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나노 성숙 공정 국산화 ‘안간힘’ vs 첨단 EUV 진입장벽 ‘철옹성’
단순 기술 격차 넘어선 ‘데이터·공급망’ 장벽…ASML 독점 체제 굳건
단순 기술 격차 넘어선 ‘데이터·공급망’ 장벽…ASML 독점 체제 굳건
이미지 확대보기이번 수주는 단순한 장비 구매를 넘어, 미국 중심의 수출 통제에 맞서 반도체 공급망을 내재화하려는 중국의 전략 수정과 그 한계를 동시에 보여주는 사례로 풀이된다.
성숙 공정의 ‘실리’ 챙기기
공시에 따르면 이번 계약 규모는 1억 900만 위안(미화 약 224억 원)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입찰 방식이다. 구체적인 수요처를 암호명으로 가린 채 단독 공급자 방식으로 진행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상업적 경쟁보다는 정책 자금으로 자국 장비 업체를 육성하려는 중국 정부의 의지가 작용한 것으로 분석한다.
SMEE가 공급할 장비는 0.18마이크로미터(㎛)에서 90나노미터(nm) 대역의 성숙 공정용이다. 이는 최신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5나노 이하 첨단 칩과는 거리가 멀다. 대신 자동차 전장부품, 전력관리반도체(PMIC), 사물인터넷(IoT) 센서 등 산업 전반을 떠받치는 범용 반도체 생산에 쓰인다.
중국 반도체 업계 관계자들은 "미국의 제재로 첨단 장비 반입이 막힌 상황에서, 중국이 당장 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인 성숙 공정 공급망 안정화에 집중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화려한 기술 혁신보다는 공장 가동을 멈추지 않게 할 '실탄' 확보에 나선 셈이다.
ASML이 쌓아 올린 ‘데이터의 성벽’
중국의 이러한 노력에도 세계 노광장비 시장의 판도는 불변이다. 현재 ASML과 일본의 캐논, 니콘 3사가 세계 시장의 99%를 장악하고 있다. 특히 7나노 이하 초미세 공정에 필수인 EUV(극자외선) 장비는 ASML이 독점 공급한다.
전문가들은 ASML의 진정한 경쟁력이 기계 자체보다 ‘생태계’와 ‘데이터’에 있다고 입을 모은다. EUV 장비 1대에는 10만 개가 넘는 부품이 들어가며, 무게만 180톤에 이른다. 독일 자이스(Carl Zeiss)를 포함해 전 세계 5000개가 넘는 협력사와 구축한 정교한 공급망은 후발 주자가 단기간에 복제할 수 없는 영역이다.
더 큰 장벽은 '수율 데이터'다. ASML 장비는 이미 전 세계 최첨단 팹(공장)에서 수천만 장의 웨이퍼를 찍어내며 가동 중이다. 이 과정에서 쌓인 오버레이(Overlay·회로 겹침 정확도)와 생산성 데이터는 고스란히 다음 세대 장비 개발에 반영된다.
‘자립’과 ‘고립’ 사이의 딜레마
SMEE의 기술력은 2000년대 초반 중국의 '863 계획' 지원을 받아 성장했다. 현재 주력 제품인 'SSX600' 시리즈는 90나노, 110나노 공정을 지원하며 8인치와 12인치 웨이퍼 라인에 투입된다. 이는 미니 LED나 MEMS(미세전자기계시스템) 제조 등 틈새시장에서는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하지만 불화아르곤(ArF) 액침 노광장비나 EUV로 넘어가는 기술 장벽은 '절벽'에 가깝다. 중국이 식각(Etching)이나 세정(Cleaning) 장비 분야에서 국산화율을 높이는 것과 달리, 노광 분야에서는 기술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이번 수주는 중국이 첨단 공정에서의 열세를 인정하고, 대신 자국 산업용 칩 생산 기반이라도 지키겠다는 '방어적 성격'이 짙다. 세계 반도체 장비 시장은 당분간 'ASML이 지배하는 첨단 공정'과 '지역별로 파편화된 성숙 공정'으로 나뉘어 굴러갈 가능성이 크다.
디지타임스는 "이번 계약은 중국의 장비 국산화 노력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지만, ASML이 구축한 첨단 공정의 철옹성을 위협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진단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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