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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기지 건설' 찌르자 韓 '조선업 부활'로 덮었다…한화오션, 캐나다 잠수함 수주전서 '초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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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기지 건설' 찌르자 韓 '조선업 부활'로 덮었다…한화오션, 캐나다 잠수함 수주전서 '초강수'

온타리오 조선소·모호크 대학과 잇단 업무협약…"현지 생산 및 인력 양성 생태계 통째로 이식"
스마트 야드 기술 전수하고 2026년 훈련함 공동 건조 돌입…TKMS 인프라 공세 잠재울 '신의 한 수'
김희철 대표 "단순 기술 이전 아닌 한화의 DNA 심는 것"…60조 원 수주전, '국가 간 산업 동맹'으로 격상
캐나다 온타리오 조선소의 주요 시설 전경. 한화오션은 최근 온타리오 조선소 및 모호크 대학과 전략적 업무협약(MOU)과 투자의향서(LOI)를 잇달아 체결했다. 이를 통해 캐나다 현지에 첨단 스마트 야드 기술을 전수하고 잠수함 건조 및 유지보수에 필요한 전문 인력을 직접 양성하는 등, 캐나다 차기 잠수함 사업(CPSP) 수주를 위한 전방위적인 산업 동맹 구축에 나섰다. 사진=온타리오 조선소이미지 확대보기
캐나다 온타리오 조선소의 주요 시설 전경. 한화오션은 최근 온타리오 조선소 및 모호크 대학과 전략적 업무협약(MOU)과 투자의향서(LOI)를 잇달아 체결했다. 이를 통해 캐나다 현지에 첨단 스마트 야드 기술을 전수하고 잠수함 건조 및 유지보수에 필요한 전문 인력을 직접 양성하는 등, 캐나다 차기 잠수함 사업(CPSP) 수주를 위한 전방위적인 산업 동맹 구축에 나섰다. 사진=온타리오 조선소

60조 원 규모의 캐나다 차기 잠수함 사업(CPSP)을 둘러싼 '수중 삼국지'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불과 며칠 전 경쟁사인 독일 티센크루프 마린 시스템즈(TKMS)가 캐나다 현지 건설사와 손잡고 '잠수함 기지 인프라'를 지어주겠다며 공세를 펴자, 한국의 한화오션이 캐나다의 '조선업 부활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훨씬 거대하고 근본적인 청사진으로 맞불을 놓았다. 단순한 무기 수출 경쟁을 넘어, 양국의 해양 방위산업 생태계를 결합하는 '국가적 산업 동맹'으로 판을 키운 것이다.

군사 전문 매체 네이벌 뉴스(Naval News)는 19일(현지 시각) 한화오션이 캐나다 온타리오 조선소(Ontario Shipyards)와 대규모 상선 및 함정 건조 역량 복원을 위한 전략적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보도했다. 이와 동시에 한화오션은 온타리오 조선소, 모호크 대학(Mohawk College)과 3자 간 투자의향서(LOI)를 맺고 현지 조선 인력 양성 허브 구축에 본격 착수했다.

'물고기' 대신 '그물 짜는 법' 전수…캐나다의 숙원을 찌르다


한화오션의 이번 행보는 캐나다 정부가 가장 절실하게 안고 있는 고민, 즉 '국방 자립(Sovereign capacity)'과 '숙련된 제조 인력 부족' 문제를 정확히 타격한 전략적 쾌거다.
MOU에 따라 한화오션은 온타리오 조선소에 설계 및 엔지니어링, 생산 계획, 품질 관리 시스템은 물론 세계 최고 수준의 '스마트 야드(Smart-yard)' 모범 사례 등 운영 노하우 전반을 이식하게 된다. 당장 2026년부터 온타리오 조선소가 건조할 훈련 및 채용 지원함(Training and Recruitment vessel)의 설계와 건조를 한화오션이 직접 지원하며, 차세대 조선 역량을 실전에서 증명할 계획이다.

여기에 모호크 대학과 연계한 교육 프로그램은 장기적인 포석이다. 해양 역학, 용접, 로봇 공학, 비파괴 검사 등 조선업에 필수적인 기술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온타리오 해밀턴 조선소 내에 '통합 교육 허브'를 구축한다. 한화오션은 여기에 기술 자문을 제공하고 글로벌 산업 네트워크를 지원해 캐나다 청년들을 숙련된 조선 기술자로 탈바꿈시킨다는 구상이다.

독일 TKMS의 '인프라 공세'를 무력화하는 K-방산의 진화


앞서 독일 TKMS는 캐나다 대형 건설사 엘리스돈(EllisDon)과 제휴해 잠수함 수리 및 훈련 시설을 지어주겠다는 이른바 '기지 건설 패키지'를 제안하며 한화오션을 압박한 바 있다.

하지만 한화오션이 내민 카드는 그보다 한 차원 높은 수준의 '산업 역량 내재화'다. 잠수함이 정박할 기지를 짓는 것을 넘어, 캐나다 스스로 함정을 만들고 수리할 수 있는 '사람'과 '시스템'을 키워주겠다는 것이다. 이는 자국 내 일자리 창출과 방산 공급망 확대를 최우선으로 삼는 캐나다의 '국가 조선 전략(National Shipbuilding Strategy)'에 완벽히 부합한다.

김희철 한화오션 대표는 "우리의 목표는 단순한 전문 지식의 이전이 아니라, 한화오션의 첨단 조선 공정과 운영 노하우를 온타리오 조선소에 직접 '내재화(Embed)'하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캐나다의 국내 산업 기반을 강화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숀 파둘로(Shaun Padulo) 온타리오 조선소 대표 역시 "이 파트너십의 핵심은 결국 '사람'"이라며 "한화오션과 모호크 대학이 함께 다음 세대를 훈련시킴으로써 캐나다의 주권적 역량이 창조될 것"이라고 화답했다.

전제 조건은 '잠수함 수주'…60조 원 잭팟 향한 마지막 퍼즐


물론 이 거대한 청사진의 완성은 한화오션이 캐나다 차기 잠수함 사업(CPSP)의 최종 승자가 된다는 전제하에 진행된다. 한화오션은 수주 성공 시 온타리오주에 전용 조선 훈련 센터를 설립하고 현지 공급업체와의 협력을 더욱 확대하는 등 추가적인 전략적 투자를 단행하겠다고 약속했다.

독일의 기민한 인프라 공세에 직면했던 한화오션은,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가장 강력한 무기인 '조선업 성장 DNA'를 캐나다에 이식하겠다는 파격적인 역제안으로 분위기를 완전히 반전시켰다. 단순한 성능 스펙 비교를 넘어 양국의 명운을 건 산업 동맹으로 격상된 이번 수주전에서, K-방산의 뚝심이 캐나다의 굳게 닫힌 빗장을 열 수 있을지 전 세계 방산 업계가 숨 죽여 지켜보고 있다.


김정훈 기자 kjh77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