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무역대표부 대표, 2026년 여름 예정인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의 공동 검토 관련해 자동 연장되지 않고 공급망·기술·안보가 결합된 단일 경제안보 블록이 될 것임을 시사함으로써 자유무역의 조건부화가 본격화되고 있음을 뒷받침해
미국, 수출통제, 투자심사, 통관절차 정렬을 명시한 것은 USMCA를 재세계화의 대표 사례로 삼아 대중 경제 승리 전략을 교역 관련 모든 경로를 통제하는 것으로 추진하고 있음이 드러나
한국 정부와 기업 모두 북미 3국 시장 전략을 이 같은 질서의 변화를 인식하고 수립해야
미국, 수출통제, 투자심사, 통관절차 정렬을 명시한 것은 USMCA를 재세계화의 대표 사례로 삼아 대중 경제 승리 전략을 교역 관련 모든 경로를 통제하는 것으로 추진하고 있음이 드러나
한국 정부와 기업 모두 북미 3국 시장 전략을 이 같은 질서의 변화를 인식하고 수립해야
이미지 확대보기자동 연장이 사라진 자리에서 시작된 새로운 질서
미국이 내년 여름 예정된 북미 자유무역협정 공동검토를 앞두고 “자동 연장은 없으며, 구조적 결함을 먼저 고친 뒤에야 연장을 논의하겠다”고 못 박은 것은 단순한 통상 절차상의 변화가 아니다. 이는 자유무역협정이 더 이상 관세 인하를 위한 기술적인 문서가 아니라, 경제안보 체제를 운영하는 핵심 규칙으로 전환되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미국 무역대표부의 수장인 제이미슨 그리어 대표는 미 의회 증언에서 USMCA가 일정 부분 성과를 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그대로 연장하는 것은 미국의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분명히 했다. 이 발언의 무게는 크다. 협정의 존속 여부를 성과가 아니라 정렬(alignment)의 문제로 재정의했기 때문이다.
USMCA라는 ‘살아 있는 협정’의 구조적 의미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은 2020년 발효 당시부터 독특한 구조를 갖고 있었다. 협정은 총 16년의 수명을 갖되, 6년마다 공동검토를 통해 각국이 연장 의사를 공식 확인하도록 설계됐다. 이는 자유무역을 일단 열어두고 사후 관리하는 방식이 아니라, 환경 변화에 따라 지속적으로 재조정되는 협정이라는 점을 제도적으로 명시한 것이다.
다섯 가지 쟁점, 하나의 목표
미국이 이번 공동검토에서 제시한 핵심 쟁점은 다섯 가지로 정리된다. 원산지 규칙 강화, 관세·수출통제·투자심사의 정렬, 농식품 시장 접근 문제, 핵심광물 공급망 구축, 노동·환경 규범의 집행 강화다. 표면적으로는 각기 다른 사안처럼 보이지만, 이들은 하나의 방향으로 수렴한다. 그 목표는 명확하다. 북미 내부의 생산과 투자를 늘리고, 외부 특히 중국발 공급망 리스크를 차단하며, 규범과 집행을 통해 이를 제도화하는 것이다. 이는 무역 정책이라기보다 경제안보 정책에 가깝다.
원산지 규칙 강화가 겨냥하는 것
미국이 특히 강조하는 원산지 규칙 강화는 “어디서 조립했는가”가 아니라 “가치가 어디서 만들어졌는가”를 묻는 질문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비자동차 품목에 대한 원산지 기준 강화, 멕시코와 캐나다로의 생산 이전에 대한 제재 논의, 역외 기업 투자와 과잉공급 문제 제기는 모두 중국을 포함한 제3국 우회 공급망을 차단하기 위한 장치다.
이는 멕시코에 공장을 세우면 자동으로 북미 자유무역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기존의 인식을 근본적으로 뒤흔든다. 이제 북미는 생산기지가 아니라 통과 자격을 심사하는 필터로 기능하기 시작했다.
관세보다 중요한 수출통제와 투자심사
이번 공동검토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미국이 관세와 함께 수출통제, 투자심사, 통관 절차의 정렬을 명시적으로 언급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무역 장벽의 중심이 관세에서 기술과 자본의 이동 통제로 이동했음을 뜻한다.
이 흐름 속에서 캐나다와 멕시코 역시 미국과 동일한 수준의 경제안보 규칙을 공유하도록 요구받고 있다. 북미는 하나의 시장이 아니라, 하나의 통제 체계가 되고 있다.
핵심광물, 무역의 부속품에서 안보의 핵심으로
미국이 제안한 ‘북미 핵심광물 시장’ 구상은 재세계화의 본질을 가장 분명하게 드러낸다. 채굴과 정제, 재활용, 재사용, 제조까지 전 주기를 북미 안에서 구축하겠다는 발상은, 핵심광물이 더 이상 가격이나 효율의 문제가 아니라 전략적 자격의 문제가 되었음을 의미한다.
배터리, 반도체, 전장 산업에서 핵심광물은 단순한 원재료가 아니다. 어느 블록 안에서 조달되고 인증받는지가 기업의 생존을 좌우하는 기준으로 바뀌고 있다.
노동과 환경, 도덕이 아닌 산업정책
노동·환경 규범 강화 역시 가치 외교의 차원을 넘어선다. 강제노동 수입 금지의 집행 정렬, 멕시코 노동 감독 권한 강화, 환경 법집행 압박은 모두 저임금과 느슨한 규제를 통한 가격 경쟁을 제도적으로 차단하는 기능을 한다.
이는 북미 내부의 산업 비용 구조를 재편하는 정책이다. 노동과 환경은 이제 윤리적 선택이 아니라, 경쟁 조건을 규정하는 산업정책의 도구가 되었다.
재세계화의 본질은 ‘시장 접근’이 아니라 ‘경로 통제’
미중 패권 경쟁이 첨단 제품의 대중 수출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굳어지는 가운데, USMCA 공동검토는 재세계화의 실체를 보여준다. 재세계화란 글로벌화를 되돌리는 것이 아니라, 어떤 경로를 통해 무엇이 이동할 수 있는지를 통제하는 질서다. 이 질서에서 중요한 것은 관세 혜택이 아니라, 원산지·수출통제·투자심사·노동·환경 규범을 충족할 수 있는 제도적 자격이다.
한국이 직면한 현실: 기회이자 위험
한국은 이 같은 변화에서 주변국이 아니다. 북미 공급망에 깊숙이 연결된 제조 강국이자, 동시에 중국 시장과도 강하게 얽힌 국가다. 따라서 충격은 크지만, 설계에 따라 기회 역시 커질 수 있다. 한국 기업들에게 북미 전략의 핵심은 더 이상 공장 수가 아니다. 원산지와 통제 준수 능력, 공급망의 투명성, 핵심광물과 기술의 인증 구조가 경쟁력을 결정한다.
한국이 얻어야 할 네 가지 교훈
한국이 배워야 할 교훈은 네 가지다. 첫째, 북미 사업의 핵심은 생산능력이 아니라 자격 확보다. 둘째, 수출통제와 투자심사는 대중 사업과 북미 사업을 동시에 평가하는 기준으로 작동한다. 셋째, 핵심광물은 비용 문제가 아니라 블록 내 생존 조건이다. 넷째, 노동과 환경은 도덕이 아니라 가격 구조를 재편하는 규칙이다.
기업 전략을 넘어 국가 전략으로
이제 이러한 변화는 개별 기업의 대응을 넘어 국가 전략의 영역으로 들어왔다. USMCA 공동검토는 통상 협정의 수정이 아니라, 북미 경제안보 체제의 업그레이드다. 원산지, 수출통제, 투자심사, 핵심광물, 노동·환경 집행이 동시에 움직이는 순간, 기업 전략은 곧 국가 산업 전략이 된다.
한국은 설계자가 될 것인가, 적응자가 될 것인가
이번 USMCA 공동검토가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자유무역의 시대는 끝나지 않았지만, 그 조건은 완전히 달라졌다. 이제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이 파느냐가 아니라, 어떤 질서 안에서 거래할 자격을 갖추었느냐다.
한국이 이 변화를 단순한 통상 이슈로만 바라본다면, 재세계화의 파도는 위기가 될 것이다. 그러나 이를 산업·자원·기술·외교를 아우르는 전략 문제로 인식하고 선제적으로 설계한다면, 한국은 블록화된 세계질서 속에서 피해자가 아니라 설계자로 자리 잡을 수 있다.
USMCA 공동검토는 북미의 문제처럼 보이지만, 그 파장은 이미 한국의 산업 전략 한가운데에 도달해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공장 이전이 아니라, 질서에 대한 이해와 경로에 대한 통제 전략이다.
이교관 글로벌이코노믹 대기자 yijion@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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