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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내 말에 반대하면 연준 의장 못 해”…기준금리 인하 압박 노골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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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내 말에 반대하면 연준 의장 못 해”…기준금리 인하 압박 노골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차기 미국 중앙은행 수장 인선과 관련해 자신과 의견이 다른 인사는 임명하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독립성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24일(이하 현지시각) 알자지라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시장이 잘 돌아가고 있다면 금리를 내려야 한다”며 “내 말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결코 연준 의장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전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미국은 성공에 대한 보상을 받아야지 아무 이유 없이 시장을 망가뜨려서는 안 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트럼프는 지난 2월 재집권 이후 경제 성장을 끌어올리기 위해 연준에 지속적으로 기준금리 인하를 요구해왔다. 그는 금리 인하 요구를 따르지 않는다며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공개적으로 비난했고 해임 가능성까지 언급한 바 있다.

파월 의장은 정치적 압박 속에서도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강조해왔으며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차기 연준 의장이 정치적 요구에 얼마나 순응할지를 사실상 공개적으로 시험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연준은 올해 들어 기준금리를 세 차례 인하해 12월 중순 기준 연 3.5~3.75% 수준으로 낮췄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전부터 기준금리가 1% 수준까지 내려가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기준금리가 낮아지면 차입 비용이 줄어 소비와 투자가 늘어날 수 있지만 인하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거나 폭이 클 경우 인플레이션이 다시 자극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금융시장에서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 차기 연준 의장 후보들에 쏠린 시선


차기 연준 의장 후보로는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해싯 위원장은 최근 미국 경제 지표가 예상보다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음에도 기준금리 인하는 계속돼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4.3%로 다우존스 집계 전문가 예상치인 3.2%를 웃돌았다. 성장의 상당 부분은 소비 지출과 수출 증가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금융시장 전문가인 마이클 샌델 포토맥리버캐피털 최고투자책임자는 “트럼프 대통령은 차기 연준 의장 후보들에게 매우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며 “누가 트럼프 대통령의 뜻을 가장 잘 실행할 수 있는지가 인선의 핵심 기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샌델은 “후보자들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인물은 해싯 위원장”이라며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으로서 트럼프 대통령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마지막까지 영향력을 행사해온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해싯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경제를 설명하고 동시에 트럼프식 경제 논리를 설득력 있게 전달할 수 있는 드문 인물”이라고 덧붙였다.

◇ 연준 독립성 훼손 우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금융시장과 학계에서는 연준의 정치적 독립성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연준은 물가 안정과 고용 극대화를 목표로 정치권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온 것이 오랜 관행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반대하면 임명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차기 연준 의장이 통화정책 판단에서 정치적 고려를 배제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알자지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이 연준을 대통령 의중에 부합하는 정책 기관으로 만들겠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전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