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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배터리 공룡 CATL의 ‘새로운 길’… 트럼프와 유럽의 장벽을 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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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배터리 공룡 CATL의 ‘새로운 길’… 트럼프와 유럽의 장벽을 넘을까

닝데의 2평방마일 기지서 연간 100만 대분 생산… 글로벌 EV 3대 중 1대 장착
유럽·동남아로 생산 거점 확대 추진 중이나 지정학적 리스크와 관세 장벽이 걸림돌
CATL의 주식은 향상된 기술력과 가속화된 해외 확장으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CATL의 주식은 향상된 기술력과 가속화된 해외 확장으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사진=로이터
중국 푸젠성 닝데에 위치한 세계 최대 규모의 배터리 공장에서는 매일 100만 대의 테슬라 모델 Y를 감당할 수 있는 규모의 리튬이온 배터리가 쏟아져 나온다. 이곳은 전 세계 전기차(EV) 3대 중 1대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배터리 공룡’ CATL의 심장부다.

창립자 위쑨(로빈) 정(Zeng)은 1조 원 단위의 자산을 보유한 세계적 부호가 되었지만, 이제 그는 거대해진 몸집만큼이나 높은 글로벌 장벽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24일(현지시각)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다.

◇ "빵에 잼을 바르듯"… 정밀 자동화가 빚어낸 제조 혁신


CATL의 성공 비결은 화학적 돌파구보다는 압도적인 '제조 효율성'에 있다. 머리카락 두께의 20분의 1에 불과한 5마이크로미터 두께의 알루미늄·구리 호일에 전극 슬러리를 코팅하고, 이를 정밀하게 감아내는 공정은 대부분 로봇이 담당한다.

단 하나의 기포나 정렬 불량도 허용하지 않는 엄격한 검수 시스템을 갖췄다.

닝데 기지는 연간 60GWh의 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테슬라, BMW, 포드, 벤츠, 샤오미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모두 CATL의 고객이다.

◇ 중국 시장 포화와 해외 진출의 고난


중국 내 신차 판매의 50%가 전기차일 정도로 시장이 성숙해지면서, CATL은 과잉 생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하지만 그 과정은 순탄치 않다.

3년 전 가동을 시작한 독일 에르푸르트 공장은 언어 장벽과 문화적 차이(중국식 장시간 노동 vs 유럽식 노동 환경)로 인해 생산량이 기대치를 밑돌고 있다. 높은 인건비와 규제 비용 탓에 현지 생산 배터리는 여전히 중국산보다 비싸다.

유럽연합(EU)은 탄소 중립 목표를 유지하면서도 중국산 제품의 범람에 대응해 반보조금 및 반덤핑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이에 CATL은 헝가리에 70억 유로 규모의 제2 공장을 세우고 스페인 스텔란티스와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등 '현지 생산'을 통해 규제를 정면 돌파하려 한다.

◇ 트럼프의 귀환과 미국 시장의 ‘철의 장벽’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등장은 CATL에 가장 큰 위협이다. 미국은 국가 안보 우려를 이유로 CATL을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연방 계약 입찰을 금지했다.

포드와 테슬라는 CATL의 기술을 빌려 미국 내 생산 라인을 구축하고 있으나, 정치적 압박이 거세다. 마르코 루비오 등 미 의회 강경파들은 CATL 장비가 전력망을 위협할 수 있다며 퇴출을 요구하고 있다.

로빈 정 회장은 "배터리는 벽돌만큼이나 멍청하다(dumb as bricks)"며 스파이 활동 등 안보 위협 설을 일축했다.

그는 손자병법의 구절을 인용해 "먼저 정복당하지 않을 상태를 갖추고, 적이 정복당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린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 배터리 교체 서비스와 동남아 공급망 확보


CATL은 단순 판매를 넘어 새로운 사업 모델을 모색 중이다.

초코 스왑(Choco-Swap)은 초콜릿 바를 닮은 배터리를 단 몇 분 만에 교체해 주는 시스템이다. 차량 가격에서 배터리 값을 빼고 월 구독료를 받는 방식으로 소비자 부담을 낮추려 한다.

풍부한 니켈 자원을 보유한 인도네시아에 대규모 배터리 공장을 건설해 저렴한 인건비와 안정적인 원자재 공급망을 동시에 확보하고 있다.

최근 제너럴 모터스(GM)가 관세 부담에도 불구하고 가장 저렴한 모델에 중국산 CATL 배터리를 쓰기로 결정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전통적인 가솔린차 수준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CATL의 배터리가 '필수 악'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글로벌 패권 경쟁 속에서 CATL이 '위협'이 아닌 '필수 파트너'로 남을 수 있을지가 2026년 모빌리티 시장의 최대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