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미 국방부의 중국 군사력 보고서로 본 미중 패권 경쟁 구조 변화와 한국이 전략국가로 남기 위한 세 가지 조건
이미지 확대보기미중 패권 경쟁은 이제 시간표를 갖는다
최근 미국 국방부가 의회에 제출한 2025년 중국 군사·안보 발전 보고서는 미중 패권 경쟁이 어디에서, 어떤 시간표로, 어떤 방식으로 전개될지를 사실상 공식화한 문서로서 미국은 물론 한국 등 동맹국들에게도 매우 중요한 함의들을 담고 있다.
이 보고서는 중국의 전략적 무게중심이 일본 열도에서 말레이 반도에 이르는 제1도련선에 있으며, 그 범위를 넘어 전 세계로 군사적 영향력을 확장하려는 장기 목표를 갖고 있음을 분명히 한다. 동시에 중국이 2027년을 전후해 타이완 전쟁에서 결정적 승리를 거둘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려 한다는 판단을 제시함으로써, 동아시아 전체를 하나의 연동된 전장으로 설정한다.
2027년은 타이완의 시간이 아니라 동아시아의 시간이다
이 보고서가 갖는 가장 중요한 함의는 미중 경쟁이 잠재적 갈등의 단계에서 시간표가 명시된 억지 경쟁의 단계로 진입했다는 점이다.
2027년은 단순한 타이완 위기 시점이 아니라, 제1도련선 전반에서 군사적 계산이 본격화되는 전략적 시한으로 기능할 수밖에 없다. 타이완에서의 결정적 승리를 위해 중국은 미군의 개입을 지연하거나 약화시키려 할 것이며, 이는 역내 국가들의 개입 능력과 의지를 동시에 제약하려는 시도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 구조 속에서 한반도는 결코 분리된 공간으로 남을 수 없다는 것임을 한국은 인식해야 한다.
전쟁을 선택하지 않아도 전쟁은 준비된다
보고서는 중국 인민해방군이 상륙 침공, 대규모 화력 타격, 해상 봉쇄 등 무력에 의한 통일 옵션을 지속적으로 정교화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는 중국이 전쟁을 반드시 선택하겠다는 선언이 아니라, 전쟁을 선택 가능한 옵션으로 만들기 위한 준비를 체계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미국의 공식 판단이다. 이런 환경에서는 전쟁 억지가 상시적 군사 압박과 준비태세의 강화로 나타나며, 역내 국가들의 안보 부담은 구조적으로 증가한다.
국가 총력전 프레임과 경쟁의 성격 변화
보고서가 강조하는 또 하나의 핵심은 중국의 군사 전략이 국가 총력전 개념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군사력 경쟁이 전통적 무기 체계에 국한되지 않고 산업, 기술, 공급망, 사이버, 우주, 정보 영역까지 포괄하는 체제 경쟁으로 전개된다는 의미다. 한국에게 이는 안보가 더 이상 군사 영역에만 머물 수 없음을 뜻한다. 반도체, 인공지능, 배터리, 조선, 원전 같은 전략 산업은 경제 경쟁력을 넘어 억지력의 일부로 작동하게 된다.
미국의 전략은 강한 억지와 제한된 목표를 결합한다
미국의 대응 전략 역시 중요한 신호를 보낸다. 보고서는 미국이 중국을 질식시키거나 지배하려는 것이 아니라, 인도태평양에서 어느 국가도 미국이나 동맹을 지배하지 못하도록 부정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고 밝힌다.
이는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전면적 체제전보다는 강한 억지를 통한 제한된 목표를 추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동시에 미국은 이 억지를 혼자 수행할 수 없으며, 동맹의 역할 확대가 전제된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결과적으로 동맹국들은 더 많은 부담을 떠안게 되며, 한국 역시 예외가 아니다.
한반도는 분리된 전장이 아니라 연결된 전장이다
한국 안보에 대한 직접적 함의는 명확하다. 미중 경쟁이 제1도련선 중심으로 고착화될수록 북한은 전략적 공간을 넓힐 수 있다. 타이완 위기 국면에서 북한이 제한적 도발을 통해 한반도를 2차 전장으로 만들 가능성은 결코 낮지 않다. 이때 한국이 타이완과 한반도의 연동을 부정한다고 해서 현실의 연동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연동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는 오판의 위험을 키운다.
연동을 인정하되 비용을 통제하라
따라서 한국의 첫 번째 대응 원칙은 연동을 인정하되, 연동의 비용을 최소화하는 억지 구조를 갖추는 것이다. 한반도 억지력을 외부 전장 변화와 무관하게 작동하도록 강화해, 북한이 외부 위기를 기회로 오판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이는 기존의 개념적 억지를 넘어, 감시정찰, 지휘통제, 정밀타격, 미사일 방어, 복원력까지 포함한 체계적 억지 구조의 고도화를 의미한다.
지정학적 리스크는 곧 국익의 문제다
경제와 국익 측면에서도 파장은 크다. 타이완 위기 가능성이 상시화되면 해상 교통로 불안정, 보험료와 운임 상승, 기술 통제 강화, 자본 비용 증가라는 세 가지 부담이 동시에 한국 경제를 압박할 수 있다. 수출과 무역에 의존하는 한국에게 지정학적 리스크는 곧바로 국익의 문제로 연결된다. 이 환경에서 국익은 정치적 중립 선언이 아니라, 위기 상황에서도 공급망과 산업이 작동하도록 만드는 기능적 생존 능력에서 확보된다.
한국의 대응 전략은 세 가지 축으로 정리된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한국의 대응 전략은 세 가지 축으로 정리될 수 있다. 첫째, 억지 차원에서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하되, 독자적 대응 능력을 강화해 미국의 정치적 선택 변화가 곧바로 억지력 약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특히 자체 핵무장 또는 미 전술핵 재배치 등 중국, 북한, 러시아 3국의 핵 위협에 대한 대응 전략 관련 담론 역시 금기어가 아니라 전략 언어로서 다뤄져야 하며, 최소한 조건부 옵션과 제도화된 협의 구조를 통해 억지의 공백을 방치하지 않아야 한다.
동맹 운용은 자동이 아니라 전략이다
둘째, 동맹 운용 차원에서 한국은 제1도련선 억지라는 큰 틀 속에서 기여를 확대하되, 그 기여가 자동적으로 국익으로 환산되지 않는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동맹이 거래화되는 시대에는 기여를 협상력으로 전환할 수 있는 전략적 운용이 필수다.
역내 질서는 설계되는 대상이다
셋째, 역내 질서 설계 차원에서 한국은 기능 중심의 다자 협력을 통해 억지와 안정의 구조를 구축하는 동시에, 중국과는 관리된 거리두기를 통해 충돌 위험을 통제해야 한다. 억지는 강화하되 위기관리와 소통 채널은 더 정교하게 유지하는 이중 전략이 필요하다.
전략국가로 남을 것인가, 흔들리는 질서에 휩쓸릴 것인가
이 보고서가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다. 미중 패권 경쟁이 본격화되고 질서가 흔들리는 시대에 한국은 수동적 수혜국으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변화하는 질서를 관리할 수 있는 전략국가로 진화할 것인가. 2027년으로 설정된 제1도련선의 시간표는 결국 한국의 시간표이기도 하다. 이재명 정부는 이 같은 현실을 직시하고 선택하는 국가만이 흔들리는 질서 속에서 국익과 안보를 지켜낼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이교관 글로벌이코노믹 대기자 yijion@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