘 중국 배터리 기업들의 ‘공급망 장악’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